淨土敎와 文化藝術 |
홍 윤 식*
Ⅰ. 정토교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다른 교학에 의한 신앙형태에 대한 이해의 폭보다 훨씬 넓고 보편화되어 있다. 그리하여 일반 민중에 게는 불교라고 하면 정토신앙을 중심으로 이해되고 신앙되어져 있 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정토교와 그 신앙형태가 난해 하지 않고 오직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는 염불만 하면 극낙에 왕생할 수 있다고 하는 타력적 평이한 형태가 대중적 성격을 띄게 된데서 유래된 것이라 믿으나 더 나아가 아미타의 극낙정토에 대한 동경심이 신앙심을 더욱 심화시켜 나간데 그 근원적 요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아미타의 극락세계에의 동경심은 정토교로 하여금 예술의 세계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많은 정토교 예 술작품이 창작되어져 오늘에 전하고 있는 것이라 믿어진다. Ⅱ. 그러면 먼저 정토교예술하면 어떤 것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인가를 보자, 그것은 문학·미술·음악·연극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면에 서 단연 정토교예술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문학면에서 보면 현존하는 신라의 향가 중 願往生歌, 祭亡妹 歌 등이 모두 정토교적 작품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앙의례를 통하여 전하는 각종 발원문이 정토신앙을 바탕 으로 하고 있다는데 관심이 집중되어진다. 미술면에서 보면 전국의 어느 사찰을 가나 전통적인 대사찰이면 거 의 아미타전을 두고 아미타불을 조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따 른 아미타변상도 등의 정토교회화가 어떤 교학에 의한 불화보다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목을 깊게 한다. 그런 점에서 세 계적인 우수한 불화로 그 작품성이 돋보이는 오늘에 전하는 고려불 화도 거의 대부분이 아미타의 정토관계 불화란 것도 간과 할 수 없 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음악면에서 보면 그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데 관심이 보여진 다. 우선 불교가 전래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종 신앙의례는 구칭염불의례의 형태로 행해지고 있는데 이 같은 구칭염불의례는 「나무아미타불」의 염불을 입으로 염송하는 칭념염불이 음악적 형 식을 지니고 발전전개 되어지면서 모든 불교의례가 음악적 형식을 갖는 정토교적 염불의례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어진 것으로 믿어진 다. 그리하여 이 같은 음악적 형식을 지닌 염불의례는 정토신앙의 대중적 보급과 더불어 불교음악에서 일반 민속음악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예컨대 전래민요 중에 염불타령·자건염불·회심곡 등이 그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고 단 가 중의 보렴(布念)도 그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한편 기악곡으로서의 영산회상곡에 염불이라는 악장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정토교적 음악의 장르로 주목해야 할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연극면에서 보면 정토교적 신앙의례 그 자체가 연극적 요소로 구성 되어 있다는데서 우리 전통연극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 믿어진다. 즉 우리의 전통 연극은 Happy End로 끝난다는 plot을 지 니고 있는데 이 같은 구성요소는 정토교의 신앙의례에서 영향을 받 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토신앙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일반 민중과 친밀감을 유지해 왔고 정토교의례의 구성요소 가 고뇌에 찬 범부의 세계에서 극락세계를 추구해 간다는 구조를 지니는데 결국 종국에 가서는 극락세계에 왕생한다는 Happy End 로 종결을 맺고 있음이 그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정토교의 신앙형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염불이고 이 와 같은 염불수행을 통하여 고뇌에 찬 범부의 사바세계에서 우리가 동경하는 극락세계에 누구나 쉽게 왕생할 수 있다는 즐거운 마음이 널리 민중의 세계에까지 확산되면서 정토교는 폭 넓고 심오한 예술 의 세계를 그 어느 교리에 의한 종파보다도 활짝 펴 나갈 수 있었 던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면 이같이 정토교가 지닌 예술적 성향은 교리적인 면에서 보면 어떤 근거에서 유래된 것인가를 밝혀보지 않으면 안된다. Ⅲ. 대승불교가 발달하면서 각종 영역에서 문화예술이 발전되어 갔다고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하여 불교가 전래되는 곳에는 종교로서 의 불교만이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이 따라서 전래됨에 의하여 그 지역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불교를 가장 먼저 수용한 고구려가 고대국가로서 가장 먼저 발전하고 제일 늦게 불교를 수용한 신라가 제일 늦게 발전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널리 인식되어 있다. 그렇다 면 불교는 왜 그와 같이 문화예술의 발전을 수반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한다면 대승불교가 표방하는 불국토를 이 땅에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 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기본 목표는 동체대비를 바탕으로 한 보살의 서원력과 수행을 통하여 불국토를 건설하고 그 같은 불국토에서 중생을 구제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불국토는 대승경전의 초기 경전인 반야경에서 淨佛國土라 하게 되어 있으나 이를 줄여서 淨土 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淨土라고 하면 이상과 같은 넓은 의미 의 정토를 생각할 수 있으나 교학적인 면에서 정토신앙이라고 하면 아미타여래의 불국토인 극락정토에 왕생함을 목적으로 하는 신앙형 태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토교와 정토신앙도 아미타여래의 극락정토를 지칭 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같은 극락정토신앙이 특히 문 화예술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은 다음과 같은 敎義的 인 바탕에 근거하는 것임을 밝히고져 하는 것이다. 모든 대승경전의 구조가 보살이 그의 서원력을 바탕으로 수행하고 그 같은 수행력에 의하여 건설되어진 불국토에 중생을 구제하는 것 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아미타의 정토경전 이외의 대승경전은 보 살의 서원력에 의한 수행의 과정이 방대하고 그 결과 성취되어진 불국토의 장엄에 대해서는 극히 간략하게 기술하거나 아니면 무량 수경이 설하고 있는 바와 같다고 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아미 타여래의 극락정토를 설하는 무량수경에 의하면 오히려 보살의 서 원력과 그에 의한 수행은 간단한 경과조치로 간단히 설하고 그에 의하여 성취되어진 불국토의 아름다운 세계를 너무나도 상세히 설 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야 말로 極樂世界임을 상세히 설하 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極樂의 莊嚴을 主題로 한 것이다. 그 모 든 것이 예술의 세계를 상세히 설하고 있다. 즉 그 곳에는 미술의 세계가 있고 음악의 세계가 있고 연극의 세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서술방법은 훌륭한 문학의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그리하여 누 구나가 다 그 세계에의 동경심이 울어나 願往生 願往生 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극락세계에는 풍요롭고 편안하고 아름답고 많은 人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윤회의 세계는 없고 보석으로 깔려진 평탄한 대지는 칠보로 장식되어 있고 각종 아름다운 수목이 번성하고 언제 나 아름다운 향기가 나고 바람이 불면 妙音을 발하여 음악의 세계 를 연출하고 또한 대지에는 아름다운 강이 있어 아름다운 향내를 내고 물 흐르는 소리는 묘음을 발한다고 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면 극락의 세계는 樹林과 池水로 장엄되어져 있는데, 그 아름다운 모습과 그를 관통하는 묘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데 서 미술적 소재와 음악적 소재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佛의 妙音을 듣는 者는 바로 淨土에 태어나고 本願 의 소리를 念하는 者는 바로 정토의 德을 얻게 된다고 하고 있음에 서 염불에 바탕한 불교음악의 발전적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 믿어져 주목을 끌게 한다. 극락의 정토는 아미타여래가 법장보살의 서원력의 성취에 의하여 이룩된 초자연적 정신적 세계임에 틀림없으나 불전에서 說하고 있 는 극락세계는 극히 自然的인 현실세계를 묘사하고 있다는데 주목 을 끌게 한다. 이와 같은 현실적 표현은 대승불교가 지향하고 있는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는 대승적 정신의 요청과 잘 부합되고 있으나 정토교의 사상이 가장 광범하게 대중구제를 위한 정토의 광 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는데서 관심을 끌게 한다. 즉 그것은 극락이 란 명칭이 시사하듯 그곳은 바른 예술의 세계 그 것인 것이다. 그 리하여 그에 접근하려는 왕생신앙이 자연히 예술의 세계를 전개시 켜 나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은 무량수경을 중심으로 정토경전이 갖는 예술적 소재를 파악 해 본 것이나 觀無量壽經에 의하면 무량수경이 설한 극락의 세계를 더욱 상세히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주목을 끌게 한다. 즉 이 경은 극락세계를 크게 눈 앞에 선하게 볼 수 있게 묘사하고 있다 는데서 극락도나 관경번상도와 같은 미술의 세계를 크게 발전시키 고 있는 것이라 믿어진다. Ⅳ. 이상에서 보면, 아미타의 정토교가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 많은 불 교예술을 창출해낼 수 있었던 것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미타의 정토교 경전은 극락세계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으로 그 아름다움의 세계에 잘 접할 수 있는 내용과 묘사법 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극락세계는 정신적 이상세계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을 현실세 계로 묘사하고 있다는데서 현실감각에 의한 예술작품의 창작이 가 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현실적이고 예술적 감각에 의하여 접근될 수 있는 극락세계 는 일반민중들에게 쉽게 접목될 수 있는 특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이다. 넷째, 염불수행 하나로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수행법은 구칭염 불에 의해서는 음악의 세계를 발전시키고, 관상염불에 의해서는 미 술의 세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아미타의 정토교는 경전의 구조나 서술 묘사법이 예술적 성 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어 정토교를 바탕으로 한 문학·미술·음 악·연극에 이르는 예술의 세계를 전개발전시키고 아울러 이는 민 중의 세계에까지 깊이 숨어들 수 있는 속성을 지녀 민속음악이나 민속극에 정토교적 요소들이 다분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즉 그것은 사바세계 범부들의 극락세계에의 동경 그 것이었고 그에서 삶의 보람을 찾고 시름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 믿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