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佛敎信行의 과제
-在家佛敎의 입장-

        
                                                      정 철 호
동아대학교 강사


  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懺悔 - 신앙의 전제                  
Ⅲ. 淨土門에서의 念佛과 信行           
    - 신앙의 내용                      
Ⅳ. 結社 - 사회적 행위
Ⅴ. 淨土의 念佛行에 대한 방편의 문제
    - 정토문의 일반적 오해에 대한 입장
 Ⅵ. 맺음말

 


Ⅰ. 들어가는 말

우리 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지 16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불교는 교단과 수행의 방법, 거기에 따른 종파, 그리고 재가신자의 신앙형태 등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진보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지만, 불교의 근본 정신을 망각하고, 중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하지 못한 行態들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강건기 교수는 한국 불교의 오늘의 모습은 시대의 흐름과 중생의 아픔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근거를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오랫동안의 분규로 인한 종단의 불안정을 들 수 있다. 오랫동안 사회의 등불이 아니라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었고 그 잔재는 아직도 남아 있다. 둘째, 正體性에 혼동이 있는 것 같다. 通佛敎的 전통이 강조되면서도 실제는 禪宗 특히 臨濟禪의 전승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수행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話頭禪만 최상의 수행이라 여겨지는 속에서는 수행이 보살의 바라밀로 승화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과는 생활과 대중으로부터의 遊離이다. 셋째, 불교의 기본에 대한 바른 교육의 결핍이다. 불교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것이 다른 종교에 비해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부재했다. 그런 결과로 많은 불자들의 信行이 보살의 삶과는 먼 祈福에 머물고 있다"1)고 하였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각 국가는 통치체계의 많은 부분을 불교와 연관시켰다. 그러므로 삼국시대의 불교는 정권의 담당자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 때의 불교는 아무래도 서민적이라기 보다는 귀족적이고 관념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교의 근본 정신은 上求菩提 下化衆生에 있고, 중생구제의 측면에 노력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불교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자각의 출발점에서 진정한 한국 불교의 시작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4세기 중엽 이후에 이미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오고 있으며2), 백제도 고구려 보다 12년 뒤늦은 384년 마라난

타가 전한 불교를 백제의 왕실에서 영접하고 있다.3) 그리고 신라는 이차돈의 순교를 기점으로 527년에 공인된다.4) 이들 시점으로 불교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지만, 대체로 국가주도형의 종교가 형성되었다. 그 이유로는 국가의 정책적인 까닭도 있었겠지만, 시기적으로 일반 모든 국민들에게 佛法의 실천적 측면이 포용되기에는 그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불교가 우리 민족의 종교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익중생이라는 대승의 본래적 의미에 충실한 실천가들의 출현을 필요로 한다.
인도에서도 부파의 소승불교도들이 戱論에 가까운 형이상학적 논변에 취해 있을 때, 많은 대승보살들이 불교의 혁신을 일으켜서 불교의 근본 정신을 살려냈던 것도 중생구제라는 실천적 측면에 충실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자각은 새로운 대승경전을 만들게 되었고, 이 대승경전의 정신은 원시불교의 석가의 근본정신과 바로 연결되었다. 특히 {維摩經}에서 강조하였던 在家信者 중심사상은 대승불교가 가야할 한 축을 제시하였다. 대승이 소승과 가장 구별되는 기준도 중생에게 회향한다는 투철한 종교의식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불교가 가야할 진정한 목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불교의 근본적이고도 사회적이며 중생의 입장에서 불교를 실천한 대표적인 사람으로서는 元曉를 먼저 들 수 있다.5) 그는 다양한 경론을 독파하고, 그에 따른 論書를 집필하여 한국 철학을 빛나게 하고 있다. 그에게는 너무나 방대한 저술이 있으므로 그에 따른 평가도 매우 다양하다. 학자마다 그를 華嚴의 철학자로, 혹은 화쟁의 이론가로, 또는 唯識의 평가자로, 그리고 如來藏의 신봉가 등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당연한 것으로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내다보는 지금에서는 그를 文字의 그물에서 끄집어내어 살아있는 실천적 원효로 이해하여야 한다. 원효를 아미타불의 他力信仰의 실천가로 보고자 하는 것은 그의 淨土觀에서 한국 불교중흥의 길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가불교가 활동적이며 건강해야 한국 불교의 중흥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기에 원효의 사상을 실천적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원효가 우리에게 먼저 가르치고 있는 불교는 먼저 僧과 俗이 다르지 않는 居士佛敎이다. 僧은 僧 나름대로의 교단과 계율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교단을 유지하는데는 계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계율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계율을 위한 계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지금의 한국 불교교단의 戒律은 엄격하고, 매우 잘 정돈되어 있으나, 그것이 잘 실천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다소 우려가 있다. 僧은 자기혁신을 통한 자기완성이 그 첫째 목적이 되겠으나, 그 완성은 다시 중생들에게 回向되어야만 진정한 완성이 아닐까 한다.
원효가 戒를 초월하여 중생에게로 돌아온 것은 일체 중생들에게 그 福德을 전하고자 함이다. 원효는 재가보살을 지향함으로서 모든 중생들에게 利他行을 실천하였고, 이것은 곧 모든 이가 대상이 없으므로 一切行이 되며, 아무 조건 없이 行하였으로 無碍行이 된다. 높은 계율의 울타리 속에서 재가의 중생들에게 가까이 갈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재가의 불자들은 살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거짓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경쟁하며 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무한정 양보할 수도 없으며, 자기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고통을 그대로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이다. 자기의 주된 업종이 있기에 무한정 敎學이나 禪定을 통하여 높은 깨달음을 가질 수도 없으며, 주어진 현실이 매우 물질적이고 계산되어진 현상이기에 모두 허망하다하여 버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중생들이 가져야 할 信行의 자세는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그 방향의 그 범위가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재가의 신자들은 사회적 현상에 매우 민감하고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원효가 지적한 바와 같이 僧俗이 융화되는 그런 불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6) 이러한 융합의 불교를 이루어 내기 위한 한 방편으로 淨土門의 念佛道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21세기 재가신자의 信行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재가신자가 신앙을 가지기 위한 자세와 그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염불과 신행, 그리고 재가신자의 사회적 행위와 정토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에 대한 입장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필자는 작금의 불교를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불교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만한 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기에 이 과제는 한계를 가진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단지 이 글은 下品의 根器로서 淨土門의 念佛道를 선택한 필자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기술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생각들이 한국 불교의 방향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면 큰 기쁨으로 삼겠다.  

Ⅱ. 懺悔 - 신앙의 전제

모든 불교도들은 그들이 선택한 法道가 어떤 것이던 간에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실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자기 비판의 한 방법으로서 참회를 제시한다. 진실한 참회 없이 진실한 신앙이 생길 리가 만무하고, 혹시 그러한 신앙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기만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念佛道를 수행하는 자는 참회에 있어서 보다 투철해야 한다. 일본의 親鸞은 이러한 참회로서 "자기는 어떠한 중생들보다 惡人이며, 자기 스스로는 단 하나도 이룰 수 없는 무력자임"7)을 자각했다. 親鸞은 일본인들에게는 聖人으로 불려지는 사람으로 그가 유래 없는 惡人이었는지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지만, 우리가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투철한 자기 반성을 통해 진실한 신앙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참회는 진실한 신앙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다.
참회에 관해 원효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본래 (죄가) 없는 것이 지금 (죄가) 있게 된 것은 까닭 없이 생긴 것이 아니다. (죄) 지음도 없고 (벌) 받음도 없으나, 시간과 공간이 화합하여 그 果報를 받게 되는 것이다. 수행자가 끊임없이 그 實相을 사유하여 참회할 것 같으면, 四重罪8)와 五逆罪9)가 소멸되고 말 것이니, 마치 불이 허공을 태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게으름으로 뉘우침과 부끄러움이 없이 죄업의 실상을 사유하지 않는다면, 비록 죄업이 없다고 하나, 장차 지옥에 들어가게 될 것이니, 마치 환술로 만든 호랑이가 도리어 환술사를 삼키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깊이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시방의 부처님께 참회를 해야 한다. 참회를 할 때는 (거짓으로) 지어 하지 말고, 바로 참회의 실상을 사유해야 한다. 참회해야 하는 것이나 참회되는 것이 있을 수가 없는데, 어느 곳에 참회의 법이란 것이 있겠는가. 모든 業障에 대해 이렇게 참회하고 나서 六情의 게으름에 대해서도 반드시 참회해야 한다."10)
원효는 먼저 우리 중생에게는 죄가 없다고 한다. 중생은 바다와 같아서 원래 깨끗함의 一心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죄가 생길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원효는 {大乘起信論疏}에서 이것을 眞如門이라고 하였다. 중생의 본성은 이미 진여의 바다에 있으며, 이 바다는 하나의 맛으로 이루어진 절대 청정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죄와 벌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중생은 윤회의 시간과 三世의 공간에서 업을 받아 生滅의 세계에서 果報를 나타내게 된다. 이 果報는 生滅門이며, 生滅門은 마치 바다가 바람에 거칠어지듯이 순간적이다. 그렇다고 본래의 바다가 변한 것은 아니다. 거친 바람을 잠재우면 그 바다는 본래의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生滅의 바다는 이미 眞如의 바다에 속해 있다. 중생도 이와 마찬가지로 이미 진여에 있으나, 시간과 공간의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래는 죄가 없으나, 이 업보의 죄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생에게는 죄가 원래 없고, 죄가 없으니 벌도 있을 리 없으며, 죄와 벌이 없으니 참회라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출렁이는 바다가 바람에 의하듯이 중생도 생멸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바람을 잠재우지 못한 죄가 있는 것이다. 이 바람을 이겨내지 못한 중생의 게으름을 참회하자는 것이다. 죄는 없으나, 참회할 것은 있다는 원효의 생각은 중생은 이미 구제되어 있다는 그의 일관된 주장과 잘 연결되어 있는 名文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참회하란 말인가. 원효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와 중생이 無始이래로 萬物이 無生임을 알지 못하고, 망령된 생각과 뒤바뀌어진 생각으로 나와 나의 것을 분별하고, 안으로는 六情11)의 몸을 내세워 거기에 의지하고 분별하는 識을 내며, 밖으로는 六塵12)을 지어내서 그것을 실제로 있다고 집착하니, 이것은 모두 나의 마음이 지어낸 것임을 알지 못한다. 허깨비와 꿈과 같아서 영원히 취할 것이 없는데도, (幻夢)속에서 남녀 등의 모습 등을 헤아려, 모든 번뇌를 일으켜 자기자신을 속박하고 묶어서 오랫동안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헤어날 길을 구하지 아니한다. 차분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잠을 자고 있을 때 잠에 깊이 취해 자기의 몸이 큰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단지 그 꿈이 마음의 것인 줄 모르고, 실제로 물에 빠진 것이라 매우 두려워하다가, 아직 깨지 않은 채로 다시 다른 꿈을 꾸면서 '내가 본 것은 꿈이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心性이 총명한 까닭으로 꿈속에서의 꿈인 줄 알고, 물에 빠졌던 꿈에 대해서 (꿈인 줄 깨달아) 겁을 내지 않으나, 그래도 아직은 자기 몸이 침상 위에 누워 있으나, (그것을) 알지 못하고 머리를 움직이고 손을 흔들어 힘써 온전히 깨어나고자 한다. 온전히 잠에서 깨어나서 앞의 꿈을 돌이켜 보면, 물과 떠내려간 자기자신이 모두 존재하는 바가 없으며, 오직 본래대로 잠자리에 고요히 누워 있음만을 볼뿐이다."13)
이 부분의 원효 참회사상에 대해서는 정순일 교수의 상세한 해설이 있다.14) 그러나 필자는 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싶다. 원효가 말한 죄 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회해야 한다는 것을 종교의 근원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 싶다. 인간은 지금 有限者로서 한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영원한 無限者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공간적으로 이야기하면 지금 지구 그 중에서도 한국이라는 부분에 살고 있지만, 이 한국이라는 부분은 대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고, 시간적으로 말해도 현재의 시간 속에서 7∼8십년의 생으로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無始의 과거와 無終의 미래에 현세적 삶의 시간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종교의 본질이 출발한다고 여겨진다. 지금 현재 자기자신은 여기에 있어서 이미 無限者 속에서 살려지고 있다는 감정 속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를 直觀하고자 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無限者 속에서 살려지고 있는 한 인간은 죄가 있을 여지가 없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諸佛의 의지 속에서 살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도덕, 예술, 학문, 정치, 경제 등이나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서 여러 가지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일면 위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유한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들이다. 유한자들 간의 관계 속에서는 죄와 참회가 필요한 것이다. 원효는 무한의 관계 속에서의 죄 없음과 有限들간의 죄 있음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현실적인 참회를 하면서도 항상 인간은 무한과의 관계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고, 항상 자기가 무한 속에 있다는 근원적인 성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무한 속에서 빠져 나올 길이 없다. 그것을 인식하는 출발점이 참회이다. 인간이 아무리 自力의 業을 일구어 내도 돌아서 보면 모두 무한의 꿈속에 있는 것이요, 무한의 세계로 연결하여 보면 고요히 침상 위에 누워있는 유한자의 본 모습일 뿐이다.
이와 같이 참회는 무한한 것에 귀의하여, "절대 귀의의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사고의 전환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귀의는 절대 의존의 뜻이며, 佛子들이 예불 때 合誦하는 至心歸命이기도 하다. 그리고 淨土門에서 말하는 자기의 힘, 인간의 자력이 아니라, 우리 중생은 절대적으로 阿彌陀佛의 願力이라는 무한자의 품안에 있다는 신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올바른 신심은 바로 내가 유한자라는 사실, 무한의 그늘 아래서 그 어떤 것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참회에서 생기는 것이다. 나의 힘과 능력을 믿고 내가 무한의 그것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만 번의 아미타불의 명호를 칭명한다 한들 그것은 신심의 염불이 아니다. 참회는 무한의 원력이 우리의 마음속에 이미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하는 진실한 자기성찰이라고 생각한다. 석가의 깨달음도 우리의 마음속에 내적 우주가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 무한의 우주 안에 작은 자기가 연결되어 있고, 작은 자기의 一切의 行은 무한의 우주에 따르고 있다는 자각이 있음으로 진실한 무한에 대한 귀의가 시작된다. 신앙이란 우주 안에 있는 자기의 자각 같은 것, 자기가 무한 안에 있다고 하는 것에서 오는 現存在의 空無性의 느낌 등에서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무한의 것이 작은 자기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서 원효는 죄 없음을 말하고 있고, 現存在의 空無性에서 우리는 죄 있음을 자각하여 참회를 필요로 한다. 참회는 유한의 내가 무한의 절대에게 일체의 모든 것을 의지하고 맡기는 歸依의 마음 자세이다. 원효는 {大乘起信論疏}에서 특별히 歸命15)이란 말로 이것을 표현했는데, 이러한 마음 자세를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참회는 자기가 무한 절대에 의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자만심으로 시작하여, 객관의 모든 세계가 나로 말미암아 존재할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에서 진실한 신앙이 생기게 된다. 내가 무한의 절대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은 자신을 下下品의 중생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고, 이 下下品의 중생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한의 절대자의 원력에 의존하는 길  뿐이라는 신앙을 가지게 한다. 이러한 믿음은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외형의 신앙이 아니라, 투철한 자기자각을 통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원효는 이것을 특별히 信解라고 하였으며16), 이 信解17)야 말로 무한의 절대에 나의 모든 것을 맡기는 仰信18)의 바탕이 된다. 그리고 이 仰信에 와서 중생은 죄 있음에서 죄 없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미 죄 조차도 무한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참회는 헛된 꿈에서 벗어나 본래의 침상으로 돌아가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Ⅲ. 淨土門에서의 念佛과 信行 - 신앙의 내용

일반적으로 염불의 내용은 여러 가지로 다르게 파악되어 왔다. 마음을 안정해서 부처를 파악하고자 하는 염불, 佛德을 명료하게 識知함으로써 부처에 접근하려고 하는 意念, 그리고 佛名號를 불러서 부처의 섭취하는 바에 따르려고 하는 稱念 등이 있다. 앞에서 유한의 중생은 무한에 연결되어 있으며, 그 보은의 덕을 받고 있음을 얘기했다. 불교의 입장에서 말하면 중생의 삶과 그 모습은 佛願에 의존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念佛은 유한의 개체가 무한의 것으로 자력적 전환을 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자각에서 출발하였는데, 自力一切의 작용을 쓰지 않고 오로지 佛願의 作動을 우러러 바라는 길이므로 순수신앙으로서 대승의 기본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佛願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佛願은 아미타불의 근본 서원을 말한다. 아미타불은 無量光佛 혹은 無量壽佛로 漢譯되며 여기에서 말하는 光明이란 미혹을 파헤치는 지혜를 말하고, 수명이란 고뇌를 풀어주는 자비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미타불의 서원은 인간의 고뇌를 구제하겠다고 하는 자비심을 바탕으로 인간의 미혹을 푸는 지혜를 그 바탕으로 한다. 이 근본 서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경전이 {無量壽經}이다. {無量壽經}의 제 18원에서의 요점은 "부처와 정토를 念하는 자는 반드시 정토에 왕생케 하리라"19)는 것이다. 즉, 일체의 중생으로 하여금 平等寂滅의 淨土에 나게 한다는 것은 즉 成佛하게 한다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佛願이라는 것이다. 이 佛願은 분명히 이 生老病死의 세계에 고뇌하는 중생을 가엾게 여기시고 平等寂滅의 국토에 나게 하고자 願하는 것이므로 이 佛願에서 우리 중생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느끼며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佛願이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어떻게 생각하면 아미타불의 서원을 믿든 믿지 않든 우리에게 모두 그 길이 제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念佛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아미타불의 본원에 의해 이미 구제의 길이 열려 있으므로 신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양의 빛은 만물을 가려 비추지 않지만, 비추어 지고 있는 중생은 스스로 어둠을 만들어 그 빛을 피하는 것이다. 그 어둠의 장막은 바로 無明이며, 때로는 그 無明이 자기의 인생을 더욱 살찌게 한다고 생각하는 我見과 我慢이 충만한 세계이기에 신심은 더욱 필요하다. 무명의 중생들이 생각하는 我見과 我慢은 비록 순간적인 自足感은 줄지 몰라도, 그것은 무한과의 관계에서 단절된 無常한 것이므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아니다.
本願은 佛心의 표현이다. 그 표현의 언어를 듣고서 佛心의 진실을 의심하지 아니하는 것이 信心이다. 그러므로 信心이란 本願의 진리를 의심하지 아니하는 지혜이며 佛心에 내 마음을 그대로 던지는 감정 그것 이외의 다른 것은 아니다. 염불은 자력이 힘이 없다는 참회의 자각이 있는 자에게 아미타의 대비에 가장 진실 되게 다가가는 진실의 신앙이다. 그리고 염불은 佛의 大悲召還의 소리에 응하는 것으로서 또 本願에 주어지는 行이라고 풀이되는 것이다. 그리고 염불은 항상 우리들에게 遍照 되어 있는 것이므로 우리들은 그것에 응해서 참회가 되기도 하고,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 동정의 마음이 되기도 해서 우리를 구제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염불은 때와 곳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염불한다는 것은 아미타불을 불러서 자기자신이 듣는 것이므로 다른 뜻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遍照 되어 있는 자비의 은덕을 소중히 그냥 내가 받을 뿐이다. 염불은 敎學的이거나 形而上學的인 것이 아니라 현실 생활에 나타나는 실천적인 信仰行이기에 在家信者들이 위선이나 자기의 현실적 평안을 추구하는 기복의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염불은 善惡觀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善行을 전제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惡을 끊게 하고 善을 이루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惡을 끊고 善을 행하게 할 바탕이 될 뿐만 아니라 善惡에 대한 그 我執을 풀고 이를 정화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아미타불의 本願을 생각함으로써 善惡에 묶여 있는 사랑과 미움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念佛은 生死歸依의 行이며 佛國淨土에 나는 行이다. 苦樂에 집착하고 있는 중생은 無始以來로 그 薰習의 業障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란 참으로 힘들고 어렵다. 이것은 凡人이 아닌 聖人의 경지에 든 사람들도 오랜 사색과 수행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하물며 苦樂에 길들여진 우리들이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 중생이 이 業障을 벗어나는 길은 大悲의 他力뿐임을 念佛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러나 염불은 自利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佛國淨土에 왕생하는 것은 곧 우리들 자신이 구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自利가 되는 것이고, 成佛하여 還相의 德을 示顯하는 것은 뒤에 오는 자의 힘이 되는 것이기에 곧 利他가 된다. 그러므로 念佛은 대승의 가르침인 自利利他에 충실한 실천행이기도 하다.      
염불은 信仰과 연관되어 표출되기 때문에 불교사상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절대무한의 구제는 특수한 기적이나 신의 특별한 은총 등의 것으로 이해되어져서는 안된다. 신심의 근본은 절대무한의 구제를 平常態로 파악하는데 있다. 이 구제는 또한 인간이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해주고 싶다라는 따위의 구제와도 다른 것이다. 念佛은 인간 쪽에서 판단되어지는 기적이나 은혜나 이성의 측면에서 보여지는 구조 등의 의미와는 그 개념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인간 쪽에서는 전적으로 不可稱, 不可說, 不可思議한 것이다. 平常態가 구제라고 하는 것은 인간 이성에 의해서 이해할 수가 없는 그런 것임을 뜻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진실한 신앙이 나오며, 이러한 신앙에서 바로 다음의 順次生에 成佛하여 구제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달리 말해서 業報를 떠나서 절대의 無와 하나가 되면, 그 無가 平常態로써 절대의 구제의 작용을 한다라는 不可思議를 그대로로 떠맡기는 마음이 信仰이다.
念佛者가 念佛道에 의해서 구제 받는다는 것은 자기의 일생동안 일체의 외부적인 풍파의 고난을 이겨내고, 또 내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여 현실의 메마르고 냉엄한 맛을 체험하면서, 오로지 여래의 본원만을 믿고 念佛行의 한길을 살아가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길을 걸으면서도, 경전에 있는 淨土世界의 화려한 莊嚴을 동경하기보다는 오히려 메마르고 험한 현실 생활을 헤쳐 살아가는데서 크나큰 자유를 찾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것도 在家의 念佛者가 가지는 한가지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뒤에 직업과 연관하여 후술하고자 한다.
念佛의 외길은 장애가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진실한 한길에는 장애가 없다. 왜냐하면 자기의 삶을 무한 절대의 것에 맡기고 그 빛을 성실히 받고자 하는 것은 염불자 자신의 종교적인 실천을 통해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불자의 종교적 실천은 믿음을 향한 행동이다. 이것을 信行이라고 표현한다. 信行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淨土門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태혁 박사는 정토문의 특징을 6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구제자로서의 여래는 여래 스스로의 힘으로 중생을 구제한다. 곧 본원력의 힘이다. 이것은 보살로서 있었을 때의 서원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둘째 자비의 모습으로 중생에게 다가가는 應身이나 化身을 나타낸다. 셋째 不可思議한 부처님의 능력을 사변적으로 정리하게 된다. 이것은 法身, 應身, 化身의 三身說로 교리가 설해진다. 넷째 자비를 강조하게 되므로 그것이 극치에 이르러 觀音과 같은 여성을 상징하는 신앙이 일어난다. 다섯째 자비를 강조하므로 나보다 남을 구제하는 利他行이 앞선다. 그러므로 대승의 수행자는 현실세계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남을 구제하고, 열반에도 머물지 않고 한 사람도 남김없이 구제하겠다는 구제행이 이루어진다. 여섯째 자비를 강조하기 때문에 남의 죄나 고통을 떠맡아서 내가 고통을 감수하는 것을 이상으로 한다.20) 이것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本願力, 三身의 方便說, 慈悲라고 말할 수 있다.
정토문에서의 信이란 아미타불의 본원력을 믿는 데서 출발한다. 그 믿음의 기초로서 참회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참회가 정토문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본원력, 삼신, 자비 이 모든 것은 여래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 것이지 중생들이 무엇을 해야한다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중생은 오로지 信만을 가지면 된다. 그럼에도 行이란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行은 자력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難,苦行의 수행을 떠올리게 된다. 정토문에서도 行에 대한 설명이 많다. 淨土三部經에서 밝히는 淨土因果의 내용에는 凡夫衆生이 菩提心을 바탕으로 하여, 중생의 根器에 따라 그들이 해야 할 실천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淨土三部經과 그 주석서들에 나타나는 행의 분석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일반 재가자들이 올바른 정토신앙을 항상 가질 수 있는 실천행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가신자는 行을 실천하기 전에 먼저 염불자로서 願이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어야 하겠다. 현대사회에 사는 불교도들은 自他의 동시구제를 위해서 서방극락정토에 왕생하겠다는 願이 그것이다. 그리고, 나와 남이 따로 없는 보편적인 진리를 구현하기 위해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중생을 먼저 구제하겠다는 행이 먼저 따라야 할 것이다.  願行이 和合한다는 것은 정토에 왕생하고자 하는 원을 가짐과  동시에 저 세계의 아미타불을 至心으로 念하거나 稱名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을 말함이다. 그러나 일반 재가신자들은 이러한 원행을 계속적으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재가신자들은 일정한 직업을 통해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토문에서는 직업을 통해 신심을 갖추어 나가는 생활을 중요시한다. 불교 신앙에서는 직업을 가진 재가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출가자의 역할도 재가자의 직업과 연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은 정토문에서 말하는 還相의 자연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중생의 세계로 부처님이 자비를 베푼다는 還相에 있어서는 세속 생활에 있어서의 직업이 필수적이다. 노동을 통하여 타인을 돕고 있으니 利他行이요, 이러한 노동의 댓가로 자기와 가족의 안녕을 유지할 수 있으니 自利行이다. 노동은 自利利他의 大乘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이 된다.
불교에서는 직업을 통하여 생활해 나가는 것을 手苦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하는 것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토문에서는 이러한 고통을 知恩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있다. 知恩은 이루어 진 것을 이해하는 마음을 말한다. 즉, 아미타불이 일체의 중생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은 아미타불의 무한의 활동과 연계되어 있다는 믿음은 手苦의 차원을 넘어 知恩으로 확대되어 利他行의 참모습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직업을 통해서 일한다는 것은 아미타불의 자비의 행에 응하는 것이 된다. 노동은 佛恩에 대한 보은이 된다. 곧 부처가 회향해 준 은혜를 받들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부처에 대한 謝禮가 아니라 중생에게 돌려준다는데 知恩의 완성이 있다. 그러므로 노동의 성과에 의해서 가치가 생긴다고 하기보다는 거기에 반영된 大悲에 의해서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염불자의 직업관은 그 직업에 파묻혀 일에 중독 되어 기계화되는 그런 것을 말함은 물론 아니다. 노동을 인내로 생각하여 참고 견디어 가족을 부양한다는 금욕의 직업관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염불자는 이 두 극단을 피하여 노동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은 아미타불의 무한의 대비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겠다. 마르크스도 지적하였지만 노동의 세계가 단순히 유용성만을 가지게 될 때는 인간은 존엄성을 상실하고 거대한 관료제의 부속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합리성이나 합목적성에 묶여버린 노동인은 염불자의 노동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노동은 노동 없는 시간 뒤에 있을 즐거움에 의해서 구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노동 속에 있는 즐거움에 의해서 구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중생은 쉽게 피곤을 느끼며, 자기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직업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念佛者는 내가 下根의 인간임을 먼저 인정하고 나의 부족함을 아미타불의 원력에 맡기고자 맹서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산란한 마음이 생길 때는 나의 일에 대한 노동이 大悲의 遍照된 慈悲行과 같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중생의 淨土往生因은 至心으로 아미타불의 원력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이 지심은 염불자의 직업관에서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으며, 念佛이 우리 생활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하나의 근거도 될 수 있다.

Ⅳ. 結社 - 사회적 행위

결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분은 한보광 스님이다. 스님은 십수년 전부터 한국의 결사 운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여 불교의 실천적인 측면의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결사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대체로 불교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불교교단을 정화하고, 재가신자들이 힘을 합쳐 불교를 재건하는데 공통점이 있다. 지금의 한국불교의 상황을 볼 때 僧俗을 불문하고 결사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상태이다. 한보광 스님은 학문으로만 결사의 의미를 밝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결사운동을 실행하고 계신 분이기도 하다.21) 앞으로 이런 결사의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한국불교가 건강하고, 진실로 구제행이 충만한 종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신앙결사가 결성되는 원인은 교단의 부패와 僧風의 타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에 반성운동이 일어나고, 새로운 정풍 운동이 시작되어도 즉시 그 기운이 기성교단에 전달되어 개혁을 이루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미 교단은 관료제화 하여, 스스로 개혁하기에 비대하며, 그 개혁의 힘마저 스스로 상실하게 된다. 교단은 바로 승려의 집단이므로 교단의 부패는 반드시 僧風의 타락을 가져오게 된다. 승은 출가의 본연의 자세인 수행과 중생의 교화보다는 사원의 확대 및 보수유지에 급급하여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게 된다. 또한 교단은 종파나 門派 간에 세력 확장을 위하여 서로 대립하며, 정치권력과 야합하여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므로 결국 그들의 시녀와 같은 역할을 하게된다.22) 위의 표현은 일반적으로 신앙결사가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지금은 참다운 신앙의 결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결사의 시작은 중국의 廬山 慧遠(334-416)에서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혜원은 어지러운 시대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불교의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자 결사를 단행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결사의 의미는 정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구제를 받고자 했기에 신앙결사였고, 사회적으로는 교단을 정화하고, 僧과 俗이 나아가야 할 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정풍의 결사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결사는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郁面婢念佛西昇'條이다.23)   
{삼국유사}의 '郁面婢念佛西昇'條에 의하면 "景德王代에 康州에서 남자 신자 수십 명이 서방정토를 구하고자 州 경계에 미타사를 창건하여 萬日爲契를 약속했다."24)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계라고 표현되어 있으나, 다수의 학자들은 결사로 보고 있고25), 또 그 내용을 살펴봐도 결사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26) 여기서 신앙결사를 수행하는 날짜까지 밝히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萬日이라면 삼십년 가까운 세월이니 성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평생을 말함이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아미타의 본원에 의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그래서 이 설화를 만일염불결사의 원류로 보는 학자도 있는데,27)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설화의 역사성보다는 욱면비의 종교적 신앙에 더욱 감동 받고 있다. 이 설화의 내용을 축약해서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阿干 貴珍의 집에 계집종이 살았는데 그 이름이 욱면이다. 그녀는 많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염불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녀는 뜰 좌우에 긴 말뚝을 세워놓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으로 꿰어 말뚝 뒤에 매어 놓고 합장하여 염불했다. 하늘도 이에 감동하여 堂에 들어가서 염불하라고 하였다. 욱면은 당에 들어가서도 일심으로 정진하였다. 잠시 후 하늘의 음악 소리가 서쪽으로부터 들려 오더니 욱면은 몸이 솟구쳐 집 대들보를 뚫고 올라갔다. 그리하여 서쪽으로 가더니 郊外에 이르러 해골을 버리고 부처의 몸으로 변했다."28) 이 설화의 내용은 미타염불결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결사에 임하는 자에 대한

 신앙심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점이 더욱 감동적이다. 욱면은 계집종이므로 그 출신은 매우 비천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제일 먼저 現身成佛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 욱면은 칭명염불 외에 어떠한 방법으로도 구제 받을 수 없다는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그 정황으로 알 수 있다. 주어진 일만으로도 시간이 없었을 그녀에게 敎學의 지식은 무지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一念으로 往生을 원하면, 아미타불은 그 願을 攝하여 중생을 攝取한다는 내용이 정토사상의 그 어떤 측면보다도 신앙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합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손바닥을 뚫어 실로 묶어 칭명과 합장을 행하고 있다. 자기는 일관성 있게 합장하기도 부족한 존재임을 알고 있는 욱면은 실이라는 미미한 他力 조차 멀리하지 않는다.
지금은 모든 이가 의무교육 체제와 교육열, 그리고 정보의 매체의 활성화에 따라서 스스로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각 개인은 자기 나름대로의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인생관과 세계관으로 자기의 城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자기의 생각과 인생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我見과 我慢으로 충만해 있다. 그것이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진실한 종교관에는 많은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각 개인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그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통일 신라시대 전후에 나타나는 민중들의 종교 실천행은 욱면비 외에도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 많다. 이러한 모습은 고려나 조선으로 넘어오면 종교의 신앙심은 퇴색되고 自力禪의 話頭만이 넘친다. 고려와 조선의 이러한 모습은 마치 사막을 걷는 느낌이다. 물론 그 화두 뒤에는 화려하고 풍부한 오아시스가 존재하겠지만 이 삭막한 사막을 몇이나 건너갈까. 종교는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물도 있고, 다양한 꽃들이 만발하며, 갖가지 향기가 충만하여야 한다. 걸어가는 것이 곧 부처의 행이요, 도달하는 곳이 곧 부처의 나라이어야 한다. 걸으면서도 하나도 어렵지 않은 大悲의 願力으로 닦아놓은 길을 즐겁게 걸어가기만 하면 도달하는 그런 종교이어야 한다. 신라의 아름다운 정원이 사라지고, 삭막한 사막 위에 놓여진 수행에 얼마나 많은 중생들이 따를까. 삭막한 사막에는 서로의 共業을 존중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奇行과 祈福과 어려운 難行 만을 숭상하여, 중생 스스로 갈 수 없는 부처의 나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大乘은 함께가는 마차이며, 함께 가야만이 진실한 종교이기에 僧과 俗이 이러한 점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결사가 성립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내재하고 있는데, 한보광 스님은 네 가지로 분석하였다. 첫째는 국가의 정권 담당자가 스스로의 필요성으로 결사를 주도하는 것으로 화랑도의 신앙결사와 오대산의 화엄결사를 그 예로 삼았다. 둘째는 국가의 불교 탄압이며, 셋째는 교단의 부패이고, 마지막으로는 순수한 신앙공통체의 구성으로 보았다. 뒤의 세 가지는 민간 주도형으로 분류하였다.29) 현대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주도형의 결사와 국가가 불교를 탄압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나머지 두 가지의 입장에서 결사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단의 부패는 僧風의 타락을 동반하게 되는데, 진실로 수행을 정진하며 중생구도의 빛을 밝히는 자에게 참으로 큰 용기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작금의 몇몇의 명자승의 행태를 보면 불교의 이름으로 저렇게 타락할 수 있는가 하는 분노가 생긴다.30) 이러한 名字僧들을 깨우치게 하고 물리치게 하는 방법은 결연한 의지로서 결사를 단행하는 길이 유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불교의 현실로 볼 때, 승단의 각성 없이는 신자의 올바른 길이 정립되기는 어렵다.
재가신자의 각성은 신앙공동체의 구성에서 시작될 수 있다. 외부적인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진실한 신앙심으로 결사 하는 것은 오히려 僧團에 자극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결사의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는 한국불교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로 나타날 수가 있는데, 하나는 내적으로 수행이나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공덕을 쌓는 諸 行事인 佛事가 중심인 것도 있다. 이렇게 두 가지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사실은 전자가 진실하게 이루어진다면 후자는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도 신앙공동체는 자기의 직업을 가지면서 신앙심과 불사를 함께 이루었던 예가 있으며,31) 지금 현실적으로도 가장 재가신자들의 올바른 결사의 형태로서 나타날 수 있다. 한 예로 부산의 엄궁동에 소재하고 있는 자광원은 좋은 본보기이다. 자광원은 십수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순수한 재가신자들만으로 本院과 신행회를 유지하고 있다. 법사로는 박규상 선생님과 강동균 선생님 외에도 많은 분들이 염불로서 신심을 닦는 행사가 있고, 공장을 운영하는 김원철 사장님의 희사로 이층에 本院을 건립하여 그야말로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念佛信行會인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직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직장 생활 속에서 신행을 이루어 나가는 단체이기도 하다. 청년회에 소속되어 있는 신자들은 대부분 학생이며, 학업 속에서 신행을 이루고 있다. 도시 안에서 신행단체들은 대부분 한 두 분의 스님들이 禪院을 개설하여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자광원은 독특한 신행 단체임을 알 수 있다. 재가신자들이 스스로 결사하여 신행을 실천하는 바람직한 신행 단체라고 생각한다.

Ⅴ. 淨土의 念佛行에 대한 방편의 문제
- 정토문의 일반적 오해에 대한 입장

정토사상에서 염불이나 정토는 방편설로서 버려져야 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체로 이들은 자력수행을 강조하는 일반 불교의 그것과는 아무래도 융화하기 어려운 아미타불의 타력사상은 下根器의 중생들에게 제시된 허구적 관념이라고 오해한다.
석가가 樹下成道 후에 세간의 중생을 어떻게 보았을까. 아마 해탈한 불타의 눈에 비춰진 것은 미망 속에 갇혀있는 중생이라는 전 인류의 苦가 아니었을까. 석가는 범부중생의 미망이 제거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誓願이 자연히 일어났다. 이러한 바탕에서 佛의 가르침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즉 지금 미망에 갇혀있는 일체중생의 미망을 타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오에 의해 생기는 動向의 사실이 석가의 自他平等의 大悲이다. 이 大悲의 원류에서 보살의 본원이 생긴다. 정토신앙은 법장보살의 본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석가의 자타평등의 대비와 법장보살의 본원은 같은 것으로서 정토신앙은 석가의 그 본래의 動向인 대자비를 잘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법장보살의 본원은 범부중생이 구제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일을 위한 실천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러므로 본원은 아견과 아만의 제약이 없는 정각의 지혜로부터 나오고 있으므로 무한한 세계 속에서 무제한적으로 전 중생들에게 정각의 지혜가 편조되어 베풀어 영원히 본원의 대자비가 평등하게 비춰지고 있다는 것 곧, 壽命無量이요, 光明無量이다.
{無量壽經}에 설해진 다양한 정토묘사의 요점은 "법장의 본원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영겁의 수행을 거듭하여 거기에 그 본원의 수행에 대한 보답을 받는 세계가 실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겁의 수행이란 중생을 淸淨化하는 行이며, 이 行을 통해 생기는 報土가 곧 정토이다. 중생을 청정화하는 자비의 행은 진실한 것이며, 그에 따른 국토도 진실한 것이다. {阿彌陀經}에서 정토에서 阿彌陀佛이 지금 설하고 있다는 표현은(今現在說法32)) 本願과 정토가 靜的으로 굳어져 있는 세계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정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반도 無住處涅槃이거늘 本願의 淨土를 방편이라 버린다면 석고화된 佛만이 존재할 것이 아닌가. 정태혁 박사도 방편은 진실이라고 설명한다.33) 자비의 부처님은 化身佛이며, 이 化身佛은 거짓이 아니고 자비의 眞身이라고 하였다. 원효는 {法華宗要}에서 방편은 진실을 보여주는 묘법이라고 했다. "妙法은 마치 연꽃과 같아서 꽃으로 표현된 속에 진실한 이치인 씨가 들어있듯이 妙法은 說함에 너무도 그것이 깊으므로 그 진실함에 方便을 같이한다. 妙法이 깊고 크다는 것은 진실과 방편이 둘도 없고 다름도 없다. 말을 교묘히 나타냈다는 것은 방편을 열어서 진실을 보인 것이다."34) {無量壽經宗要}에서도 "生死涅槃 終無二祭"35)라고 하였다. 깊은 신앙으로 그 방편을 따라가면 곧 진실의 세계가 나타나게 되며, 그 신앙심은 다시 자비로 전환되어 방편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無始無終의 정토세계요,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정토의 모습이다. 捨敎入禪이니 진실은 唯心이니 정토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大乘의 佛敎'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에 한국의 禪佛敎를 포교하는데 헌신해온 숭산 스님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禪修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한 마음, 이것을 찾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참선이다. 마음 속 깊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열심히 수행하면 거울처럼 맑은 마음을 얻는다. --- 참선을 통해 거울처럼 맑은 마음을 얻으면 우리의 모든 일상 생활이 참선이 된다. 밥 먹을 때, 운전할 때, 테니스를 칠 때 오직 그것에만 몰두하는 것이 참선이다. 참선의 목적은 이처럼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어 안과 밖, 나와 남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것이 된다. 이것이 바로 참선과 깨달음의 진정한 의미이다."36) 숭산 스님의 禪觀은 정토문의 念佛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무한의 절대에서 유한의 내가 平等無二가 된다는 것이고, 절대의 무한의 이치를 받아 다시 중생에게 회향한다는 것이 自利利他라는 것도 같은 것이다. 단지 禪佛敎에서는 이러한 절대의 우주를 찾기 위해 참선을 수행하고 있으나, 정토문에서는 염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염불에서도 觀佛三昧 등과 같은 참선과 그 방법이 유사한 것도 있고, 칭명을 통한 염불도 있다. 참선의 수행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듯 염불의 과정도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어느 하나의 과정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信行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생각한다. 목적을 위해서 방편을 이용하고, 究竟을 이루어서 방편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투철한 의지는 선명하게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삶의 과정에서 볼 때는 삭막한 목적주의가 아닐 수 없다. 방편이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중생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칭명의 한 음성과 참선의 한 순간이 다 진실한 삶의 과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방편으로 究竟을 얻고, 다시 方便이 되어 回向할 때 대승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불은 자기의 입으로 나오는 자기의 소리임에 틀림없으나, 그 스스로 무엇인가에 존경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稱하면서도 자기의 것이 아닌 일면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아미타불이란 機(나)와 法(아미타불)이 하나로 된 佛凡一切의 절규이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아미타불과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것'이며, 有限의 내가 無限이 되어 平等無二가 된다. 염불은 종교체험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자기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진실한 염불은 스스로에 대한 我見이나 我慢이 사라진 무력한 한 존재로서의 자체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어떠한 종교의 체험을 하였건 간에 한쪽을 높다든가 깊다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종교에 의한 성취는 그 사람의 생활방식에 따라 그 종교적 자각의 진실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Ⅵ. 맺음말

현재 한국의 불교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여러 문제가 내재하고 있지만 불교도들이 올바른 신행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그 심각성이 있다. 속세를 떠난 부파불교를 재가신자들이 개혁하여 대승의 기틀을 잡았듯이 21세기의 한국불교도 건강한 재가신자들의 올바른 신행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단도 나름대로의 개혁을 하고 있지만, 재가신자의 의식전환과 실천모습은 교단 개혁의 시기를 더욱 빨리 당길 것으로  판단된다.
외향적 측면의 개혁을 위해서는 내재적 각성과 실천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佛性의 주인임을 깨달아서, 자기의 인격에 숨어있는 佛性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의 생명이 無明에 가려워진 중생이 아니라, 무량한 공덕을 갖춘 영원한 빛과 큰 지혜로 가득 찬 중생임을 각성하는 것이다. 불성의 힘은 대비의 본원력과 연결되어 무한한 창조적 에너지를 발할 수 있다. 이러한 힘은 물질과 정신을 둘로 구분하지 않으며, 세속과 열반을 둘로 보지 않는 不二의 창조력이 된다.
우리가 염불을 한다는 것은 내 자신만의 구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생명을 가졌든, 생명이 없는 것이든 간에 無常은 공통된 것이며, 이 무상을 극복하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다양한 방법 속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이 구제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모든 이에게 遍照되어 있는 대자비의 본원을 믿고 따르는 仰信의 길이 염불도의 신행이다.
인생을 업으로 이해하면 우주 속의 일체는 어떤 다른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으며, 모든 有情, 無情이 서로 緣起되어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며, 모든 것에 의존한다는 것을 이해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우리가 많은 有情과 無情에 의존하기 때문에 우리만이 가치 있는 것처럼 살 수 없음을 의미한다. 보다 가치 있는 信行은 옛날 석가가 緣起를 깨달아 인간 의미의 삶을 밝혔듯이 그러한 각성이 우리에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하는 것이다. 염불이 나 자신의 기복의 차원을 넘어 相依相關의 넓은 이해의 벽을 넘어설 때 신행의 참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참으로 다양한 종교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종교들 속에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저히 종교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며, 어려운 세상살이 속에서 말초적 말세 신앙들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윤리성이 결여된 사이비 종교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에는 기성 종교들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다. 많은 신자들이 있다고 자부하는 불교도 참으로 신자들이 참다운 신행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성을 해야한다.
염불도를 선택한 필자는 부처의 자비심의 으뜸가는 방편으로써의 염불이라는 易行道의 信行에 대한 솔직하고도 소박한 심정이 실로 귀중한 종교감정이라는 믿음이 있다. 見佛三昧 할 능력이 없다는 의식의 혼란과 자괴감에서 스스로 下品根器의 중생일 뿐이라는 각성이 무한의 자비에 빛에 내 몸을 맡기는 계기가 되고, 그러한 마음에서 종교의 본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21세기의 재가신자들은 스스로 참회를 통한 진실한 자기 모습을 찾아, 유한의 개인은 무한의 法體에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급한 숙제는 우리의 존재 근저에 무한한 自他平等의 본성이 엮어져 있다는 겸허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아무리 무지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교만은 있으며, 그 교만의 마음가짐을 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재가불자의 신행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각주모음

1) 강건기, [세계 속의 한국불교의 현황과 전망], {21세기 문명과 불교}, 동국대학교 개교90주년기념 세계불교 학술회의, 1997, PP.582-583. 강 교수는 한국불교의 부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히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인들의 창의적 전통을 들 수 있다. 이 땅의 선인들은 一乘의 진리로 하나가 되어야 하며 나의 완성과 함께 이웃, 국토의 완성을 함께 하는 보살의 行이 바른 佛子의 삶임을 강조하였다. 원효의 和諍과 還歸一心 利益衆生의 불교가 그러하며 禪,敎를 아우르며 自他兼濟를 강조한 지눌의 사상이 또한 그랬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선인들이 꽃피운 찬란한 문화유산을 물려받고 있다. 둘째, 이 땅에는 아직도 청정한 수행가풍이 살아있다. 한국불교, 나아가서는 오늘의 세계가 이만큼이라도 지탱되고 있음은 청정한 수행인의 힘이 적지 않다. 셋째, 지금 한국불교에는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뜻 있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결사운동이 그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불교가 생활 속에 살려지고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들에 힘입어 종단도 개혁의 횃불을 들고 '깨달음의 사회화'를 부르짖고 있다. 넷째, 불교를 바르게 알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불교방송과 불교 텔레비젼 방송국이 불음을 전하고 있다. 다섯째, 청소년 문제, 복지분야, 사회와 환경을 밝히는 일에 대한 불교의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위의 책, PP.583-584)
2) 鎌田茂雄著, 신현숙 역, {韓國佛敎史}, 민족사, 1991, P.34.
3) 위의 책, P.39.
4) 위의 책, P.44.
5) 원효를 재가불교의 입장에서 모범으로 삼는 것은 교학과 실천이 잘 조화를 이루어 중생이 佛法의 바다에 잘 들어갈 수 있게 한 이유에서이다.
6) 僧俗은 부처의 대자비라는 큰 틀에서 서로의 이상을 완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이 있으며, 수행방법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해탈이라는 목적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융화될 수 있는 것이다.  
7) 前田 龍, 田大錫 共譯, {歎異抄}, 경서원, 1997, PP.74-79.
8) 殺生, 偸盜, 邪淫, 妄語의 네 가지 罪를 말함.
9) 大乘의 五逆罪는 1)塔寺와 經像 등을 파괴하거나, 혹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거나, 그 행위를 보고 기뻐하는 것 2)聲聞, 緣覺, 大乘法을 비난하는 것 3)출가자가 佛法을 닦는 것을 방해하고 혹은 그를 죽이는 것 4)小乘의 오역죄(殺母, 殺父, 殺阿羅漢, 出佛身血, 破和合僧)중 하나를 범하는 것, 5)業報는 없다고 생각하여 행동하거나 그런 것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佛敎學大辭典, 홍법원, 1988, P.1111)
10) 元曉撰, {大乘六情懺悔}, 韓佛全1, P.842중-하. (本無今有非無因生 無作無   受 時節和合故得果報 行者若能數數思惟 如是實相而懺悔者 四重五逆無所   能爲 猶如虛空不爲火燒 如其放逸 無懺無愧 不能思惟業實相者 雖無罪性   將入泥梨 猶如幻虎還呑幻師 是故當於十方佛前 深生懺愧而作懺悔 作是悔   時莫以爲作 卽應思惟懺悔實相 所悔之罪旣無所有 云何得有能懺悔者 能悔   所悔皆不可得 當於何處得有悔法 於諸業障作是悔已 亦應懺悔六情放逸)
11) 중생을 말함
12) 色聲香味觸法을 말함. 이것은 티끌과 같이 마음을 더럽히기 때문에 붙혀   진 이름이다.
13) 元曉撰, {大乘六情懺悔}, 韓佛全1, P.842하. (我及衆生無始已來 不解諸法   本來無生 妄想顚倒計我我所 內立六情依 而生識 外作六塵執爲實有 不知   皆是自心所作 如幻如夢永無所有 於中橫計男女等相 起諸煩惱自以纏縛 長   沒苦海不 求出要 靜慮之時甚可怪哉 猶如眠時睡蓋覆心 妄見己身大水所漂   不知但是夢心所作 謂實流溺生大怖　 未覺之時更 作異夢 謂我所見是夢非   實 心性聰故夢內知夢 卽於其溺不生其　 而未能知身臥床上 動頭搖手勤求   永覺 永覺之時追 緣前夢 水與流身皆無所有 唯見本來靜臥於床)
14) 정순일, [大乘六情懺悔考], {元曉聖師의 哲學世界}, 대한전통불교연구원,   1989, PP.402-409. 정순일 교수는 이 부분의 해설에서 {大乘起信論疏}의   四覺(不覺, 相似覺, 隨分覺, 究竟覺)과 비교하여 분석적인 해설을 하고    있다.
15) 원효는 歸命을 {大乘起信論疏}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중생의 신체   는 一心(이라는 무한의 근원)에서부터 일어 났기 때문에 歸命이란 근원   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는) 근원을 등지고 바깥의   세계로 향해 흩어져 달려나가기만 한다. 이제 목숨을 들어 이 한 몸을    다 바쳐 그 본래의 일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歸命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 (又復歸命者還源義 所以者 衆生六根 從一心起 而背自原 馳散六塵    今擧命總攝六情 還歸其本一心之原 故曰歸命. {大乘起信論疏記會本}, 韓   佛全1, P.735상-중.)    
16) 信解는 일반적으로 믿어왔던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자기의 유   한성'에 대해 의심하여 새로운 믿음의 영역을 제시하는 단계이다. (拙論,   [원효의 정토신앙과 사상에 관한 연구], 동아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1997, P.65. 참조.)
17) 인간의 믿음을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知性(悟   性,Verstand)에 의한 것이다. 지성은 '의문'을 그 본질로 하는데, 의심하   는 과정을 거쳐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였을 때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了解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理   性의 기능으로서의 믿음이다. 이성은 지성에 대한 의심이 본질이다. 지   성의 주관성, 세속성, 유한성을 비판하고 검토하는 것을 말함이다. 이 이   성에 와서는 지성이 부정되며, 지성의 자기 만족을 철저히 부정하는 자   각으로서의 믿음이다. 세 번째는 仰信으로서의 믿음이다. 이 믿음은 자   기 긍정의 지성과 자기 부정의 이성과는 달리 자기 능력을 초월한 곳에   서 오는 믿음이며, 그래서 자기 능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믿는   믿음이다. 이것은 종교적 믿음이며, 믿음이 작용하는 원동력이 法(諸佛)   의 측면에 있는 믿음이다.(水谷 幸正, [如來藏と信], 春秋社, 昭和57,      P.123-125. 참조. -講座大乘佛敎6 {如來藏思想}에 수록-) 이와 같은 견   해를 인정한다면 신해는 지성의 단계를 넘어 자기부정의 단계이며, 앙신   은 이 신해를 바탕으로 생기는 자기 초월의 믿음이다.
18) 水谷 幸正 교수는 出家者는 수행을 중심으로 하여 신해로 전개되고,      믿음을 바탕으로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仰信이라 할 수 있다고 하   였으나, (水谷 幸正, 전게논문, PP.119-122. 참조.)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在家信者라고 하여 信解의 과정이 생략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해란   難修行이나 경전의 해석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참다운 自己 反省에   의해서도 信解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 제18 念佛往生의 願 - 說我得佛 十方衆生 至心信樂欲生我國 乃至十念    若不生者 不取正覺 唯除五逆誹謗正法 ({無量壽經}, 康僧鎧譯, 大正藏12,   P.268상)
20) 정태혁, [현대사회와 정토신앙], {정토학 연구} 창간호, 한국정토학회,    1998, PP.12-13.
21) 한보광 스님은 건봉사 만일염불결사를 여러번 성공리에 이끌었으며, 주   지로 있는 정토사에서도 결사운동을 이끌고 있다.
22) 한보광 [신앙결사의 성립배경에 관한 연구], {불교학보29집}, 동국대학   교 불교문화연구원, 1992. P.317.
23) 한국의 최초 결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많다. 화랑도를 결사체로    보는 학설이 있고(한보광 [신앙결사의 성립배경에 관한 연구], {불교학   보29집},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1992. PP.302-309), 화엄에 관한    결사도 있다.('台山 五萬眞身條', {삼국유사}, 大正藏49, P.998중)
24) {삼국유사}, 大正藏49, P.1012상. (景德王代 康州 善士數十人志求西方 於   州境創彌陀寺 約万日爲契)
25) 김문경, [신라 삼국시대의 불교결사운동], {史學志}, 제10집, 단국대학교,   1976, P.167. 한보광, [신앙결사의 유형과 그 역할], {불교학보}, 제30집,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1993, P.165.
26) 계는 그 모임의 성격이 종교적인 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이 강조   되고 있으나, 결사는 계에 비해서   그 종교적 신앙이 투철하고, 개인과   사회의 정화에 대한 의식이 투철하다.
27) 한보광, 앞의 책, P.165.
28) '욱면비염불서승', {삼국유사}, 大正藏49, P.1012상.
29) 한보광, [신앙결사의 성립배경에 관한 연구]. 참조.
30) 名字僧의 타락은 일일이 밝힐 수도 있으나, 보조국사 지눌의 탄식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지눌이 살던 시대의 상황을 지금 비추어 보아도 그렇   게 과장된 것은 아닐 듯 하다. "우리들이 朝夕으로 행하는 자취를 돌이   켜 보면 어떠한가. 佛法을 빙자하여 자기자신을 장식하고 사소한 이양의   길로 치닫고 있다. 풍진의 세상에 빠져들어 도덕은 아직 닦지 않고, 옷   과 음식을 낭비한다. 비록 出家를 하였다고 하나 어떻게 덕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아! 대저 三界를 떠나고자 하나 속세를 벗어난 수행이 없고    남자의 몸만을 따라서 장부의 뜻이 없다. 위로는 도를 널리 펴는데 어긋   남이 많고, 아래로는 중생을 이롭게 하지 못하며, 사이로는 네가지의 은   혜를 져버렸다. 지눌은 이러한 일을 한탄한지가 오래 되었다. (知訥撰,    {勸修定慧結社文},韓佛全4, P.698상.)
31) 욱면비 설화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32) {阿彌陀經}, 鳩摩羅什譯, 大正藏12, P.346하.
33) 정태혁, [원효의 정토왕생신앙의 교학적 근거와 특색], {정토학 연구},    한국정토학회, 1998, PP.93-96.  
34) 위의 책, P.93.  
35) 元曉撰, {無量壽經宗要}, 韓佛全1, P.553하.
36) 동아일보, 1999년, 6월, 16일. 4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