親鸞敎學에 있어서의 救濟

송 재 근
동아대학교 박사과정

  목 차
Ⅰ. 救濟란 무엇인가?
Ⅱ. 救濟成立의 法則
1. 他力廻向의 原理
2. 救濟成立의 法則
Ⅲ. 救濟와 因果律
Ⅳ. 救濟의 現代的解釋

Ⅰ. 救濟란 무엇인가?

釋尊이 菩提樹 아래에서 成道했을 당시, 그 覺　의 내용이 緣起法에 있었다는 것은 周知의 사실이다. 이 緣起法이 체계화된 것이 바로 [十二緣起說]이고, 이것은 곧 釋尊이 출가당시에 지녔던 물음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이기도 하다. 그것은 生老病死에 관한 탐구이며, 그 근원에 [無明]이 內在해 있다는 것을 우리는 十二緣起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서 볼 때, 釋尊이 중생들에게 敎說한 바의 意圖는 중생들로 하여금 無明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無明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어서, 傳統的인 敎相判釋에 의하면 두 가지 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하나는 自力門으로서, 衆生이 스스로 無明을 光明으로 轉回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聖道·難行門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他力門으로서, 無明에다 光明을 받아들이므로 해서 저절로 無明을 超克한다는 淨土·易行門의 입장이다. 흔히 前者를 [깨달음의 宗敎]라 부르는 데 반해서 後者는 [救濟의 宗敎]라 한다. 그런데 이 兩者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깨달음의 종교는 스스로 無明을 光明으로 바꾸는 형태이다. 그렇다면 本來無明인 존재가 어떻게 自力으로 光明이 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無明에서 光明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깨달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한편 救濟의 宗敎는 無明을 바꾸지 않은 채, 光明에 의해 저절로 無明을 消滅시키는 형태이다.1) 이 또한 本來無明인 存在가 어떻게 外部에서 光明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설령 받아들일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光明과의 만남이 가능한가? 라고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로 논의될 수 있겠지만, 너무 장황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前者의 問題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를 期約하고, 本稿에서는 後者의 問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救濟敎는 救濟하는 者와 救濟되는 者에 있어서 단순히 어느 한 쪽만으로는 성립될 수 없으며, 반드시 兩者 사이에서 성립한다. 게다가 그 兩者는 항상 異質的 성격을 강하게 所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救濟者는 眞實性·完全性·無限性·有力性 등을 그 성질로 갖는데 反하여 被救濟者는 不實性·不完全性·有限性·無力性 등을 그 성질로 한다. 實로 兩者는 異質的이고 相反된 關係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救濟는 본래 異質者 사이의 問題이기 때문에, 異質者인 것을 한 쪽의 힘에 의해서 同質者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同質者 사이에서는 救濟라고 하는 것은 전혀 無意味한 것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不可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佛과 佛 사이에서는 救濟가 필요없다. 또한 凡夫와 凡夫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전혀 無力한 凡夫와 凡夫 사이에서는 아무리 慈悲心을 가지더라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救濟者와 被救濟者라고 하는 兩者 사이의 量的·質的相違는 어떻게 극복되어지는가? 다시 말해서, 전혀 異質的인 別物 사이에 어떠한 結合点도 없이 어떻게 救濟가 성립하는가? 論者는 이 문제에 대해서, 특히 현재 救濟敎의 典型이라고 하는 淨土敎 중에서도 특히 가장 발달된 형태로써의 親鸞敎學을 중심으로 이 問題에 접근하고자 한다.

Ⅱ. 救濟成立의 法則

1. 他力廻向의 原理

救濟를 話題로 삼을 경우, 우선 무엇보다도 救濟者와 被救濟者에 대한 고찰을 빼 놓고서는 困難할 것이다. 救濟者의 攝理에 관해서는 後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被救濟者에 대한 親鸞의 立場에서부터 展開하기로 한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親鸞도 역시 인간의 本來的 존재를 無明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 一段을 살펴보면, 善導가 機의 深心에 있어서 [自身은 현재 罪惡生死의 凡夫, 曠劫으로부터 已來로 항상 沒하고 항상 流轉해서 出離의 緣이 없다]2)라고 했던 것을, 親鸞은 그의 主著, {敎行信　} [信卷]에서 [一切群生海, 無始已來로부터 乃至今日今時에 이르기까지, 穢惡汚染해서 淸淨의 心이 없고, 虛假諂僞해서 眞實의 心이 없다]3)라고 해석하고 있다. 즉 一切衆生이 시작도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 오늘에 이르기 까지 眞實의 心이 없기 때문에 成佛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親鸞은 {歎異抄}의 第二條에서 [어째도 地獄은 決定될 수 밖에 없다]4)라고 述懷했던 것이다. 이러한 親鸞의 衆生觀은 在來의 聖道門 및 淨土의 要·眞兩門5)의 견해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聖道門等에서는 衆生은 佛로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佛의 加被力도 衆生의 菩提心의 방향에 附加되어 同一方向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親鸞은, 衆生은 본래 地獄에의 方向으로 決定되어져 있다고 해서, 聖道門의 衆生觀과는 완전히 逆方向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衆生觀에 비춰볼 때, 衆生으로부터 佛로 나아가는 것이 不可能하다면 이제 남은 것은 佛이 衆生에게로 다가오는 것밖에 없다. 여기에서 自力은 無意味해진다. 따라서 오직 佛의 힘, 즉 他力6)에 依支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他力은 나에게 廻向7)의 相으로써 다가온다. 親鸞은 廻向에 대해서 基本的으로는 曇鸞의 往·還二廻向을 취하지만, 그 內容에 있어서는 特異한 해석을 가하고 있다. 이것을 端的으로 나타내어, 親鸞은 {正信偈}에서 [往還의 回向은 他力에 말미암는다]8)라고 하고 있다.
往相이라는 것은 衆生으로부터 佛로 나아가는 作用의 相인데, 佛이 自身의 功德을 衆生에게 廻施해서 중생으로 하여금 淨土를 願生하게 함으로써, 衆生을 淨土에 攝取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親鸞은 이것을 往相廻向이라고 한다. 따라서 衆生으로부터 佛에게로의 作用인 往相도 衆生의 힘이 아니고 佛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還相廻向이라고 하는 것은, 우선 淨土에 往生한 衆生이 穢土의 衆生救濟를 위해서 다시 이 娑婆에로 되돌아 와서 衆生濟度의 작용을 펼치는 것을 還相이라고 한다. 그런데 親鸞은 이 還相의 작용까지도 彌陀로부터 廻向되어 있다고 하기 때문에 廻向이 아닌 단순한 [還相]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還相은 언제나 還相廻向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往相과 還相의 두 가지 廻向이 없고서는 成佛이라고 하는 것은 完成될 수 없는 것이다. 즉 往相이 없고서는 還相이 있을 수 없고, 還相이 없고서는 往相은 完成될 수 없는 것이다. 이 往·還의 二廻向이 成就되는 것에 의해서 淨土眞宗이 成立한다고 말할 정도로, 往相뿐만 아니라 還相을 동반한 바에 親鸞敎學의 특색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廻向을 말할 경우, 그것은 [彌陀]와 [나]와의 1:1의 對應關係에 있어서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彌陀도 나와의 대응관계에 있어서만 말할 수 있는 如來이다. 나에게 대응하지 않는 彌陀라고 하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彌陀는 個的人格으로서 表象되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彌陀에 있어서, 願成就라고 하는 것은 自利利他가 圓滿해서 비로소 願이 成就된 것이다. 法藏이 無上涅槃을 깨닫고도 利他敎化의 작용을 펼치지 않는다면 願은 成就되지 못하고, 彌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衆生에 대한 敎化의 작용, 바꿔 말하면 衆生을 成佛시키는 것이 彌陀의 作用인 것이다. 그리고 衆生은 成佛하기 위해서는 利他의 作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利他의 作用을 하지 않는 佛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佛은 利他의 作用을 그 本務로 삼는다. 따라서 還相의 作用을 하지 않는 佛 따위는 있을 수 없고, 還相을 빼놓고서는 成佛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凡夫인 나의 입장에 있어서 還相廻向을 말할 경우, 당연히 그것은 彌陀의 廻向, 즉 他力廻向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2. 救濟成立의 法則

1) 成佛의 原理
救濟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救濟者의 攝理와 救濟의 場으로서의 淨土, 그리고 被救濟者인 衆生의 願望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해서는 각각 成佛의 原理, 淨土建立의 原理 그리고 往生의 原理를 통해서 論究를 進行시키기로 한다.
먼저, 親鸞敎學에 있어서 成佛의 原理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은 {唯信抄文意}에 나타난 다음의 글이다.

[涅槃이라는 것은 滅度, 無爲, 安樂, 常樂, 實相, 法身, 法性, 眞如, 一如, 佛性이라고 한다. 佛性은 즉 如來이며, 이 如來가 微塵世界에 充滿해 있음은 즉 一切群生海의 心이다. 이 一切有情의 心에서 方便法身의 誓願을 信樂하기 때문에, 이 信心은 즉 佛性이다. 佛性은 즉 法性이고, 法性은 즉 法身이다.]9)

위의 인용문을 통해서 보면, 佛性이 微塵世界이다. 다시 말해서 親鸞의 表現에 따르자면, 佛性이 一切群生海의 心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이 佛性인 如來를 信樂하는 바에, 信心 그것이 불성이고, 거기에서 成佛이 成立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佛性이 곧 미진세계이며 일체군생해의 心이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대승불교의 [生死卽涅槃]의 논리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따르면, 生死의 衆生과 涅槃은 서로 絶對否定的인 關係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相互否定的으로 對立하는 관계가 아니라 兩者는 逆轉的關係에 있다. 涅槃과 生死가 逆轉的關係에 있다고 하는 것은, 生死를 떠나서 涅槃에로 나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生死인 바에서 涅槃으로 轉回한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煩惱라고 하는 것에서 菩提로 轉回하는 것이다. 이 경우, 體는 그대로 同一하다. [煩惱菩提體無二]이다. 여기에는 煩惱와 涅槃이라고 하는 絶對矛盾된 것이 그대로 同一하다고 하는 矛盾의 論理, 辨證法的인 論理가 있다. 따라서 煩惱菩提體無二라든가 煩惱卽菩提라고는 하지만 矛盾卽同一의 關係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論理的으로 그 [卽]은 絶對否定卽肯定의 [卽]이어야 한다. 그리고 絶對否定卽肯定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矛盾卽同一이라고 할 때의 이 同一은 絶對無가 아니면 안된다. 여기에서 絶對無라고 하는 것은 推論的으로 要請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逆으로 絶對無이기 때문에 거기에 絶對矛盾의 自己同一이라고 하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涅槃은 滅度이자 一如이고, 體는 虛無의 體이다. 따라서 煩惱가 菩提로 轉回한

다고 해도 虛無가 轉回하는 것이다. 虛無의 自轉이다. 그래서 個物的多의 一切群生海는 그대로 全體的一의 一如海이다. 古來, 물과 파도의 譬喩10)에서와 같이 千波萬波가 그대로 一如의 海라는 것이다.
煩惱卽菩提, 生死卽涅槃은 이와 같은 第一次形而上的世界11)에 있어서 말해지는 絶對矛盾卽自己同一이다. 煩惱卽菩提의 [卽]은 단순한 神秘主義的인 卽이 아니다. 煩惱와 菩提가 絶對矛盾이면서도 그것이 否定卽肯定이요, 그리고 逆轉的으로 卽同一이 되는 바에 煩惱卽菩提가 성립되는 것이다.

2) 淨土建立의 原理
{無量壽經}에 의하면, 法藏菩薩은 五劫동안의 思惟와 兆載永劫에 걸친 修行으로 願을 成就하여 一切衆生에의 救濟作用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法藏菩薩의 登場은 곧 眞如의 自己限定이며, 第二次形而上的世界의 示現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좀더 구체화시킨 것이 五劫思惟의 凝集體, 바로 淨土이다.
法藏菩薩의 五劫思惟의 內容은, 成佛의 基本原理를 根底로 해서, 그 위에 救濟의 法則을 형성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 救濟의 法則은 우선 淨土의 建立으로써 나타난다. 즉 自己의 힘에 의해서는 아무리해도 成佛할 수 없는 下根의 凡夫도 淨土에 往生하는 것에 의해서 저절로 成佛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淨土建立의 原理야 말로 衆生救濟의 原理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 法則은 어디까지나 法藏菩薩이 五劫思惟의 결과, 그것을 發見해서 形成한 것이지 法藏菩薩이 제 멋대로, 편리한 대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이 법칙은 成佛의 基本原理에 根據하고, 다시 迷妄의 凡夫에 卽應해서 一如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오히려 一如가 凡夫의 存在에 卽應해서 스스로 樣態的12)으로 顯現했다고 하는 쪽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法藏菩薩의 願成就인 이 救濟法則의 완성은 그 自體로 不變의 眞理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法藏菩薩의 五劫思惟는 具體的으로 [廣略相入]을 그 內容으로 하고 있다. 世親의 {淨土論}과 曇鸞의 {往生論註}에 의하면, 淨土는 三嚴二十九種의 莊嚴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淨土는 國土의 莊嚴(17種)과 如來의 莊嚴(8種)과 菩薩의 莊嚴(4種)이라는 三嚴의 作用을 가지고 있는데, 이 三種의 莊嚴(作用)을 [廣]이라고 하고 一法句를 [略]으로 해서, 이러한 廣과 略이 서로 相入한다고 하는 것이다. 一法句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淸淨句이고, 眞實智慧無爲法身이다. 다시 말해서 絶對唯一의 眞如法性을 말한다. 淨土에는 二十九種의 莊嚴(作用)이 있는데, 이 二十九種의 作用 그것은 모두 一法句 속에 거두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부터 二十九種의 作用이라고 하는 것은 法藏菩薩의 願心과 그 수행의 결과로서 생겨났던 것이기 때문이다. 즉 [一切는 空無我이다]라고 하는 眞如法性의 理를 깨닫고, 그 絶對空 그것으로부터 二十九種의 作用을 生産해 낸 것이다. 따라서 [願心]으로부터 莊嚴된 二十九種의 作用은 그 根本으로 되돌리면 一法句의 眞如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二十九種의 작용은 단순한 空想的인 願望이 아니다. [差別 그대로가 絶對空이다]라고 하는 差別卽平等·平等卽差別의 理를 깨달은 心에서 생겨났던 것이다. 二十九種의 多는 卽一이고, 一法句의 一은 卽多이다. 그래서 二十九種의 작용이라는 廣은 一法句의 略에 들어가버리는 것이고, 一法句의 略은 펼치면 二十九種의 作用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廣略相入]을 원리로 해서 淨土가 建立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이 廣略相入은 原理的構造여서, 그것이 現實에 力動的으로 作用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작용시키는 原動力이 없어서는 안된다. 그 原動力이 되는 것이 諸佛菩薩에게 갖춰져 있는 二種의 法身이다. [法性法身]과 [方便法身]을 二種의 法身이라고 하는데, 法性法身은 본래부터 있는 바의 眞如法性 그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法身이라고 하는 것은 法性의 전체를 身으로써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法性은 그대로 法身이라는 것을 親鸞은 다음과 같이 記述하고 있다.

[法性은 즉 法身이다. 法身은 色도 없고 形態도 없다. 그래서 마음으로도 미치지 못하고, 말로써도 다하지 못한다. 이 一如로부터 형태를 나타내어 方便法身이라고 한다. 그 모습에서 法藏比丘가 되어서, 不可思議의 四十八의 大誓願을 일으켜 나타내셨던 것이다. 이 誓願 속에 光明無量의 本願, 壽命無量의 弘誓를 本으로 해서 나타나신 모습을 世親菩薩은 盡十方無碍光如來라고 이름하신 것이다. 이 如來는 즉 誓願의 業因에 報答된 것이므로 報身如來라고 하며, 즉 阿彌陀如來라고 한다.]13)

여기에서 보면, 法性法身은 色도 없고 形態도 없어서 표현할 수 없는 絶對無이고 絶對空이다. 이것이 모습을 나타내어 方便法身으로서 衆生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法藏菩薩이다. 그 法藏菩薩이 願行成就해서 盡十方無碍光如來가 된 것이다.
그리고 法性法身은 自己를 限定해서 光明으로써 顯現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法性法身은 自己限定하고 方便法身으로서 具體化해서 應化等의 작용으로 衆生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것을 方便法身에 의해서 法性法身을 나타낸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起信論}에서 설하는 離言眞如와 依言眞如의 관계와 같다. 그러므로 法性法身은 아무런 媒介가 없고서는 個個의 衆生에게 작용을 펼칠 수가 없다. 個個의 衆生에 대해서는 [個]로서, 彌陀一佛이 되어 작용하는 것이다. 阿彌陀佛이라고 하는 것은 光明으로서의 個的存在이다. 彌陀의 本願은 個로서 個個의 중생에게 작용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의 救濟를 빼놓고는, 一切衆生의 救濟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個]의 救濟가 곧 [全]의 救濟이다. 그렇기 때문에 親鸞은 [彌陀의 五劫思惟의 願을 잘 살펴보면 오로지 親鸞 한사람만을 위한 것이다]14)라고 했던 것이다.
한편, 法性法身과 方便法身의 관계에 대해서, {往生論註}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첫째로는 法性法身, 둘째로는 方便法身이다. 法性法身에 의해서 方便法身을 낳고, 方便法身에 의해서 法性法身을 드러낸다. 이 두 法身은 다르면서 다르지 않고, 하나이면서도 같지 않다. 이런 고로 廣略相入하고, 총괄해서 法이라는 이름을 가진다.]15)

法性法身에서 方便法身을 낳는다고 하고, 方便法身에 의해서 法性法身을 드러낸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보면, 前者에서는 [낳는다]라고 하고, 後者에서는 [드러낸다]라고 하고 있다. 본래 없었던 方便法身이 法性法身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본래 있었던 法性法身은 方便法身에 의해서 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逆으로 方便法身이 法性法身을 낳는다 따위로는 말할 수 없다. 이 兩者의 關係構造를 확실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반적으로 聖道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法性法身만을 重視하고 方便法身을 輕視한다면 具體性을 缺如한 것이 된다. 따라서 個個의 應化身의 작용이 자칫하면 無視되어서, 個別的具體性이 缺如되어 一切衆生을 빠짐없이 救濟한다고 하는 것이 原理的으로는 가능할지라도 具體化되지 못한다. 이것에 反해서 方便法身만을 중시하고 法性法身을 경시한다면, 淨土敎의 一部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阿彌陀佛一佛主義에 빠져 原理的인 面이 缺如될 우려가 있다. 즉, 方便法身中心主義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方便法身이기 때문에 眞實이 아니라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誤解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이는 方便이 곧 眞實이라는 것을 看過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법신의 관계는 異而不可分이고, 一而不可同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의 法身은 다르지만 완전히 別個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또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다. 法性法身에서 方便法身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方便法身에 의해서 法性法身은 구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兩法身은 不一不二의 관계이고, 이 不一不二의 관계에 의해서 廣略相入이 力動的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方便法身으로서 다이나믹하게 작용하는 것에 의해서 [廣略相入]이 現實에 실현되는 것이다.

3) 往生의 原理
廣略相入의 논리에 의해서 一法句와 淨土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지만, 그러나 衆生이 淨土에 往生해서 成佛한다고 하는 往生成佛의 論理까지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一法句와 정토와의 관계가 廣略相入에 의해서 명백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오로지 曇鸞의 功績이지만, 衆生과 淨土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淨土와 一法句와의 관계만큼이나 논리적으로 명백하지는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曇鸞은 [氷上燃火의 비유]16)에 의해서, 중생의 願生으로부터 往生淨土의 過程의 辨證法的構造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親鸞은 [三願轉入]17)에 있어서 ― 往生者라고 하는 主體의 側에 있어서 ― 衆生이 往生하는 過程의 논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확실히 三願轉入은 主體의 側에 있어서의 往生의 過程의 논리이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客觀的論理는 어떤 것일까? 往生을 가능하게 하는 客觀的論理構造야 말로, 廣略相入과 함께 法藏의 願成就의 또 하나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三願轉入을 증명하는 이 논리구조는 曇鸞으로부터 善導를 거쳐 親鸞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往生의 原理인 것이다.
往生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要求되는 것은 往生의 主體者인 衆生의 往生에의 意志일 것이다. 衆生의 願生이 없다고 한다면 淨土도 如來도 無意味한 것이 되고 만다. 이러한 願生의 意志는 佛敎一般에서 말하자면 菩提心이라고 할 수 있는데, 親鸞은 願生의 意志를 欲生18)이라고 한다. 그런데 親鸞이 말하는 欲生은 단순한 欲生이 아니라 至心·信樂를 동반한 欲生이다. 이 至心·信樂·欲生의 三心은 卽一心19)이며, 이 一心이 淨土의 大菩提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淨土의 大菩提心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親鸞은 {敎行信　} [行卷]에서부터 [信卷]에 걸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을 端的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橫超斷四流이다.20)
우선 親鸞은 橫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橫超라고 하는 것은, 즉 願成就一實圓滿의 眞敎, 眞宗 이것이다.]21)
[大願淸淨의 報土에는 品位階次를 말하지 않고, 一念須臾의 무렵에, 신속히 無上正眞道를 超證한다. 그렇기 때문에 橫超라고 하는 것이다.]22)

위의 引用文에서도 알 수 있듯이 橫超라고 하는 것은, 彌陀의 本願의 成就에 의해서 一擧에 佛果를 獲得하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一如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眞實의 圓融自在한 功德을 완전히 具足하고 있기 때문에 一實圓滿의 眞敎라고 하는 것이다. 한편, 彌陀의 淨土는 法藏의 大願(本願)에 報答해서 이루어진 淸淨한 報土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三輩九品과 같은 階次가 없고, 往生을 얻는 刹那에 機의 素質 등을 문제삼지 않고 一擧에 無上正眞道, 즉 阿　多羅三　三菩提라고 하는 佛의 깨달음을 超證하는 것이다. 그래서 竪로 段階를 거치지 않고, 橫으로 단숨에 뛰어넘어서 阿　多羅三　三菩提를 깨닫기 때문에 橫超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橫超라고 하는 眞實의 가르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衆生들이 順應하지 못하는 것은 橫超가 眞實이라는 것에 대해 疑心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疑心을 버리고 彌陀의 本願力에 乘托한다면, 願力에 의해서 저절로 淨土에 往生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自然法爾]라고 하는 根源的道理이다.
한편, 斷四流라고 하는 것에 있어서, [斷]이라고 하는 것은 他力廻向의 信心을 發하는 그 순간에 生死의 迷惑이 斷絶된다는 것을 말한다. 즉 六趣四生23)의 因이 亡함으로써 果가 滅하고, 그것으로 인해 頓的으로 三有의 生死를 斷絶할 수 있다는 것이 斷의 意味이다. 그리고 四流라고 하는 것은 四暴流를 말하는데, 달리 生·老·病·死를 말하기도 한다. 따라서 橫超斷四流라고 하는 것은 彌陀願力의 道理에 의해 가장 손쉽게, 그리고 또 가장 신속히 淨土往生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橫超斷四流는 정토에 往生한 以後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獲信의 그때에 일어나는 信의 構造이자 往生의 原理이다. 親鸞은 信心을 獲得했을 때를 往生으로 파악하고, 이것을 正定聚不退轉의 位로 보고 있는 것이다. 來生이 아니고 現生正定聚不退轉이다. 따라서 往生은 死後의 事態가 아니라 現生에서 얻는 것이다.

[信心正因]을 標榜하는 親鸞敎學에 있어서, 橫超斷四流는 信心成立의 構造인 동시에 往生을 가능하게 하는 原理인 것이다.
以上과 같이, 煩惱卽菩提·生死卽涅槃의 論理를 [衆生成佛의 原理]라 하고, 廣略相入의 論理를 [淨土建立의 原理]라고 한다면, 이 往生을 가능하게 하는 橫超斷四流의 構造는 [往生의 原理]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救濟는 그러한 三組의 原理, 즉 成佛의 原理, 淨土建立의 原理, 往生의 原理에 의해서 組立되어 있는 것이다.

Ⅲ. 救濟와 因果律

親鸞敎學에 있어서의 救濟는, 阿彌陀佛의 名號廻向에 의해서 絶對他力을 說하는 無條件的이고 無制限의 救濟라고 하는 것을 前章에서 살펴보았다. 즉 親鸞의 救濟는 他力廻向에 의한 救濟인 것이다. 이러한 他力廻向思想은 親鸞敎學의 根底를 이루는 것인데, 이것은 佛敎一般에서 설하는 自業自得의 原則이나 因果의 道理에 자칫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本章에서는 이 점에 대하여 考察해 보고자 한다.
먼저 廻向에 대해서 살펴보면, 廻向의 種類로는 앞에서 언급한 曇鸞의 二種廻向이나 淨影寺慧遠의 三種廻向24) 등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으나, 그 類型은 대체로 두 가지로 分類할 수 있다.25) 그 첫째로는 方向轉換의 廻向이다. 이것은 自身의 功德을 他者에게 轉移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둘째로는 內容轉換의 廻向이다. 이것은 自身의 功德을 다른 것으로 轉化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이것을 例를 들면, 다음과 같다.

例① 허허 벌판을 지나가던 甲이 목이 말라 우물을 파 놓았다고 하자. 甲은 그의 갈증을 우물로써 해소하고 난 뒤에, 이 벌판에서 또다시 갈증을 겪게 될 뒷사람들을 위하여 우물을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곳을 지나가던 乙이 이 우물을 통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例② 甲이 古典을 읽기 위해 漢文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것으로 인해 自身도 모르는 새, 甲의 人格이 向上되었다.

例①에서 보면, 乙의 갈증해소는 甲이 자신의 功德을 廻向한 것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甲의 功德(의 內容)이 乙에게 轉移된 形態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例②에서는 甲이 한문공부를 열심히 한 功德으로써 고전을 읽게 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人格高揚에까지 변화를 가져왔다. 여기서는 功德의 受取者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높은 인격을 얻게 된 甲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공부한 바를 가르친다면, 例①에서와 같이 功德의 轉移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功德의 轉化는 轉移로 方向轉換이 가능하며, 功德의 轉移는 轉化로 內容轉換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功德의 轉移와 轉化, 즉 廻向이 可能한 根據는 어디에 있는가?
원래 불교의 因果에는 性格을 달리하는 두 가지 因果가 존재한다.26) 그 하나는 機械的物理的因果이고, 다른 하나는 目的的精神的因果이다. [機械的物理的因果]라고 하는 것은 同一條件 아래에서는 必然的으로 同一한 結果가 생기는 因果關係이므로, 自然科學的인 因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精神的인 問題에 봉착하면, 이 機械的因果만으로는 이른바 決定論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는 敎育的인 訓誡指導라고 하는 것이나 責任問題 따위는 無意味하게 되고, 倫理와 宗敎도 그 성립근거를 잃어버릴 것이다. 한편 因에서 果로의 進行이 必然이 아니라 어느 정도 自由를 포함하고 있는 因果를 [目的的精神的因果]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目的을 달성함에 있어서는 願行의 因에 의한다고 하고 있다. 거기에서 行과 目的의 果는 必然關係에 있기는 하지만, 願에는 自由性을 포함하고 있다. 불교의 因果에서 그 중심을 이루는 流轉·還滅의 兩因果에는 자유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外道의 善因善果·惡因惡果에 대해서 因是善惡·果是無記·善因樂果·惡因苦果라고 하는 주장은 因果를 설하면서 자유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하나의 善因은 感果할 때까지는 必然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 感果하면 그 善은 완전히 無力하게 되어 다음의 因을 생기게 하는 因을 행함에는 자유로운 입장이 허용되는 것이다. 물론 완전한 자유는 아니라, 樂 또는 苦에서는 善惡과 깊은 關係가 있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자유는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目的的精神的因果에 의하지 않고서는 廻向思想 뿐만 아니라 異熟因果27)나 代受苦思想 등을 이해하기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이 目的的精神的因果의 自由性이 어디에 근거하는가 하는 데서 앞서 말한 廻向可能의 根據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人間의 目的意志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願心의 自由性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因果律에서 말한다면 必然性만 있는 게 아니라 自由性까지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願心이라고 하는 것은 非存在를 存在化하려고 하는 意欲이다. 現前의 存在에 충분히 만족하는 경우에는 願心은 생겨나지 않는다. 現存在에 不滿을 가지고, 現存在가 아닌 것을 存在하게 하려고 하는 바에서 願心이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願心이라고 하는 것은 非存在를 存在化하게 하려는 意欲이고, 無를 有로 만들려는 意志이며, 거기에서 願이라고 하는 것을 生出해 낸다. 이러한 願心은, 인간에 있어서는 많은 制約이 따른다. 앞에서 考察한 바대로 인간은 有限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願心도 有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願心의 自由性이라고 해도,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자유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願心의 완전한 자유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親鸞은 그것을 無限한 存在인 如來의 願心에서 찾았던 것이다. 따라서 親鸞에 있어서 廻向은 人間願心發露의 廻向이 아니라 如來願心發露의 廻向, 즉 他力廻向을 주장했던 것이며, 이 廻向이야 말로 絶對無限의 功能을 가졌으므로 他力廻向에 의하지 않고서는 淨土往生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親鸞은, 救濟의 因果는 모두 如來가 成就한 것이라고 하는 것을 {敎行信　} [證卷]에서 [혹은 因, 혹은 果, 一事로서 阿彌陀如來의 淸淨願心이 廻向하신 바가 아닌 것이 없다]라고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을 통해서 볼 때, 救濟는 어디까지나 如來의 獨用이고, 衆生의 自力的行은 아무런 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衆生은 전혀 이것에 關與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救濟思想의 必然的展開로서 도달해야만 하는 境地이다.

Ⅳ. 救濟의 現代的解釋

人生에 있어서 宗敎에 依支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두 가지 있다고 한다. 그것은 現狀에 대한 不滿과 未來에 대한 不安이다.28) 이러한 不滿과 不安의 克復, 이것이 救濟이다. 宗敎를 [神과 人間과의 關係]29)라고 定義한다면, 宗敎에 依支한다는 것은 神과 人間이 관계를 맺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救濟는 神과 人間이 關係를 맺음으로써 가능하게 되는 것이고, 그 關係에 따라 宗敎의 眞實性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神과 人間과의 관계의 重要性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이러한 神과 人間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西田幾多郞의 말을 빌리고 싶다.

[만약 神과 내가 그 根底에 있어서 本質을 달리하고, 神은 단순히 人間以上의 위대한 힘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것에 향해서 秋毫도 宗敎的動機를 찾아 낼 수가 없다. 혹은 이것을 두려워해서 그 命에 따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이것에 아첨해서 福利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利己心으로부터 나옴에 지나지 않고, 本質을 달리하는 것의 相互關係는 利己心外는 成立할 수가 없다. (中略) 神과 人間은 그 性質을 같이해서, 人間은 神에 있어서 그 根本에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모든 宗敎의 根本的思想이고, 이 思想에 基礎함으로써 비로소 참된 宗敎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30)

이와 같이 人間이 神의 根本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모든 宗敎의 根本的인 思想이며, 이것은 참된 宗敎的關係를 성립시키는 根本土臺이기도 하다. 그리고 人間이 救濟받기 위해서 自身의 善根福德을 쌓는 것은 利己心의 發露이고, 神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이러한 宗敎의 定義에 그대로 부합하고 있는 것이 바로 親鸞의 宗敎이다. 一切衆生으로 하여금 如來의 本願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淨土眞宗인 것이다. 말 그대로 [同入彌陀大願海]이다. 그러나 如來의 本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衆生 스스로가 自身의 힘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如來의 本願力에 의한 것이다. 如來가 廻施해 주신 大悲心이 名號로써 衆生에게 작용되어, 비로소 나의 信心이 淸淨眞實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信心이라고 하는 것에 있어서도, 信心이 나에게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나로부터 일어난 것은 아니다. 요컨대 信心의 獲得은 나의 努力이나 나의 힘으로 獲得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如來가 如來自身을 나를 통해서 確認하고, 나에게 있어서 成就하려고 하는 如來의 作用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信心을 통해서 如來의 本願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救濟인 것이다.
따라서 親鸞敎學에 있어서는 信心以外에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信心은 自力의 邪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물론이다. 現世利益을 위해 神에게 祈禱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쓸데없이 往生을 목적으로 念佛하는 것도 참된 信心이 아니다. 佛敎뿐만 아니라 基督敎에 있어서도 단순히 神의 도움에 依支하고, 神이 내리는 罰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것은 참된 基督敎가 아닌 것과 같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利己心의 變形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이러한 利己心을 打破하는 것, 즉 我執·我所執의 分別을 如來의 妙用에 의해 超越하는 것, 그것이 바로 親鸞敎學에 있어서의 救濟이다.

1) 이 때는 無明은 그대로 있지만, 더 이상 無明으로서의 作用은 하지 못한 다. 大乘佛敎思想에서 보이는 [不斷煩惱得涅槃]의 論理와 相通한다고 볼 수 있다.
2) 善導, {觀經疏} [散善義], (眞宗聖敎全書)(一) p.534
3) 親鸞, {敎行信　} [信卷], (眞宗聖敎全書)(二) pp.59∼60
4) {歎異抄}, (眞宗聖敎全書)(二) p.774
5) [要門]이라 하는 것은 念佛 이외의 여러 가지 修行에 의해서 往生하는 것을 설한 方便의 가르침을 말하는데, 假門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第十九願의 가르침의 本旨로서, 阿彌陀佛의 淨土(報土)의 邊地에 태어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要門에 의한 往生을 [雙樹林下往生]이라고 한다. 이 것은 化土의 往生을 말한다. 그리고 [眞門]이라 함은 第二十願의 가르침 에 의해서 往生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自力의 念佛에 의해서 往生을 이루는 方便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要門과 마찬가지로 淨土의 邊地 에 태어나는 化土의 往生인 것이다. 이 眞門에 의한 往生을 [難思往生]이 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親鸞은 [弘願門]을 주장하는데, 弘願門이라고 하는 것은 選擇本願이라고 하 는 第十八願의 眞實의 가르침을 말한다. 이것은 他力 의 念佛에 의해서 眞實의 報土에 往生 한다고 하는 가르침이다. 이 第十八願의 往生을 [難思議往生]이라고 한다. 그리고 第十九願 → 第二十願 → 第十八願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三願轉入]이라고 하는데, 親鸞은 三願轉入을 念佛者가 眞實報土에 往生하기 위한 必須過程이라고 보고 있다.
6) 他力이라는 말은 梵語 [Paratantra]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 dependent on something else]의 뜻이 있는데, [뭔가 他의 것에 依支한다 ]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의 힘을 認定하지 않는 입장이고,

즉 自我를 否定 한 無我의 입장에 있어서야 말로 비로소 그 뜻이 성립되는 것이다. 즉 他力이라는 것은 오히려 緣起法의 力用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 각해 보면, 他力의 同義語로서 佛力·本願力·加被力·利他 등의 말이 經論에서 보여지는 것도 모두 大乘佛敎의 緣起·無自性空의 논리를 기반으 로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桑原淨昭, [他力廻向論理成立の淵源に關する一考察], {印度學佛敎學硏究}19-1號, (東京, 1970) pp.152∼153 參照.
7) 廻向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語는 pari ma 또는 pari man 이다. 이에   대응하는 팔리語 pari ma는 팔리經典에 있어서 消化·變化라는 의미와 轉移하는 것·方向을 바꾸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 외 팔리 經典에서 廻向의 의미로 사용된 用語 disati가 있는데 그 내용은 大乘佛敎와 마찬가지로 功德의 轉移를 의미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梶山雄一, [ 廻向, 功德의 轉移와 轉化], {佛敎硏究}1卷, 韓國佛敎硏究院 (서울, 1985) pp.51∼52 참조.
8) {行卷} [正信偈], (眞宗聖敎全書)(二) p.45
이 文을 통해서 親鸞이 말하는 廻向은 [他力廻向]이라는 것을 알 수 있 다. 他力思想과 廻向思想은 모두 大乘佛敎의 緣起·無自性空의 論理를 기 반으로 한 것이다. 다만, 他力思想은 緣起法의 力用이라는 側面에서 展開 된 것이고, 廻向思想은 行者의 行相으로서 展開되어 왔다. 따라서 兩思想은 결코 同一的인 次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親鸞 의 登場으로 兩思想은 他力廻向思想으로 融合·歸一되었던 것이다. 여기 에 대해서는 桑原淨昭, 앞의 논문, 參照.
9) 親鸞, {唯信抄文意}, (眞宗聖敎全書)(二), p.630
10) 바다에 있어서, 물(水) 그대로가 파도(波)이고, 파도를 떠나서 물이라는 것은 없다. 따라서 파도 그대로가 물인 것이다.
11) 絶對無·離言眞如·法性法身의 世界를 [第一次形而上的世界]라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依言眞如·方便法身의 世界를 [第二次形而上的世界]라고 부를 수 있다. 그래서 救濟의 法則은 [第一次形而上的世界 → 第二次形而上的世界 → 現實界]라고 하는 메카니즘에 의해 作用하고   있음을 Ⅱ장에서 밝히고 있다.
12) Spinoza의 [樣態] 槪念.
13) 親鸞, {唯信抄文意}, (眞宗聖敎全書)(二), pp.630∼631
14) {歎異抄} [後記], (眞宗聖敎全書)(二) p.792
15) 曇鸞, {往生論註}, (眞宗聖敎全書)(一), pp.336∼337
16) 凡夫인 나는 法性이 어떤 것인지를 모른다. 對應關係에 있어서 淨土를   願生할 뿐이다. 名號와 光明의 因緣에 의해서, 往生의 決斷을 하는 그것 은 煩惱의 불(火)이다. 얼음(氷)도 또한 煩惱이다. 煩惱의 불을 태우면,   얼음은 녹아서 菩提의 물이 된다.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면, 그 물에 의 해서 往生하고 싶다고 하는 煩惱의 불도 저절로 꺼져서, 法性의 一味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曇鸞, {淨土論註}(下),
17) 註5) 참조.
18) {信卷}의 [欲生釋]에 의하면, 親鸞에 있어서는 欲生마저도 [내가 往生하 고 싶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如來의 부르심]이라고 주장한다. 이것 은 [二河白道의 譬喩]에서 衆生이 [彌陀의 招喚]과 [釋迦의 發遣]을 받 아들이는 마음을 欲生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解釋을 통해서도 親鸞이 他力的立場에 徹頭徹尾했슴을 알 수 있다.
19) 三心卽一心에 대해서는 拙稿, [親鸞의 信心觀 - {敎行信　} [信卷]을 中心 으로-], 東亞大碩士學位論文 (釜山, 1996) pp.14∼22 參照.
20) 여기에 대해서는 拙稿, 앞의 논문, pp.23∼31 참조.
21) 親鸞, {信卷}, (眞宗聖敎全書)(二) p.73
22) 上同
23) 六趣란 地獄·餓鬼·畜生·修羅·人間·天上의 여섯 世界로서 衆生들의 生存方式을 말하는데, 六道라고도 한다. 그리고 四生이란 胎生·卵生· 濕生·化生을 말하는데, 이것은 一切衆生의 出生形態를 나타낸 말이다. 따라서 六趣四生이란 迷惑한 世界를 總稱하는 말이다.
24) 慧遠, {大乘義章}卷九, [大正藏]44卷, p.636下 ; [　向義三門分別 (中略)      一菩提　向, 二衆生　向, 三實際　向]
25) 여기에 대해서는 梶山雄一, 앞의 論文參照.
26) 桐溪順忍, [救濟と因果], {印度學佛敎學硏究} 4-1號, (東京, 1956) pp.24      5∼248 參照.
27) 異熟이라는 것은 異類·異時에 成熟한다는 의미로, 行爲의 結果, 道德的 인 意味의 結果를 말한다. 異熟因이라는 것은, 異熟의 因이라는 의미이      고, 道德的인 意味로의 原因이다. 앞에 행한 善 혹은 惡의 行爲(業)에 의      해서, 뒤에 마음에 들거나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를 얻는다고 하는      因果關係에 있어서 原因을 異熟因이라 부르고, 結果를 異熟果라고 부른      다. 이 경우 因은 善 또는 惡이지만, 果는 無記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中      村元, [因果], {因果}(佛敎思想 3), 平樂寺書店 (京都, 1978) pp.24∼28      參照.
28) 田中敎照, {親鸞の宗敎}, 山喜房佛書林 (東京, 1998) p.25 參照.
29) 西田幾多郞, {善の硏究}, 岩波書店 (東京, 1992) p.214 參照.
30) 위의 책, pp.214∼216 參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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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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