唐長安都城안의 寺刹과 新羅僧侶

변 인 석
아주대학교 교수

목 차
Ⅰ. 머리말
Ⅱ. '諸寺新羅僧等'의 의미
Ⅲ. 長安街東의 佛敎寺刹
Ⅳ. 長安街西의 佛敎寺刹
Ⅴ. 맺음말

Ⅰ. 머리말

  도시계획에 맞추어 조성된 장안성 안에는 적지 않은 사찰이 있었다. 그 숫자는 대략 120여 소로 헤아려진다.1) 이 숫자에서 보면 장안성 안의 사찰은 평균 잡아 각 방에 1-2개가 있은 셈이 된다. 사찰이 집중된 곳은 주작문(朱雀門) 가서(街西) 제3가(街)이다. 중국의 사념해(史念海)와 일본의 고노가쯔도시(小野勝年)에 의하면 포정방(布政坊)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2)
  위에서와 같이 도성과 종남산에 사찰이 많았던 관계로 '長安三千金世界, 終南百萬玉樓臺'란 말이 생겨났다. 이 가운데 대흥선사(大興善寺), 홍복사(弘福寺), 장엄사(莊嚴寺), 보광사(普光寺), 자은사(慈恩寺), 천복사(薦福寺), 서명사(西明寺)는 거찰(巨刹)로 말해진다. 해동승려가 장안 사찰에 주석한 숫자에서 약간의 출입이 있는 것은 존폐(存廢)의 시기가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데 도성 안의 제택(第宅)에서 보여주듯이 소유자가 견책(譴責)을 받거나 또 죄인으로 유배(流配)되면 그 집은 보존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주인이 바뀐다든지 또는 사찰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찰의 증폐(增廢)와 서로 기록이 엇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분포를 보면 가동(街東)의 사찰이 38소이고, 가서(街西)의 사찰이 63소이다. 이 가운데 해동승려가 주석하였던 사찰은 총 22여 소이다. 전체 사찰의 20%를 차지한다. 가동(街東)에는 12개의 사찰이, 가서(街西)는 10개의 사찰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많은 해동승려가 도성 안에 머물렀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엔닌(圓仁)이 불교탄압[會昌法難] 때 장안을 들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찰에서 신라승려들을 만났기 때문이다.3) 다른 하나는 장안에 잠시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간 승려도 많았다. 또 신방(神昉)의 경우는 현장(玄　)을 20년간 따라 다니면서 서명사(西明寺), 홍복사(弘福寺), 자은사(慈恩寺), 홍법원(弘法院), 옥화사(玉華寺)에 주석하기도 하였다.
  도성 안의 사찰과 종남산의 관계는 중국 불교종파의 조정(祖庭)과 별원(別院) 관계이거나 또는 역장(譯場)과 수행처(修行處)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당사(草堂寺)는 종남산에 자리하였지만 역경에서도 공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조정(祖庭)은 종파의 발원지이므로 종남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행처는 도성보다 한적한 종남산이 적합했을 것이다.
  역장으로는 자은사(慈恩寺), 서명사(西明寺), 흥선사(興善寺)가 유명하였다. 이를 '3대 역장(譯場)'이라 부른다. 이외 현장(玄　)이 처음 장안으로 돌아왔을 때 번경원(　經院)으로 삼았던 홍복사(弘福寺), 옥화사(玉華寺)가 있다. 그리고 실제사(實際寺), 승광사(勝光寺), 초당사(草堂寺), 라집사(羅什寺)도 번경원이 있었다. 그러면 장안에 온 신라승려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하여 일찍이 대만의 팽국동(彭國棟)은 당대 중국에 온 신라의 구법승려(求法僧侶)가 1,000명이라고 말하였다.4) 이후 중국의 황심천(黃心川)은 수·당(隋·唐)시기에 중국에 온 구법승려가 117명이라고 하였다. 이 가운데 한국사적에 없는 사람이 20여 명이다.5) 최근 진상승(陳尙勝)은 엄경망(嚴耕望)의 말에 의거해 법호(法號)나 성명(姓名)에서 추정해 낼 수 있는 신라승려는 130여 명이라고 했으며,6) 양소전(楊昭全)은 입당 신라승려가 총 53명이라고 했다.7) 진경부(陳景富)는 한국 구법활동의 흥성기(590-907)에 입당한 수만으로도 179명이라 했다.8) 한국에서는 일찍이 이능화(李能和)·고병익(高柄翊)이 수·당의 입학승 69명을 엄경망·황심천의 도표화(圖表化)처럼 복원시켰다.9)
  위 숫자는 장안 사찰에 체류하였던 해동승려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말해줄 뿐만 아니라, 고승·대덕도 적지 않았음을 알게 해준다.
당시 도성 안의 사찰을 보면 {長安志}가 {兩京新記}를 인용하여 천보(天寶) 이전에 '僧寺 64, 尼寺 27, 道觀 10, 女冠 6, 波斯寺 2'라고 했다.10) 신라 승려가 주석한 재경(在京)의 사찰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사찰기의 영성함 때문일 것이다. 참고할 문헌은『高僧傳』『續高僧傳』『宋高僧傳』『三國遺事』『景德傳燈錄』『祖堂集』『墓塔銘』등이 있다.

Ⅱ. '諸寺新羅僧等'의 의미

  장안 사찰에서 보면 신라승려가 적지 않게 보인다. 이것은 엔닌(圓仁)이 '諸寺新羅僧等' 라고 말한데에서 알 수 있다. 이 말은 그가 장안에서 만났던 호승(胡僧)은 출신국에 따라 '○○國僧'으로 표기한데 반하여 신라승려만은 '諸寺新羅僧等'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외국승은 '○○國僧'이라고 말한데 반하여 신라승은 제사(諸寺)라고 묶어서 말했다. 이 말에는 많다는 뜻이 포함되었다.
  엔닌(圓仁)이 말한 제사(諸寺)란 여러 사찰 안에 있었던 신라승려를 가르킨다. 그 형식이 신라승려를 뭉쳐 말한 것이다. 신라승려를 만났다는 표현을 제사(諸寺)에서라고 말하였다.11) 즉, 그가 만났던 구자국승(龜玆國僧), 사자국승(師子國僧)과 달리 여러 사찰에 머물고 있었던 신라승려를 강조한 말이다. 유독히 신라승만을 '諸寺新羅僧等'이라고 한 것은 사찰의 이름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엔닌(圓仁)의 말에 의하면 장안 성내의 불당(佛堂)이 300여 소라고 하였다.12) 또, 쯔가모도젠고(塚本善隆)는 장안의 사원이 103처라고 말하였다. 일본승려 엔닌(圓仁)이 장안 천복사(薦福寺)에서 목격하였던 승려만 해도 1,000명이나 된다.13) 이 숫자는 모두 장안 불교의 번성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景德傳燈錄』에는 1,600명을 수록하였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 승려가 43명이다. 이들 중 42명이 고구려·신라 출신이다.14)
  해동승려가 머물렀던 장소를 장안의 가동(街東)과 가서(街西)로 나누어 볼 때 승려들의 내왕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체류 기간은 사찰의 수에 비해 더 길었다고 생각된다. 이 가운데에는 대덕(大德), 고승(高僧), 역경승(譯經僧)등으로 중국 불교에 큰 공헌을 남긴 사람이 많다. 따라서 장안에 주석(駐錫)한 승려의 실제적인 인수(人數)가 얼마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활동은 사찰을 중심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발자취를 포착하는 일 또한 쉽지가 않다. 큰 족적을 남긴 고승은 십 수명이다.
  그러면 이들이 머물렀던 사찰은 어떤 곳일까?
  장안 성내(城內)의 사찰은 오늘에 와서 정확한 위치를 비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율 1/50,000 지도를 가지고 폐사지를 대충 알아 볼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으로 장안성내의 사지(寺志)는『兩京新記』(韋述), 『長安志』(宋敏求), 『唐兩京城坊考』(徐松) 등에서 엿볼 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은 이미 폐사(廢寺)가 되었다. 전체의 사찰은 최근 일본에서 출판된 고노가쯔도시(小野勝年)의『中國隋唐長安·寺院史料集成』(法藏館, 1989)이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 특히 사료와 참고문헌에다 일련번호로 달았기 때문이다. 또 작년 중국의 손창무(孫昌武)가 {中國隋唐長安·寺院史料集成}을 보충하여 발표한 [唐長安佛寺考] ({唐硏究} 2)가 있어 참조할 만하다.
  장안 성내를 가동(街東)·가서(街西)로 나누어 이를 황성(皇城) 가까이에서부터 해동승려가 주석하였던 사찰을 찾아보자.

Ⅲ. 長安街東의 佛敎寺刹

1) 大薦福寺
  위치는 장안 남교(南郊)의 개화방(開化坊)에 있었다. 사찰의 창건은 684년(嗣聖 1)이다. 이때가 고종(高宗)이 죽은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황실의 종친들이 '獻福'을 기리는 뜻에서 '大薦福寺'란 이름이 붙여졌다. 당 말에 병란을 맞아 파괴되었다. 당나라 때 고승인 의정(義　)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이곳에서 번역하였다. 의정(義　)이 저술한 {大唐西域求法高僧傳}도 여기서 지었다. 천복사탑(薦福寺　)은 707년에 세워졌다. 이후 대지진(大地震)으로 인하여 13층탑만 남게 되었다.
  장안의 모든 사찰이 회창법난(會昌法難)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을 때 일본 승려 엔닌(圓仁)이 이곳을 들린 적이 있다. 이때 엔닌은 천복사에서 불아(佛牙)에 대한 공양에 참례하였다.15) 또 2년 후에는 신라승려를 모시는 중국인 상좌승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이야기 속에는 덕행이 높은 신라승려를 사장(師匠)으로 삼은 대목이 있다. {入唐求法巡禮行記}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16)
  즉, 신라승을 시봉(侍奉)하였던 중국인 상좌승이 법난(法難)때 신라승적(新羅僧籍)에 잘못 올라 그대로 절에 남아 있다가 외국승려가 추방될 때 그도 신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상좌승은 가족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관가(官街)로 찾아 다니면서 백방으로 자신의 국적을 밝혔으나, 수포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그는 관원(官員) 몰래 도망을 쳤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당시 추방된 당승(唐僧) 19명은 거의 대부분 신라승으로 볼 수 있다. 당승(唐僧)은 당적(唐籍)에 올랐던 승려라는 뜻이다.17) 또 신라승적에 잘못 올린 상좌승의 이야기 속에서 시봉을 들었던 신라승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덕행(德行)이 높았던 고승임에는 틀림이 없다. 엔닌(圓仁)이 대천복사를 들렸던 844년(會昌 4) 보다 70년 앞서서 혜초(慧超)가 이 곳에서 역경에 참가, 필수(筆受)로 활동했던 것이다. 혜초 이후 또 덕행이 놓은 신라승려가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에 위의 중국인 상좌승이 시봉을 들었던 것이다. 대천복사의 대덕(大德)이였던 승장(勝莊)은 학덕이 높았으며, 703년 의정(義　)이 동도(東都)의 복선사(福先寺)와 서경(西京)의 서명사(西明寺)에서 {金光明最勝王經} 등 20부 115권을 번역할 때 증의(證義)가 되었다.18)

2) 法壽尼寺
위치는 장안성 개화방(開化坊)의 '서문 북쪽'에 있었다. 이 사찰은 586년(開皇 6)에 세워졌으나 현재 도시 한복판에 위치하여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있다. 이 곳을 거쳐간 신라승려로는 승장(勝莊), 혜초(慧超)가 있다.

  3) 大興善寺
  위치는 성내의 정선방(靖善坊)에 있었다. 사찰의 역사는 다른 사찰보다 앞선다. 즉, 진무제(晉武帝: 265-290년)때 세워졌다. 처음에는 준선사(遵善寺)로 불렸다가 582년(開皇 2) 대흥선사로 바뀌었다. 수·당대에는 역경원(譯經院)이 설치되어 많은 승려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동의 승려들도 대흥선사→청룡사→법문사 등을 오가고 했을 것이다.
  당대의 유물로는 조그마한 웅덩이 안에 옮겨놓은 돌조각의 용머리가 있을 뿐이다. 현재는 시민공원이 경내를 잠식하였다. 신라승으로는 정관(貞觀)말 현조(玄照)의 시자(侍者)가 된 혜륜(惠輪)이 있다. 혜륜은 당제(唐帝)의 명령으로 현조(玄照)의 시자가 되어 인도까지 수행하였다. 이에 앞서서 수나라 때 안홍(安弘)이 주석하였다. {三國史記}(卷4)에 의하면 576년 안홍이 호승(胡僧)과 함께 귀국하여 사리(舍利)를 왕에게 바쳤다.
그의 법명은 본래 혜신(惠申)이었으나 암마라파국(庵摩羅波國)에 머물면서부터 다시 법명을 반야발마(般若跋摩)로 고쳤다. 그는 스승인 현조와 함께 토번(吐蕃)을 거쳐 북천축국(北天竺國)으로 갔다. 이때 일행은 토번(吐蕃)으로 시집간 문성(文成)공주의 보호를 받기도 했다. 여기서 경율(經律)과 범문(梵文)을 공부한 후 강가하(　伽河) 북쪽에 있는 신자사(信者寺)로 자리를 옮겨 10년간 머물었다.
  그에 관한 문헌은 {海東高僧傳}이 있다.19) 즉 의정(義淨)이 이곳에 갔을 때 혜륜을 만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혜륜은 선무외(善無畏)로부터 전법을 이어받은 후 귀국하여 신라 진언종(眞言宗)의 조사(祖師)가 되었다.
  {往五天竺國傳}을 쓴 혜초(慧超)도 이곳을 찾았다. 그가 크멜(閣蔑)을 거쳐 동천축(東天竺)·중천축·남천축 및 북천축의 여러 나라를 역방하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안서(安西)에 도착한 시점이 727년(開元 15) 11월 상순이다. 그러나 저지사본(楮紙寫本)의 앞뒤 표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출발한 연월과 도착일자를 알 수가 없다. 그가 장안에 돌아온 후에는 금강지(金剛智)를 따라 천복사에 머물렀다.
  {大乘瑜伽金剛性海曼殊室利千肩千鉢大敎王經}의 서언에 '혜초는 733년(開元 21) 이 경을 8년간 연구했다'고 하였다.20) 금강지가 죽자 또 불공(不空) 아래서 후반부를 끝냈다고 한다.
  그가 천축국으로 간 시점은 723년(開元 11)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강지(金剛智)가 719년(開元 7)에 광주(廣州)에 간 적이 있는데 이 때 혜초를 만난 것이 아닌가 보게 된다. 이때 혜초의 나이는 16세로 보게 된다. 즉 장안 4년생으로 추정한다. 780년(建中 1)에는 오대산(五大山)으로 들어가 마지막 녹출(錄出)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서언에서는 비록 혜초가 스승의 선학(禪學)을 계승했다는 기록이 보이지만 그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되고 있다.21)
  {大唐西域求法高僧傳}(卷上)에 의하면 당초 인도에 간 신라승은 구본(求本: 당초), 혜업(惠業: 정관), 현각(玄恪: 貞觀), 아리야발마(阿離耶跋摩: 貞管), 현태(玄太: 永徽)등 15명이다. {神僧傳}, {大唐西域求法高僧傳}에는 아난야발마(阿難耶跋摩)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의 구즈고즈고구가이덴(忽滑谷快天)은 '아리야발마(阿離耶跋摩)'라고 적었다.22) 현재 대흥선사는 대대적인 중수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4) 保壽寺
  위치는 성내 익선방(翊善坊)에 있었다. 본래 환관 고력사(高力士)의 주택이였는데 750년(天寶 9) 사찰이 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당시 보수사에서 종(鍾)을 주조할 때 고력사(高力士)가 제단을 세우고 주관하였다고 한다. 이때 조정(朝廷)의 문무백관이 모두 와서 참례하였는데 신기한 것은 종을 한번 치면 돈이 쏟아졌다고 한다. 밀종의 사찰로 본다.
  이 사찰에 주석하였던 신라승으로는 현초(玄超)·의림(義林)이 있다. 이들이 언제 당에 왔으며 또 입적한 곳이 어디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靑龍寺行狀}에 의하면 일찍이 보수사에 와서 선무외로부터 태장계경전을 전수받은 후에 청룡사로 옮겼다고 한다.

5) 元法寺
성내 안읍방(安邑坊)의 북쪽 십자가(十字街)의 중간에 자리하였다. 즉, 동시(東市)의 남쪽에 인접하였다. 586년(開皇 6) 수(隋)의 예부상서 장영(張穎)의 저택을 절로 만들었다. {大周西明寺故大德圓測法師舍利塔銘}에 의하면 원측(圓測)이 태종(太宗)으로부터 도첩(度牒)을 받고, 초기에는 원법사에서 주석하였다. 이때부터 총명하여 고금장소(古今章疏)에 통달했다고 한다.

6) 菩提寺
위치는 성내 평강방(平康坊)의 '남문지동(南門之東)'에 있었다. 582년(開皇 2) 농서공(　西公) 이경도(李敬道)의 주청에 의하여 창건되었다. 사찰의 종루(鍾樓)가 서쪽에 세워졌다. 본래 종루는 동쪽에 두는 것이 원칙인데 이 사찰만 서쪽에 두었다. 그 이유는 당시 실세 재상 이임보(李林甫)의 집이 동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852년(大中 6) 보당사(保唐寺)란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보리사(菩提寺)가 되었다.
{歷代名畵記}(卷3)에 의하면 보리사에는 여러 화가들의 벽화가 있었다고 말해진다. 즉, 불전(佛殿) 안의 동서벽에는 오도현(吳道玄)이 그린 신귀(神鬼)가 있었고, 서쪽벽에는 색채가 손상된 공인(工人)의 그림이, 그리고 불전벽(佛殿壁) 사이에는 양정광(楊廷光)의 백화(白畵)가 있다고 하였다.23) 신라승려로는 행적(行寂)이 주석하였다. 근거는 최인연(崔仁　) 찬의 [新羅國故兩朝敎謚朗空大師白月棲雲之塔碑銘]에 보이는 '寶堂寺'가 '保唐寺'일 가능성이 크다.24) 중국어에서 '寶堂寺'와 '保唐寺'는 동일한 발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르게 표기된 것으로 볼 것이다. 처음 행적이 불원천리하고 상경(都)하여 칙명에 따라 좌가(左街)의 보당사(寶堂寺) 공작자원(孔雀子院)에 안치(安置)되었다.

  7) 禪定寺
  위치는 성내 영양방(永陽坊)의 '동반부'에 있었다. 603년(仁壽 3) 수(隋) 문제때 세워졌다. 618년(武德 1) 장엄사(莊嚴寺)란 이름으로 바뀌었다.『長安志』(卷10 永陽坊)에는 "천하 가람에서 장엄사보다 더 번성한 절이 없다"고 하였다. 불아(佛牙)를 보장하였던 사찰로 유명하다. 당시 길이 3촌의 불아(佛牙)를 보존하고 있었던 사찰은 3곳뿐이었다. 회창법난(會昌法難)때 파괴를 모면하였으나 당말에 와서 폐사(廢寺)가 되었다. 이때 파괴를 면한 사찰은 대장엄사, 자은사, 천복사, 서명사 등이다.
  사지(寺址)는 서안 서남쪽에서 7㎞떨어진 목탑채촌(木塔寨村)이다. 자장이 운제사(雲際寺)로 갈 때는 목탑채촌(木塔寨村) 앞길을 걸어갔다고 본다. 북송의 장례(張禮)도 장안성남을 답사하고, 장안으로 돌아올 때에는 목탑사를 바라보면서 입성하였을 것이다. 사지(寺址)는 현재 서안묘포연구소(西安苗圃硏究所) 안에 있다. 수위실의 허락을 받아 목탑사지를 볼 수 있었다. 폐사지에서 깨어진 비석을 모아 물로 씻어보니 놀랍게도 "重脩莊嚴寺"란 글자가 나왔다. 목탑사가 곧 장엄사임을 알았다. 이번 답사에서 얻은 소득은 청대의 중수비 2개를 찾은 것이다. 이 사찰에 신라승 무상(無相)이 주석하고 있었을 때를 전후하여 성남(城南)으로 내려갔던 신라승 즉, 의상(義湘)·지인(智仁)·자장(慈藏)·원측(圓測)·혜소(慧昭)·혜초(慧超) 등이 들렀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이 사찰에 있었던 신라승으로는 무상(無相)이 있다. 무상은 신라왕자로 알려지고 있다.5) 728년(開元 16) 무상이 장안에 왔을 때, 출가한 신분으로 황제를 조견(朝見)하였다. 이때 무상은 칙령(勅令)으로 선정사(禪定寺)에 머물게 되었다. 또 안사난 후에는 현종이 사천(四川)으로 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곳으로 갔다. 내전(內殿)에서 황제의 도사(導師)가 되었다. 그가 사천에 간 동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三國史記}卷9에 의하면 756년(至德 1) 신라 경덕왕(景德王)이 사절을 파견한 것을 보게 된다. 이들과 합류하여 사천으로 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목적은 현종을 만나서 그 이전부터 생겨난 발해와의 관계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원광(圓光)은 장안에 오기 전에 장엄사(莊嚴寺) 승민(僧旻)의 제자로부터 강론을 들었기 때문에 장안에 왔을 때 반드시 장경사에 들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약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고증이 필요하다.

  8) 淸禪寺
  위치는 성내 흥녕방(興寧坊)의 '南門之東'에 있었다. 583년(開皇 3) 수 문제때 세워졌다. 852년(大中 6) 안국사(安國寺)란 이름으로 바꾸었다. {歷代名畵記}(卷3)에 의하면 정법사(鄭法士)에 의하여 그려진 벽화가 있었다고 한다. 신라 승려로는 현범(玄范)이 주석하였다. 현범은 실차난타(實叉難陀)가 청선사에서『文殊師利授記經}3卷을 역출할 때 필수(筆受)의 직책을 맡았다.

  9) 大慈恩寺
  위치는 성내 진창방(晉昌坊)의 '동쪽'에 있었다. 본래 수나라의 무루사(無漏寺)가 있었던 자리이다. 648년(貞觀 22) 태자 이치(李治)가 그의 모 문덕황후(文德皇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사찰을 건립하였다. {大淸一統志}에는 {長安志}에 따라 현(縣)의 동남 8리에 있다고 하였다. 이 절 안에 있었던 대안탑만이 현재 남아있다. 대안탑은 장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표지가 되었다. 지금은 TV타워가 서안의 상징물이 되고 있지만, 당나라 때에는 대안탑이 서안을 상징하였다. 지금에 와서 두 건축물을 비교해 보아도 대안탑이 훨씬 예술적이다. 이 탑의 정식명칭은 '자은사탑(慈恩寺塔)'이다.
  이 탑은 현장(玄　)이 인도에서부터 가져온 불경을 저장하기 위해 652년(永徽 3)에 창건했던 것이다. 여기에 1,335권의 불경을 수장했다고 한다. 줄여서 '雁塔'이라고도 부른다. 안탑이라고 불렸던 연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 온다. 하나는 보살이 기러기로 화신하여 희생으로 보시하자 후대 사람들이 탑을 세워 묻게되면서 '雁塔'이라고 불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탑을 세울 때 기러기가 지나가자 활을 쏘아 탑 안에 묻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대안탑은 현장(玄　)이 직접 설계했다는 말도 있다.
  현재의 탑은 정방형의 10층이지만, 무칙천(武則天) 때만 해도 7층이었다고 한다. 탑 앞에 서면 규모가 장대하여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대안탑이 남성적이라면 소안탑은 여성적이다. 소안탑처럼 사다리가 놓인 구조이어서 상층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탑과 관련된 행사는 '曲江流飮'이 있다. 이것은 당나라 때 진사(進士)에 합격한 사람들이 모여 탑 남쪽의 곡강에서 연회를 베풀고 난 후 이곳에 와서 안탑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이었다.26) 이들 가운데 벼슬에 오르는 사람이 나오면 과거급제 때를 회상해서 '曲江流飮'이라는 명예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자은사에도 일본의 경도(京都)로부터 운반된 석등(石燈)이 현재 정원에 우뚝 세워져 있었다. 곡강은 인공으로 만든 호수였다. 지금은 매몰되어 농토로 변하였다.
  탑과 함께 세워진 자은사는 중국 자은종(慈恩宗)의 조정이지만,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지금에 와서는 쇠퇴하였다. 현장의 문하에는 신라승 원측(圓測)·승장(勝莊)·신방(神昉)·지인(智仁)등의 고승이 있었다. 해동에서부터 당(唐)에 간 많은 학승(學僧), 산승(山僧), 지식인(知識人)이 번경원(　經院)을 보기 위해 찾아들었다고 생각된다.
  위 고승들은 현장 아래에서 언제나 증의(證義), 필수(筆受), 철문(綴文)의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특히 신방은 대소승경론(大小乘經論)에 정통하였다. 때문에 세상에서는 그를 '大乘昉' 또는 '昉法師'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는 현장을 20년간 따라 다닌 수제자였다. 현장이 죽은 뒤에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10) 太慈寺
  위치는 상락방(常樂坊)의 '南門之西'에 있었다. 본래, 이 사찰은 수나라 때 대사마(大司馬) 두의(竇毅)의 주택이었던 것이 586년(開皇 6) 사찰로 되었다. 대력(大歷) 초에는 영화사(靈花寺)로 이름이 고쳐졌다. 신라승으로는 승전(勝詮)이 주석하였다.

  11) 靈感寺
  위치는 성내 신창방(新昌坊)의 '南門之東'에 있었다. 청룡사지(靑龍寺址)는 지금의 철로묘촌(鐵爐廟村)의 남쪽 500m 언덕 위에 있다. 582년(開皇 2) 수의 문제(文帝)가 새로운 도읍지를 정하자 능묘도 교외로 이장하게 되었다. 이때 선대의 망령을 달래기 위해 세운 절이 영감사이다. 711년(영운 2) 청룡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청룡사는 밀종의 중심자리였다. 신라승이 이룩한 밀교의 전적(典籍)만 해도 사대경(四大經) 22종의 장소(章疏)가 있다.
  밀교에 속하는 신라승으로는 명랑(明郞)·혜통(惠通)·혜일(惠日)·의림(義琳)·현초(玄超)·오진(悟眞)·불가사의(不可思議) 등이 있다. 726년(開元 14)에는 불가사의가 선무외로부터 법을 전수 받았다. 청룡사가 밀종의 중심지가 된 것은 대종(代宗)의 대력년간(大歷年間: 766-779)에 불공삼장(不空三藏)의 제자였던 혜과(惠果)가 주지로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승으로는 혜일(惠日), 균량(均亮), 오진(悟眞)이 주석하였다.

12) 章敬寺
성내의 통화문(通化門) 밖에 있었다. 통화문은 춘명문(春明門)의 '북쪽'에 있었다. 해동의 승려와 일본승이 모두 이 문을 통하여 장안으로 입성하였다. 본래 이 사찰은 대환관(大宦官) 어조은(魚朝恩)이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별장에 건립되었다. 이곳은 경치가 수려하였던 곳이다. 이 절은 대종(代宗)의 모 장경태후(章敬太后)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기 때문에 '章敬寺'란 이름이 붙었다. 사찰의 규모는 대단히 컸던 것으로 말해진다. 그 이유는 대종(代宗)이 친히 가서 내린 도승(度僧)이 1000명이었고, 사찰의 방사(房舍)가 4,130여 칸, 분원(分院)이 48개이었기 때문이다. 북송인 장례(張禮)가 저술한『游城南記}에서도 {장안지}가 말한대로 기록하였다. 일본승려 엔닌(圓仁)이 갔을 때, 이 사찰의 주지(主持)가 신라승 법청(法淸)이였다. 엔닌(圓仁)이 말한 장경사의 위치는 "서쪽으로 10리를 가니 장안성 동쪽 장경사 앞에 이르러 잠시 쉬었다(西行十里, 到長安城東章敬寺前歇)"라고 한 데에서 알 수 있다. 장경사를 거쳐간 신라승으로는 현욱(玄昱)·원착(元着), 각체(覺體)가 있다.『景德傳燈錄}(卷7)과『祖堂集}(卷 17)에는 현욱과 각체가 '京兆府章敬寺懷　禪師' 또는 '章敬師'를 법사(法嗣)로 하였기 때문에 시차에 대한 약간의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으나, 대종(代宗) 전부터 회운선사가 주처하였던 사찰로 본다면 별 문제가 없다. 장경사(章敬寺)는 실제사(實際寺)·향적사(香積寺)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일본 승려 엔닌(圓仁)의 방문에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백암선사(百岩禪師) 장경(章敬)은 당대 마조(馬祖) 도일선사(道一禪師)의 법을 이은 장경회운(章敬懷　)을 가리킨다.

Ⅳ. 長安街西의 佛敎寺刹

1) 定水寺
위치는 성내 태평방(太平坊)의 '西門之北'에 있었다. 590년(開皇 10) 형주총관·상명공(荊州總管上明公) 양기(楊紀)가 혜능선사(慧能禪師)를 위해 그의 주택을 사찰로 바꿨다. {歷代名畵記}(卷3)에는 왕희지(王羲之)의 제액(題額)과 그 밖의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삼제석(三帝釋), 칠신(七神), 소신(小神)의 벽화가 있었다고 한다. 신라승으로는 혜관(慧灌)이 주석하였다.

  2) 實際寺
  위치는 태평방의 '西南隅'에 있었다. 지금의 서북대학으로 비정되고 있다.27) 실제사는 정토종의 사원으로서 외국과의 문화교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정토종은 진(晉)나라 때 노산(盧山)의 혜원(慧遠)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종풍(宗風)으로서의 실질적인 정립은 선도(善導)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명사(西明寺)와 마찬가지로 외국 승려가 많이 참례하였다. 섬서성 비림박물관(碑林博物館)에 진열되어있는 {大唐實際寺故寺主懷　奉　贈隆闡大法師碑銘幷序}에 의하면 정토종대사(淨土宗大師) 회운(懷　)이 봉칙을 받아 사주(寺主)가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사지(寺址)는 서북대학의 도서관에서부터 화학루(化學樓)까지로 보고 있다. 발굴보고서에 의하면 태평방의 크기는 서북대학의 총 면적에 해당된다고 한다. 본래 실제사는 수나라 태보(太保)·설국공(薛國公) 장손람(長孫覽)의 처 정씨(鄭氏)의 저택이었다고 한다. 707년(景龍 1) 온국사(溫國寺)로 개칭하였다.
  {兩京新記}(卷3)에 의하면 '사원내의 정토원이 장안에서 가장 절묘하였다(寺內淨土院爲京城之最妙)'라고 했다. 여기서 '妙'란 아름다운 벽화가 즐비하였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사는 장안의 큰 사찰로서 많은 고승들이 거쳐갔다. 뿐만 아니라 삼론종, 유식종, 정토종, 밀종들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길장(吉藏; 三論宗), 선도(善導)·회운(懷　)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신라승 현욱(玄昱)이 회운선사를 사사하였다.
  실제사는 한국, 일본과도 연관이 깊은 사찰이다. 위 길장의 제자로 유명한 고구려승 혜관(慧灌)이 있다. 혜관은 일찍이 일본에 가서 원흥사(元興寺)에서 삼론종을 처음으로 강론하였다. 신라승으로는 숭제(崇濟)가 주석하였다.

3) 法海寺
성내 포정방(布政坊)의 '西門之南'에 위치하였다. 본래 수나라 때 강릉총관(江陵總管)·청수공(淸水公) 하발화(賀拔華)의 주택이었는데 589년(開皇 9) 법해화상(法海和尙)이 머물었던 사택(舍宅)이 절로 되었다. 따라서 사찰의 명칭이 '法海寺'로 되었다. 신라승으로는 신방(神昉)이 주석하였다.

4) 宏福寺
위치는 성내의 수덕방(修德坊)의 '西北隅'에 자리하였다. 본래는 우령군대장군(右領軍大將軍) 팽국공(彭國公) 왕군곽(王君廓)의 저택이었다. 634년(貞觀 8) 당태종 이세민(李世民)이 그의 모 태목황후(太穆皇后)의 명복을 빌기위해 굉복사(宏福寺)를 세웠다가 705년(神龍 1) 흥복사로 이름을 바꿨다. 신라승으로는 자장(慈藏), 신방(神昉), 지인(智仁)이 주석하였다.

5) 普光寺
위치는 성내 반정방(頒政坊)의 '南門之東'에 있었다. 631년(貞觀 5) 태자 건성(建成)의 발원에 의하여 건립되었다. 705년(慶雲 2) 중종이 양경(兩京)과 제주(諸州)에 조령을 내려 각기 중흥사(中興寺)를 설치하도록 했을 때, 장안에서는 보광사(普光寺)가 중흥사(中興寺)로 바뀌어졌다. 이후에 용흥사(龍興寺)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신라승으로는 원측(圓測), 현범(玄范)이 거쳐갔다. 현범은 유식학(唯識學)에 정통하여 많은 저술을 남겼다.28) 때문에 현장(玄　)의 제자라는 말이 있다.

6) 勝光寺
위치는 성내 광덕방(光德坊)의 '西南隅'에 자리하였다. 지금 서북공과대학(西北工科大學) 도서관 자리로 비정되고 있다. 학교측에서 제작한 설명판에는 백학사지(白鶴寺址)라고 했다. 그러나 당(唐)나라 때 백학사란 사찰은 보이지 않는다.29) 정관초(貞觀初) 중천축(中天竺)에서 온 고승 파파(波頗)가 이 사찰에서 역경을 했다. 그가 역경한 불경은 {　星經}8卷, {般若燈論}15卷, {大莊嚴論}이다. 신라승으로는 자장(慈藏)이 주석했다.

7) 西明寺
위치는 성내 연강방(延康坊)에 자리하였다. 현재 서북공과대학 남문에서 필자의 걸음걸이로 570보 가면 사지(寺址)의 서쪽에 도착한다. 이 보행(步行)은 명대(明代)인 서하객(徐霞客)이 동굴의 측량 방법으로 사용하였던 보측(步測)·목측(目測)·장측(杖測)·성측(聲測)을 활용했던 것처럼 원초적인 것이다. 이 곳은 아무런 흔적 없이 폐사(廢寺)가 되었다. 현재 폐사지의 중심부에는 아동들의 놀이 동산으로 바뀌었다. 남쪽은 길 옆 도로변에 숙사건물이 세워졌다. 신라승으로는 신방(神昉), 승장(勝莊), 원측(圓測), 도징(道澄)이 주석하였다. 도징(道澄)을 제외한 신방(神昉), 승장(勝莊), 원측(圓測)이 유명사찰의 대덕(大德)이였다. 대덕(大德)은 황제로부터 임명된 고승 중에서 뽑혀졌다. 당 고종(高宗)때 내린 대덕은 10명이다. 이들을 통하여 승니(僧　)를 통괄하였다.30)

  8) 弘福寺
  홍복사는 자은사의 번경원(　經院)이 창설되기까지 역경의 중심자리에 있었다. 본래 홍복사에 선원(禪院)이 있었는데 현장이 이곳에 가서 번역원(　譯院)을 설치했던 것이다. 즉, 645년(貞觀 19) 현장이 인도에서 불경 6백여 부를 가지고 장안에 왔을 때, 풍덕사 고승인 도선(道宣)과 신라승 원측(圓測)·신방(神昉)·승장(勝莊)이 모였다. 이때 신라승 신방·승장은 증의(證義)·증문(證文)이 되었다. 신방은 현장문하(玄　門下)의 4 상족(上足) 즉, '神昉, 嘉尙, 普光, 窺基'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승장은 원측의 제자로서 학덕이 높았다. 또 703년 의정(義靜)이 서명사(西明寺)와 동도(東都) 복선사(福先寺)에서 역경을 할 때, 증의(證義)가 되었다.
  그리고 자장(慈藏)이 운제사(雲際寺)에서 사하(辭下)하고 장안으로 돌아와서 귀국을 청할 때 황제가 비단 200필을 내렸다. 자장(慈藏)은 홍복사에서 어느 나라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대재(大齋)를 설했다고 되어있다.31)

9) 崇福寺
위치는 성내 휴상방(休祥坊)의 '東北隅'에 자리하였다. 670년(咸亨 1) 무후(武后)의 고택을 태원사(太原寺)로 건립하였다. 689년(載初 1)에는 태원사를 숭복사로 고쳤다. 신라승으로는 원측(圓測)·승장(勝莊)·승전(勝詮)이 주석(駐錫)하였다.

10) 大雲經寺
위치는 성내 회원방(懷遠坊)의 '東南隅'에 자리하였다. 이 사찰의 본명은 '光明寺'였다. 584년(開皇 4) 사문(沙門) 법경(法經)에 의해 창건되었다가 무후(武后)초기에 와서 대운경사(大雲經寺)라고 고쳤다. 선정(宣政)이란 승려가 대운경(大雲經)을 찬술(撰術)하여 황제에게 바쳤기 때문에 대운경사(大雲經寺)가 되었다. 신라승 지인(智仁)이 주석하였다.32)

Ⅴ. 맺음말

  도성 안의 사찰이 대부분 왕실이나 귀족들의 발원에 의하여 세워졌다. 도성에 살았던 고구려 후예가 동시(東市) 근처의 관인(官人) 주택지에 주거하였다면 해동승려는 서가(西街)·동가(東街)의 사찰에 골고루 주석하였다. 해동승려가 중국불교에 끼친 공헌은 대덕(大德), 고승(高僧), 주지승(主持僧)의 역할에 있을 뿐만 아니라 역경활동에 있어서도 증의(證義), 필수(筆受), 철문(輟文) 등을 맡아 하나의 축이 되었다. 필자는 이것을 서역승(西域僧)의 서축(西軸)에 반하여 동축(東軸)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즉, 중국의 재정적인 지원과 현장(玄　) 같은 걸출한 인물의 배출이 없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서축의 호승(胡僧)과 중국의 기획·물자 그리고 걸출한 현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룩된 동서교류의 화합에다가 동축해동의 인재가 더하여져서 만들어낸 것이다. 해동의 입학·구법승들이 신라로 귀국할 때 많은 불경과 불화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당나라때 사원은 풍부한 벽화(壁畵)로 장식되었다. 당나라는 중국 벽화사상에 있어서도 황금시대를 열었다.
  장안 사찰에 주석하였던 신라 승려의 숫자는 놀랄 만큼 많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이 숭배하였던 고승(高僧)·대덕(大德)도 많았다. 이들이 뿌린 교화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역경활동에 있어서 빛나는 업적을 세운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신라 승려들의 불경번역이 언어학상 다소 유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황제가 내린 대덕으로는 원측(圓測), 승장(勝莊), 신방(神昉)등이 있고 주지로는 장경사(章敬寺)의 법청(法淸)이 있었다. 이 밖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중국 상좌승의 사승(師僧)이 있다.
  9세기 회창법난(會昌法難) 때 장안에 들렸던 엔닌(圓仁)이 장안의 여러 사찰에서 만났던 신라승을 '諸寺新羅僧等'라고 한 것으로 보아 신라승려가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그는 신라인 출신 관리(官吏)와 주지(住持)등의 배려를 잊지 않았다. 엔닌(圓仁)이 만났던 신라인 가운데 신세를 졌던 장안 사람으로는 이원좌(李元佐)→법청(法淸) 등을 들 수 있다.

각주모음
1) {長安志}卷10 「文帝初移都便出, 寺額一百二十杖於朝堂下制云」
2) ①小野勝年, {中國隋唐長安·寺院史料集成 (史料篇)} (法藏館, 1989)
     pp.214∼218 참조. 布政坊에는 7개의 사찰이 보인다.
   ②史念海, {中國古都和文化} (中華書局, 1998) p.492 참조.
   ③岸俊男, {都城の生態} (中央文庫, 1996) p.127 참조.
3) {入唐求法巡禮行記}卷4 會昌 4年 7月 15日條 참조.
4) 彭國棟, {中韓文化與文學} (中央文物供　社, 1958) p.13 「包括法相天台華嚴禪宗, 皆於唐代來華求法. 綜計名氏可考者不下千餘人」
5) 黃心川, [隋唐時期中國與朝鮮佛敎的交流」({世界宗敎硏究} 1989-1) p.56   참조.
6) 陳尙勝, {中韓交流三千年} (中華書局, 1997) p. 20 및 同, {中韓關係史論} (齊魯書社, 1997) p.65 참조.
7) 楊昭全, {中朝關係史論文集}, (世界知識出版社, 1988) p.51에 '新羅僧侶入唐求法一覽表' 참조.
8) 陳景富, {中朝佛敎文化交流史}(中國社會科學出版社, 1993) p.44 참조.
9) 高柄翊,「慧超往五天竺國傳硏究史略」({白性郁博士頌壽記念佛敎學論集},
   東國大學校, 1959) pp.309-312 참조.
10) {長安志}와 {兩京新記}가 서로 인용하였다. {兩京新記} 集　 p.8 [僧寺    六十四, 尼寺二十七, 道士觀十, 女觀六, 波斯寺二, 胡天祠四. 隋大業初    有寺一百二十, 謂之道場. 有道觀十, 謂之元壇.」또 {長安志}卷7 [城中一    百八坊. 韋述記曰, 其中有折衝府四, 僧寺六十四, 尼寺二十七, 道士觀十,    女觀六, 波斯寺二, 胡天祠四. 隋大業初有寺一百二十, 謂之道場.....」
11) {入唐求法巡禮行記}卷4 會昌 4年 7月 15日條 [城中諸寺七月十五日供養,    諸寺作花蠟花餠 … 諸寺被奪供養物.]
12) {入唐求法巡禮行記}卷4 會昌 4年 7月 15日條 [且長安城裏坊內佛堂三百    餘所.]
13) {入唐求法巡禮行記}卷3 開成 6年 1月 1日條 [則於薦福寺令行香, 請一千    僧.]
14) 嚴耕望은『景德傳燈錄』에 수록된 중국선문 승도가 1,600명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아닌자가 43명이라고 하였다. 이 중 42명    이 신라인이다(「新羅留唐學生與僧徒」『唐史硏究叢稿}, 新亞硏究    所, 1969. p.445 참조). 그러나 板本에 따라 중국승려의 수가 1,712    명 또는 1721명으로 다르기 때문에(李智冠, 「'景德傳燈錄'要考」     『伽山學報』7, 1998. p.335 참조.) 외국인 43명도 다시 검토할 필요    가 생겼다. 嚴耕望이 말한 외국인은 胡僧을 제외한 東國人을 가리    킨 듯 하다. 필자는 臺灣新文豊出版公司刊本을 가지고 있으므로 앞    으로 『景德傳燈錄人名索引}과 함께 면밀히 분석해 볼 생각이다.
15) {入唐求法巡禮行記}卷3 會昌 2년 3월 8일條 참조.
16) {入唐求法巡禮行記}卷4 會昌 4년 5월 16일條「十六日早朝, 相別而發,    共唐僧十九人同行. 到照應縣淑. 同行中有一僧, 生年二十. 是長安城裏人,    父母兄弟姉妹今見在. 從少年入佛法, 在大薦福寺侍奉新羅僧爲師匠, 因僧    難, 承接新羅僧名字, 得住寺. 官家隨其公驗, 遞向新羅國去. 在府之時, 百   方作計申訴, 不免遞過, 親情啼哭, 街中相別, 遂被遞到照應縣同宿.」
17)『唐會要}卷49 僧籍「新羅日本僧入朝學問, 九年不還者, 編諸籍.」
18) {宋高僧傳}卷4 唐京兆大慈恩寺法寶傳 참조.
19) {海東高僧傳}卷2 [具如義淨三歲求法高僧傳中]이라고 하였다.
20) 張毅 {往五天竺國傳箋釋} (中華書局, 1994) p.3 참조.
21) 위 책 p.3 참조.
22) 忽滑谷快天, {韓國禪敎史} (中國社會科學出版社, 1995) p.39참조.
23) {歷代名畵記}卷3 兩京寺觀等畵壁條 참조. 일찍이 高裕燮도 {歷代名量記}    (張彦遠) 중에 보이는 사관벽화(寺觀壁畵)를 조사하였다. (高裕燮, {韓    國美術史及美學論攷}, 通文觀, 1979, pp.230∼232)
24) {全唐文}卷1,000 新羅國故兩朝國師敎謚朗空大師白月棲雲之塔碑銘 참조
25) {宋高僧傳}卷19 唐成都淨業寺無相傳 참조.
26) 閻文儒, {唐代貢擧制度} (陝西人民出版社, 1989) p.200 참조.
27) 栢明, {唐長安太平坊與實際寺} (西北大學出版社, 1994) pp. 35-42 참조.
28) ① 그의 저술로는 {解深密經疏}10卷, {攝大乘論疏}7卷, {辨中邊論疏}1卷,   {雜集論述記}10卷, {對法論疏}10卷, {入正理門疏}1卷, {因明正理門論疏}   1卷, {無垢稱經疏}6卷, {能斷金剛般若經述贊}3卷, {仁王般若經疏}2卷,     {法華經疏}8卷, {別集}20卷, {成唯識論疏}20卷, {大涅槃經抄} 등이 있다.
29) 小野勝年, {中國隋唐長安·寺院史料集成} 史料篇 (法藏社, 1989)
    pp.222∼224 참조.
30)『續高僧傳}卷11 保恭傳「武德二年, 下　召還依舊檢校, 仍改禪定爲大莊嚴,   乃擧十大德統攝僧　.」
31)『朝鮮佛敎通史』上編 p.75 참조.
32) {關中創建戒壇圖說}에 '光明寺新羅國智仁律師'란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