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佛敎信行의 과제]에 대한 논평

김영미
이화여대 교수

정철호 선생님께서는 오늘날 한국 불교계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염불신행과 신앙공동체로서의 結社에서 찾고 계신 듯합니다. 저도 기본적으로는 정선생님의 논지에 동감하면서, 부연설명되면 선생님의 논지를 더욱 보강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하고자 합니다.
첫째, 선생님께서는 재가신자들이 정토신앙을 실천하기 위해 먼저 올바른 願을 정립해야 하며, 보편적 진리를 구현하기 위해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중생을 먼저 구제하겠다는 行이 뒤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행으로서 직업을 중시하고, 노동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은 아미타불의 무한한 대비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단순한 염불의 실천만이 아니라 염불자의 직업인으로서의 태도를 강조하신 점은 우리의 현실과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나의 노동이 이타행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더 부연설명 해주신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수행방법으로 염불, 예배, 찬탄, 귀의 등을 중시하는데 비해 선생님께서는 이타행의 대승보살도 실천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여기에서 중국 정영사 慧遠이 정토왕생의 실천행으로서 세속 일반의 도덕과 계율을 지키고, 自利利他의 善을 행하는 것도 중요시하였던 점을 상기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도 이처럼 폭넓은 의미의 실천행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둘째, 선생님께서는 신앙공동체로서의 염불결사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통일신라시대 전후의 민중들의 종교실천행은 감동을 주지만 고려나 조선으로 넘어오면 종교의 신앙심은 퇴색하고 自力禪의 화두만 넘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승려들의 경우 선 중심으로 변화해간 사실을 일부 인정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일반 민중들의 신앙은 아미타정토신앙, 내지 염불신앙에서 크게 변화한 것 같지 않습니다.
태종 6년(1406)에 해남 竹山縣에서는 염불향도 58인이 埋香했으며, 세종 31년(1449)에는 念佛香徒를 처벌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조정에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즉 朱儉同 등이 여염에 불당을 짓고 금을 칠해 불상을 만들고 燈籠과 징, 북 등을 갖추고 있음을 탄핵하자 국왕과 일부 관리들은 염불향도의 유래가 오래되었으며, 그들 외에도 염불향도가 곳곳에 있으므로 그들만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에도 염불하는 사람들의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조선시대에 만들어지는 佛畵에서 "願以此功德普及於一切我等與衆生當生極樂國同見無量壽皆共成佛道"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있으므로, 이들 불화 앞에서 아미타정토 왕생을 기원하는 신앙의례들이 행해졌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봉사와 吾魚寺에서는 염불결사가 19세기, 20세기초까지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결사의 일원이나 개인적인 염불신앙자를 막론하고 齋 등의 신앙의례를 통한 자신의 사후 극락왕생만을 기원하였을 뿐 사회와의 관계 및 이타행의 실천을 도외시했던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에 불교가 탄압 받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성종때 대사헌 한치형의 상소문에 의하면, 당시 社長들이 무리를 모아 사람들을 미혹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장사하는 것이 그들의 업이고 속이는 것이 그들의 마음인데도 한결같이 아미타불만 하면 佛道를 이루고 죄악을 없앤다고 생각하여 바로 社를 大都의 여염에 세우고 念佛所라고 칭하면서 그 業次를 버리고 분연히 무리를 모아 緇衣緇冠하여 남자는 동쪽으로 여자는 서쪽으로 하니 그 형상을 보면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며 그 거처하는 것을 보면 절도 아니고 집도 아닙니다. … 아침에는 장사하며 속이는 행동을 하고 저녁에는 부처에 의지하여서 그 죄를 소멸한다면, 무릇 十惡을 범한 자로서 누가 한결같이 염불하여 그 죄를 면할 수 없겠습니까? 이와 같이하여 마음을 구할 수 있고 成佛할 수 있으며 악을 소멸할 수 있다면, 이는 누구를 속임입니까? 하늘을 속임이 아니겠습니까?({성종실록} 권10, 성종 2년 6월 8일 기유)

위의 기사로 미루어본다면, 결사 및 신앙자들의 신앙활동이 불교의 근본정신을 구현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죄의 소멸과 사후의 극락왕생만을 기원하였던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력적인 禪의 실천이 조선시대 불교의 전통이었고, 그것이 오늘날 불교계의 병폐가 되었다고하는 분석은 달리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불교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근본정신과 염불결사의 사회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