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僧伽의 信行方向]에 대한 논평

[僧伽의 信行方向]에 대한 논평

한 보 광
동국대학교 교수

스님의 논문을 읽고 수행방법에 대하여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시교단이나 율장을 중심으로 하여 부처님 당시의 승가의 모습을 잘 나타내어 주었습니다. 부처님 재세시에는 안거와 포살과 자자를 통하여 승가의 질서가 유지되었으며, 문제점들을 숨기지 않고 바로 시정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개인간이나 단체간의 불편하였던 관계의 시정이나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준 것에 대하여 지적을 받고 바로 참회하여 반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안거나 포살 자자 등의 수행제도는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필요한 수행방법이지만 오늘날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안거는 오늘날 몇몇 선원에서만 행해지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승단도 다양한 기능과 구성원들이 모여 있으므로 안거일도 일률적으로 음력 4월 15일에서 7월 15일 등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수행의 집단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예를 든다면 강원이나 대학에 다니는 학인들의 안거는 개학시로 보고 해제는 방학으로 정한다면 더 효율적이지 않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예는 염불을 중심으로 하는 사찰이나 신도들은 연합하여 일정한 시기를 정하여 100일 기도 등으로 정하는 것은 어떠한지 이 점에 대하여 고견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염불수행에 대하여 언급하였습니다. 염불수행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하여 말법사상을 도입하여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만으로는 기독교의 말세론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토신앙이 기독교적인 타력신앙과 유사하다고 비춰지는데 시대관까지 말세론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불교적인 특색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발표자께서는 오탁악세설이나 말법사상이 아닌 다른 시대의식은 없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표자께서는 염불의 전제조건으로 참회와 지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깊은 참회와 철저한 지계를 겸한 염

불은 이상적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참회를 통하여 업장을 소멸하고 염불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염불을 하지 않아도 참회만으로도 깨달음의 길은 한층 가까워질 것입니다. 또 계행이 철저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염불하지 않아도 상당한 수행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염불수행은 이러한 사람들보다 더욱 하열한 사람들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오늘날 한국불교계에서 참회와 지계가 원만하다고 손꼽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말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실지 경계에 부딪히면 불가능할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만 가능하면서 실천은 불가능한 희론적인 수행방법보다는 실지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될 것입니다. 이러한 대안으로 죄업이 많고 참회도 할 줄 모르며, 계행도 철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이 염불수행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국불교의 출가 승단은 타력염불신앙만이라도 철저히 하면 불교의 위계질서와 신앙의 구심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점에 대하여 발표자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1999.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