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성스님의 역경활동과 그 의의

백용성스님의 역경활동과 그 의의 2002년 3월 18일 월요일, 10시 15분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명조

백용성스님의 역경활동과 그 의의

백용성스님의 역경활동과 그 의의

大覺思想 / 第五輯

한 보 광 *
* 대각사상연구원장, 동국대 선학과 교수.

• 목 차 •

Ⅰ. 머리말

Ⅱ. 한글 역경의 배경

1. 신앙적 동기

2. 시대적 동기

3. 민족적 동기

Ⅲ. 역경 활동

1. 삼장역회의 설립

2. 본격적인 역경활동

3. セ화엄경ソ의 번역

4. 사상서 저술 및 번역

Ⅳ. 역경의 의의

Ⅴ. 맺음말

· 영문초록

Ⅰ. 머리말

용성선사께서는 일생동안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활동이 바로 역경에 관한 일이다. 그는 역경사업은 단순히 현생의 원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수기에 의한 필생의 사업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원력을 세우게 된 동기에 대하여 신앙적인 배경과 시대적인 동기 그리고 민족사적인 동기인 세 가지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그의 불경의 한글화 작업과 한글 사상서의 저술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三藏譯會의 설립에 관한 자료들을 정리하려고 하며, 본격적으로 번역한 경전의 종류와 저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그의 역경활동 중 가장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セ화엄경ソ의 번역에 관하여 살펴보고, セ覺海日輪ソ 등 사상서의 저술에 관해서도 논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역경활동이 어떠한 의의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 그는 역경사업을 전개하면서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조직을 통하여 번역하였으며, 이를 판매라고 하는 유통구조를 활용하였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법보시에만 의존하였던 경전의 유포를 시장경제에 의한 유통 판매망을 활용함으로써 자본을 재투자할 수 있었다. 이 점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고자 한다.

Ⅱ. 한글 역경의 배경

1. 신앙적 동기

용성스님께서 역경을 하게 된 배경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으나 먼저 신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어릴 때 그는 꿈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서 고민하였다고 한다. 두 번에 걸친 수기 중, 먼저 출가하기 전인 14세인 1877년 음력 10월 보름 경에 받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록의 ゛師夢佛授記錄ゝ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불기 2904년 丁丑년 선사의 나이 14세 되는 해인 겨울 10월 보름 경에 우연히 꿈을 꾸었다. 꿈에서 붉은 수탉 수십 여 마리가 머리를 치켜들고 울었는데, 그 소리가 청아하고 해와 달이 명랑하여 마음에 환희심이 일어났다. 홀연히 남쪽으로 오십여 리를 가니 산이 하나 있었는데 경치가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 산 속에 한 암자가 있어 성전에 들어갔더니 탁자 위에 여러 부처님이 나란히 앉아 계셨는데, 마음이 기뻤다. 그 중에 왼편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이 선사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앞에 나아갔더니 부처님께서 황금색의 손을 들어 이마를 만지시고, 선사의 오른 손을 잡으시고 친히 金指로써 입이(溜)자를 써 주시면서 선사에게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내 이제 정녕 그대에게 부촉하노니 그대는 명심하여 잊지 말라(我今丁寧咐囑于汝汝銘心不忘)."

라고 하는 말이 끝나자 깨어났는데 꿈이었다. 선사께서는 그 이전에는 절이나 불상을 본적이 없었다. 꿈속에서 처음으로 보고 이와 같이 수기를 받은 것은 어찌 다생의 熟緣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중에 보니 그 절이 바로 南原蛟龍山城德密庵이었다.
) セ龍城禪師語錄ソ卷下, ゛師夢佛授記錄ゝ, p.29 (龍城全集 1-556).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그는 14살 되던 해 10월 15일경에 부처님으로부터 "너에게 정녕 부촉한다"라고 하면서 입이(溜)의 摩頂授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꿈에 받은 이 수기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때까지 절에 가본 적도 없었고 부처님을 친견하거나 참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 꿈을 꾸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남원 蛟龍山城의 德密庵에 가서 출가하게 된다. 그의 집은 본래 南原郡下磻巖面竹林里였는데 오늘날은 행정구역이 변경되어 장수군으로 편입되었다. 그러므로 그의 생가와 교룡산성 덕밀암은 먼 거리가 아니고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가 10월 15일경에 꿈을 꾸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우연히 덕밀암으로 가게 되는데, 바로 꿈에서 본 그 절과 그 부처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출가하여 집으로 오지 않았으므로 부모님께서 강제로 귀가시켰다고 한다.
) セ龍城禪師語錄ソ卷上, p.1 (龍城全集1-378).
그러므로 그가 덕밀암으로 처음 출가한 것은 아마도 14세인 1977년 10월 15일 이후로 추정된다.

이러한 꿈의 수기는 그가 출가한 것에 대한 인연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나 부촉한 溜자의 의미와 부촉한 뜻에 대한 것을 항상 고심하다가 47세 되는 해에 다시 꿈을 꾸었다고 한다.

불기 2937년 庚戌년 선사의 나이 47세 때에 꿈을 꾸었다. 선사께서 한 성전에 들어갔는데, 그 성전 안에는 여러 부처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다. 그 중 한 부처님이 선사를 부르시기에 앞으로 나아가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어찌 전날에 정녕 부촉한 것을 잊고 있는가?"

라고 하셨다. 이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꿈에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홀연히 譯經의 뜻을 발하여 경전을 번역함에 착수하였다(師聞而覺之思量夢事忽發譯經之意卽爲譯經). 이 때에는 동국제일선원에 있었는데 虎隱장로와 應海선사가 극력으로 권청하기도 하였고, 선사도 이미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서 사양하지 않고 역경에 착수하였다. 저술과 역경한 것으로는 セ歸源正宗ソ으로부터 시작하여 セ吾道覺ソ에 이르기까지 10,000여 부에 이르렀다. 대자비심을 널리 펴서 각처에서 중생을 제도케 하였다. 사방에서 看經하는 자가 많았으나 한 번도 친히 보지 못한 자나, 이를 얻어 보기를 원하는 자가 대단히 많았다. 이로써 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면 선사가 역경한 일은 사람의 힘에 의해서 억지로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セ龍城禪師語錄ソ卷下, ゛師夢佛授記錄ゝ, p.29 (龍城全集1-556).

선사는 출가하기 이전인 14살 때 꿈을 꾸고 난 뒤 다시 1910년 47세 되던 해에 지리산 칠불선원에서 또 한번의 꿈을 꾸게 된다. 이 때에는 부처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되는데, "너에게 부촉한 것을 왜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는가?"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어릴 때에 溜자의 부촉을 받은 뜻이 무엇인지 몰라서 헤매고 있다가 이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즉 '입이(溜)'이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고 깨닫게 되어 譯經의 발원을 세우게 되었다. 이렇게 두 번에 걸친 부처님으로부터의 수기는 바로 선사에게 역경을 부촉한 것임을 깨닫고 역경과 저술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이는 바로 부처님으로부터 부촉받은 것이기 때문에 거역할 수 없는 사명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가 역경을 하게 된 첫 번째의 동기는 바로 부처님으로부터 부촉받은 사명감이었다. 이러한 신앙적인 확고부동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선사인 그가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실천하였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역경과 저술은 선사의 종교적인 신념이며, 신앙적인 절대의 믿음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시대적 동기

당시는 시대적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대단히 급변하던 시대였다. 나라는 일본에 빼앗겨 온통 절망에 빠져있었으며, 서구 사조가 밀려오는 것을 소화하지 못하여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였다. 나라에는 개화파와 수구세력들간의 알력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내려오던 전통적인 우리의 의식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유교문화와 한문문화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어려운 한문 공부에만 매달려 세월을 보낼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한자가 모든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는 매체 역할을 하였으나, 이제는 달랐다. 한자만으로 세계적인 학문과 사상을 연구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한자를 익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한다. 따라서 선사는 불교 역시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가기 위해서는 알기 쉬운 우리말과 우리글로 의사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어려운 한자로 된 불경을 일반 대중이 모두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고는 불경을 볼 수 없는데, 이는 잘못이다. 특수한 신분을 가진 지성인들만이 읽을 수 있는 한문으로 된 불경을 한글로 하지 않고는 부처님의 말씀을 널리 전할 수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セ조선글 화엄경ソ의 ゛번역과 저술에 대한 연기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오동나무 잎사귀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천하에 가을됨을 아는 것이니 세계의 인류는 생존을 경쟁하고, 경제의 파탄은 극도로 되어 가는 시대에 누가 한문에 뇌를 썩히어서 세월을 허송하며 공부하리요. 비록 수 십 년을 공부할지라도 한문을 다 알고 죽는 자는 없을 것이오. 다 통달한다고 할지라도 장래에는 무용의 학문이 될 것이니 무엇에 쓰리요. 현금 철학이나 과학이나 천문학이나 정치학이나 기계학이나 모든 배울 것이 많은 시대에 한문만 가지고 수 십 년의 세월을 허비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또한 문명발달의 장애물만 될 것이며, 또 수 십 년 동안 한문 공부를 하여서 큰 문장이 되었다할지라도 우리 종교의 진리는 알지 못할 것이며 …
) 白相奎 역, セ조선글 화엄경ソ 권12, ゛저술과 번역에 대한 연기ゝ (三藏譯會, 1928) (龍城全集,12-88).

이와 같이 그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개화기를 맞이하여 이제는 한문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간파한 것이다. 어려운 한문에 매달려 평생을 바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해야할 일이 많고 익혀야할 학문이 많은 시대에 한문에만 수 십 년을 바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 십 년을 바쳐서 한문에 문장이 된다고 할지라도 불경의 심오한 이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동잎 한 잎 떨어짐을 보고 천하에 가을됨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예견한 것이다. 따라서 쉬운 우리말로 된 불경을 간행하여 누구나 쉽고 빠르게 불법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セ詳譯科解金剛經ソ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時運이 輪轉에 民智가 改新하고 思潮가 日變이라 知識階級도 經濟生活로 競爭이어니 何暇에 讀漢文於長年이리요. 然則漢字藏經이 積在於山이라도 歸於一個汚物而哉인저.
) 白相奎譯, セ詳譯科解金剛經ソ゛論今思潮ゝ,

그는 시대사조가 달라지고 국민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이 시대를 간파하였다.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경제생활에 급급하여 서로 생존경쟁에 바쁜 시대에 누가 한문공부에 수 십 년의 세월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어서 하루 속히 불경을 쉬운 한글로 번역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한다면 이는 한갓 오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무리 많은 대장경이라고 할지라도 오물더미에 지나지 않는 장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승려로서 읽히지 않는 불경은 오물더미와 같다고까지 표현하였다. 지나친 표현이긴 하지만 정확히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의 인식은 다른 종교와의 비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서구에서 온 종교의 가두선전과 주일날이면 찬송가와 성경을 손에 들고 몰려드는 성당이나 교회의 모습을 보고, 불교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불교를 비방하기가 보통이며, 샤머니즘과 동일하게 취급하기도 하였다. 불교의 진리가 수승함에도 교리를 모르는 민중들은 이러한 선전에 현혹되어 불교를 멀리하게 되었다. 과거 조선 500년 동안 천시받던 불교가 새로운 변화와 교육이 없이는 발전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저술한 セ歸源正宗ソ의 緖言章에 의하면,

… 宋神宗年間에 江左道學이 倡於伊川昆季하야 和之者十有餘家라 做出二百十七種見解하며 西敎之流가 以排佛로 爲己能하야 毁言이 載路하야 岡有紀極이라. 然이나 佛道는 本絶人我하며 不碍是非故로 成就忍力하야 未嘗與之辨明하니 以故로 世俗이 全昧하냐 未識佛道之爲何如하고 但將冊子上語하야 毁之謗之故로 佛日이 日暗하고 法輪이 不轉이라. 余不忍生坐視其然하야 依排辯論也로다. 彼曰古云可言不言은 大人心이요. 難忍能忍은 君子志라하니 不如忍之爲德이니라. 余日善타 然이나 衆生苦海가 無量이니 若非佛力이면 誰能濟之리오. 慈眼視衆生이면 福德海無量이니라. 吾所以爲此者는 爲度生而然也요. 非人我而爲然也이니라. 汝能除去儒敎之經史典籍에 所載毁佛之言句乎아. 若然者컨댄 余亦休却호리라. 自古及今에 吾佛之家에서 一無先排外敎하고 但隨辨而已이니라.

라고 하였다.
) 白龍城著, セ歸源正宗ソ上卷, p.1 (中央布敎堂, 大正 2) (龍城全集 8-761).
이는 セ歸源正宗ソ을 저술하게 된 동기에 대하여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 저서는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불교와 다른 종교 즉 기독교, 유교 등 각종의 종교를 비교하여 설파한 저술이다. 그 저술 동기는 바로 호법적인 입장에서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217종류의 견해들이 불교를 비판하고 배불하더니 이제는 서양의 종교가 들어와서 불교를 배척하고 있음을 한탄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참아왔으나 이제는 더이상 인욕만이 능사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좌시할 수 없어 변론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음을 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저술과 번역에 착수한 것은 여러 역서에서 볼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 セ조선글 화엄경ソ의 ゛저술과 번역에 대한 연기ゝ에 잘 나타나 있다.

옛날에 우리교를 배척한 자는 정자와 주자에 지난 자가 없고 현재에 더욱 심하게 배척함는 자는 야소교라 우리가 먼저 남을 배척하는 것은 없지마는 한번 변론할 필요는 있으니 원컨대 선사는 변론하는 서책 하나를 저술하야 종교의 깊으고 얕은 것을 알게 하소서 라고 호은장로와 응해장로가 청해서 귀원정종을 저술하였다.
) 白龍城譯, セ조선글 화엄경ソ 권12, (三藏譯會, 1928) (龍城全集, 12-87).

여기서는 용성스님에게 호은 장로와 응해 장로가 저술을 권유하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セ귀원정종ソ은 지리산 칠불암에서 저술하였는데, 그 필요성이 바로 유교, 주자학 등의 과거의 종교와 현재의 기독교의 불교비방에 대하여 반론을 펴기 위해 호법적인 의미에서 착수한 것이다. 따라서 본 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 등 각 종교의 문제점을 비판한 교리서이다. 다시 적극적으로 역경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저술과 번역에 대한 연기ゝ에서 밝히고 있다.

대각응세 이천구백삼십육년 삼월 일일 독립선언서 발표의 대표 일인으로 경성 서대문 감옥에서 삼년간 철창생활의 신산한 맛을 테흠하게 되었다. 각 종교신자로서 동일한 국사범으로 들어온 자의 수효는 모를 만치 많았다. 각각 자기들의 신앙하는 종교서적을 청구하며 기도하더라 그때에 내가 열람하여 보니 모다 조선글로 번역된 것이오 한문으로 그저 있는 서적은 별로 없더라. 그것을 보고 즉시 통탄한 생각을 이기지 못하야 이렇게 크고 큰 원력을 세운 것이다.
) 白龍城譯, セ조선글 화엄경ソ 상동.

그는 3·1독립운동 민족대표의 33인 중 불교대표로 참여하였다가 서대문 감옥에서 3년 간의 철창생활을 하였다. 이때 다른 종교의 성전들이 한글로 번역되어 누구나 손쉽게 읽히는 것을 보고 통탄하였다고 한다. 알기 쉽게 된 경전의 필요성을 타종교 서적에서 보고 절감하였다는 것은 그가 출옥하자마자 바로 三藏譯會의 설립에 착수했다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불교가 한문으로 된 불경만으로는 다른 종교와 경쟁할 수 없음을 간파하였던 것이다. 이는 시대적인 상황에 적응하는 다른 종교와 시대를 거부하고 옛 것만을 고집하는 불교에서 불교의 문제점을 파악한 것이다. 정확한 시대적 상황의 인식에서 불경의 역경사업과 저술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3. 민족적 동기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는 누구보다도 투철한 애국자였다. 그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은 애국과 민족의 독립문제와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는 왜 굳이 일제치하에서 우리말 우리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탄압하고 검열하던 때에 불경의 한글역경을 고집하였을까? 일제가 탄압하면 할 수록 우리글을 쓰지 못하게 하면 할수록 더욱 우리말과 글을 고집하였다. 그것은 바로 민족정신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글로써 남길 수 있는 것이 못된다. 당시의 시대상황은 그를 자유롭게 두지 않았다. 그는 33인 중 한 사람으로 평생토록 변절하지 않은 독립운동가이며, 애국지사였다. 그러나보니 그의 글 하나하나는 검열의 대상이 되었으며, 출판허가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경전을 한글화하여 보급하였다. 이는 바로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독립운동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개하였다. 참선을 통하여 민중을 일깨웠으며, 선농불교를 실천함으로써 민족 자립경제의 모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통한국불교를 수호하므로 왜색불교를 물리치게 되었으며, 일요학교들을 통하여 후세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의 セ조선글 화엄경ソ゛번역과 저술에 대한 여기ゝ에서 역경이 민족의 독립운동이나 애국운동과 관련있는 구절을 살펴 볼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중국글을 좋아하나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는 조선글이 적당할 것이니 남녀 상중하가 보면 즉시 아는 것이라 보급하기 편리하리니 출옥하면 즉시 동지를 모아서 경 번역하는 사업에 진력하야 이것으로 진리 연구에 한 라침판을 지으리라.
) 白龍城譯, セ조선글 화엄경ソ゛저술과 번역에 대한 연기ゝ 상동.

이와 같이 중국사람은 중국글을 조선사람은 조선글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지금까지 우리글과 우리말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에 매여서 우리글을 천시하였고, 일제시대 당시에는 일본의 탄압에 의해 우리글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의 역경사업의 배경은 민족의 애국 애족의 일념과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그의 역경사업은 첫째로 종교적인 신앙적인 측면이 있다. 14세에 수기를 받고 잊고 있다가 47세에 다시 꿈에 부처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받아 역경을 하라고 하는 암시임을 깨닫고 경전 번역과 저술에 착수하였다. 둘째는 시대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시대사조가 급격히 변해감에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한문으로는 모든 현대학문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인식하였던 것이다. 셋째는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Ⅲ. 역경활동

1. 三藏譯會의 설립

그가 1921년 3월 출옥과 더불어 바로 착수한 것이 역경이다. 그의 역경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살펴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그 조직체를 설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三藏譯會이다. 그러나 몇 월에 삼장역회를 설립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자료가 부족하다. 필자는 セ龍城禪師硏究ソ
) 拙著, セ龍城禪師硏究ソ, (甘露堂, 1981), p.187.
에서 4월로 추정하고 있으나 명확한 자료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번역한 セ梵網經演義ソ는 필사본으로 남아 있는데 이를 출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1921년 음력 5월 6일에 완역하였다고 한다.
) 백용성 역, セ佛說梵網經演義ソ 필사본, (1921년 5월 6일 완역) (龍城全集13-906).
만약 그가 5월 6일에 セ梵網經ソ을 번역하였다고 한다면 출옥과 더불어 바로 착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양력 3월에 출옥하였으므로 음력으로는 2월경이었을 것이다. 즉 출옥과 더불어 바로 セ梵網經ソ을 번역하였을 것이다. 적어도 음력으로 3월경부터 경전 번역작업에 착수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三藏譯會의 설립은 이 때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가 セ범망경ソ을 번역하면서 후기에

梵網經心地品演義終佛紀2948年 5月 6日陰曆金井山梵魚寺沙門白龍城下筆

라고 하였다.
) 上同.
여기에서 보면 그는 출옥하면서 처음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セ梵網經演義ソ에서 범어사 사문임을 명기하고 있다. 그가 범어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용성스님의 중반기의 생애ゝ
) 拙論, ゛용성스님의 중반기의 생애ゝセ大覺思想ソ 제2집 (대각사상연구원, 1999), p.21
에서 밝힌 바와 같이 1913년 50세 때 범어사에서 大禪師 법계를 받으므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출옥하면서 바로 海印寺沙門이라고 하지 않고 梵魚寺沙門이라고 한 것은 관심있게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가 セ범망경연의ソ를 번역하였을 때 삼장역회를 설립하였다고 한다면 아마도 삼장역회 이름으로 출판하거나 혹은 그 이름이 들어갔을 것이지만, セ범망경연의ソ 원고지는 '京城本町二友井印行'이라고 하는 출판사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이 출판사에서 간행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때까지는 삼장역회가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 セ大覺思想ソ 4집, (대각사상연구원, 2000), p.11-16.

그런데 1921년 8월 28일자 <東亞日報>의 사설에서는 ゛佛敎의 民衆化運動ゝ이라는 제목으로 ゛三藏譯會의 出現ゝ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본 사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종교의 생명은 진리를 전하는 것인데, 純漢文으로 되었거나 아니면 한문식으로 된 불경의 문장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사조로 보거나 아니면 민중의 척도를 보더라도 한문으로만 된 불경이 일반 민중에게 전파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민중에게 불교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는 불경의 번역이 시급한 일인데 白相奎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된 삼장역회의 앞날을 축하하면서 기대를 걸고 있는 글이다. 당시의 <동아일보>에서 사설로까지 다루었다는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다. 그만큼 삼장역회의 설립은 기대하는 바가 많았다고 여겨진다.

이 사설의 날짜가 1921년 8월 28일자이므로 아마도 양력으로 8월경에 삼장역회가 설립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므로 앞에서 언급한 セ범망경연의ソ는 삼장역회에서 출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출옥하면서 갈 곳이 없어졌다. 그가 1916년 봉익동 1번지에 이룩한 大覺寺는
) 拙論, ゛龍城스님의 중반기의 생애ゝセ大覺思想ソ 제2집 (대각사상연구원, 1999), p.32.
감옥에 있던 도중에 제자들에 의해서 매각되고 말았다. 그는 출옥하여 그전부터 있던 嘉會洞 211번지로 간 것 같다. 이 집은 용성이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시작한 康永勻의 집이 아닌가 추정한다. 가회동 211번지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13년 6월 10일에 발간된 セ歸源正宗ソ에서였다.
) 上同, p.18.
그가 출옥하여 가회동 211번지로 가서 주석하였다고 한다면 삼장역회의 최초 설립장소는 大覺寺가 아니고 嘉會洞 211번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삼장역회가 설립되고 처음으로 출판한 저서는 セ心造萬有論ソ이다. 이는 1921년 9월 29일에 간행되었는데, 출판장소는 가회동 211번지로 되어 있다.
) 金井沙門龍城堂白相奎, セ心造萬有論ソ (三藏譯會嘉會洞 211번지, 1921, 9, 29).
따라서 삼장역회의 장소는 봉익동 2번지가 아니고 가회동 211번지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여기서 1922년 3월까지는 유지하였던 것 같다.

그 근거로는 セ金剛經鮮漢文新譯大藏經ソ
) 白相奎譯セ金剛經鮮漢文新譯大藏經ソ

발행소 경성부가회동 211번지 三藏譯會

발행일 大正 11年 1月 30日

佛紀 2949年 1월 30일
이 大正11년 즉 1922년 1월 30일에 간행되었는데, 가회동 211번지의 삼장역회로 되어 있으며, 大正 11년 3월 16일에 간행된 セ首楞嚴經鮮漢文演義ソ에서도 가회동 211번지로 되어 있다
) 白相奎譯, セ首楞嚴經鮮漢演義ソ (龍城全集, 9-587).
. 그러나 大正 11년 9월 8일에 초판을 낸 セ팔상록ソ에는 발행소가 ゛京城府鳳翼洞 2番地大本山梵魚寺京城布敎堂三藏譯會ゝ
) 白相奎譯, セ팔상록ソ (龍城全集, 9-887).
라고 되어 있으며, 大正 11년 9월 15일에 간행된 セ卍金毘羅經ソ에서는 ゛京城府鳳翼洞 2番地大覺敎會ゝ
) 白相奎譯, セ卍金毘羅經ソ 일명 セ금비라동자위덕경(金毘羅童子威德經)ソ (龍城全集, 9-295).
로 되어 있다. 따라서 삼장역회는 1921년 8월에 가회동 211번지에서 설립하여 1922년 3월까지 여기에 있다가 1922년 3월 이후에 봉익동 2번지로 옮긴 것 같다.

그러나 국가로부터 정식 출판사로 인가를 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점에 대해서는 뒤에 정식으로 인가를 받았다고 하는 자료가 있다.

삼장역회의 설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목적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하여 한글 역경과 저술에 대한 출판사업이고, 시기는 1921년 8월경이며, 장소는 嘉會洞 211번지로 추측된다. 그 후 1922년 3월 이후에 봉익동 2번지인 대각사로 이주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저술인 セ龍城禪師硏究ソ의 年譜에서 삼장역회의 설립을 1921년 4월로 정리한 바 있으나 이는 8월경으로 수정코자 한다.
) 拙著, セ龍城禪師硏究ソ (甘露堂, 1980) p.64.

゛出獄과 同時에 三藏譯會를 組織해서 1940년 涅槃에 들때까지---ゝ라고 하였으며, p.187의 年譜에서는 ゛1921년 4월에 삼장역회를 조직 본격적인 譯經착수 大覺敎創立(봉익동 3번지)ゝ라고 하여 마치 봉익동 3번지 대각사에서 4월에 삼장역회를 창립한 것처럼 표현하였으나 이를 정정하는 바이다.

확실한 연대를 알 수 없는 자료 가운데 삼장역회의 허가와 관련된 글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어느 해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음력 2월 5일에 경봉스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삼장역회가 출판사로서 허가를 취득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는 일제치하였기 때문에 출판의 자유가 없었던 시대였다. 출판물의 엄격한 검열로 인하여 출판의 허가를 취득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1921년에 삼장역회를 설립하였으나 정부로부터 정식 출판사로 인가를 받아 등록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초기에는 출판물을 판매하지 못하고 모두 비매품의 법보시판으로 간행하였다. 그러나 경전을 간행하여 비매품으로만 보시하다 보니 출판비를 충당할 길이 없었다. 다행히 보시자가 나오면 출판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번역은 하였으나 출판비가 없어서 간행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였다. 그래서 동지를 구하기 위하여 전국사찰에 편지를 보냈으나 호응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비방하는 자가 많았다고 한탄하였다.

따라서 그는 출판사 허가를 취득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다. 일정한 금액을 받고 판매할 경우 자금이 회전되어 경전의 간행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경봉스님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이 언급되어 있다.

日前答書必想入覽矣未椛仲春之節法候萬鞍住持和尙與同留淸衆一遭否幷仰曀區區病衲汨沒塵惱無足仰讀而

所謂三藏譯會得許可書類數十餘種但恨錢路難辨未得盡終然今年內左右間留京之形便來春後不可不住山之計則或可見諒後內院禪院密爲周金今明年間完成禪林則老來安身之策

豈不曰善乎雖有住山之心四顧山野無與劃策者故玆以寄託也勿以尋常置之凡事間極力圖之勿失好期如何如何餘多擾不炾謹函

陰二月五日病衲龍城
) 釋明正 역주, セ三笑窟消息ソ (極樂禪院, 1997), p.179.

여기서 삼장역회의 허가 서류가 수십 종이나 되었다고 하면서 아직 그 매듭은 끝내지 못하였기 때문에 서울에 머물려고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는 삼장역회를 정식으로 출판사 등록을 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그 후 출판사 허가를 취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삼장역회에서는 출판물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편지 속에서 날짜만 기입하였기 때문에 연도의 추정에 어려움이 있다. 이는 경봉스님이 내원암의 만일참선결사에 가기 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므로 연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 拙論, ゛용성스님의 후반기의 생애(1)ゝ, セ大覺思想ソ 4집, (大覺思想硏究院, 2000), p.22.

2. 본격적인 역경활동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21년에 저술과 출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21년 5월 6일 セ梵網經演義ソ 번역 미 출간.

1921년 9월 29일 セ心造萬有論ソ 저술, 三藏譯會 가회동 211번지에서 출판.

1922년 1월 16일에는 三藏譯會에서 セ신역대장경ソ을 출판하였다. 서문의 말미에 의하면,

불기 이천구백사십팔년 시월 이십 오일에

삼장역회 백용성은 서하다.

또 다시 한말로 우리불교를 믿는 사람에게 선전코저 합니다. 우리는 오직 불심만 믿어 나의 억천겁에 어두운 마음을 타파하고 청정도덕과 마음이 편안하고 참 질거운락을 수용합시다. 빈도가 재조 없고 지혜가 쩔으며 눈이 어둡고 손이 떨니나 오는 세상이 다하도록 모든 중생이 정법을 깨달아 가치 성불하기를 원하고 이 경을 번역하나니다.

라고 하였다.
) 白相奎譯, セ신역대장경ソ (三藏譯會, 대정11년(1922), 1, 16) (龍城全集, 5-297).
앞에서는 경전의 대의에 대하여 논하고 뒤에서는 번역한 목적을 설하고 있다. 실지로 단순한 セ금강경ソ의 번역본이 아니라 속표지에는 セ신역대장경금강경강의ソ라고 하여 원문의 순한글 번역과 더불어 강의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1922년 1월 30일에는 다시 삼장역회에서 鮮漢文金剛經을 セ新譯大藏經ソ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이것도 역시 속표지에는 セ新譯大藏金剛摩訶般若波羅蜜經ソ이라고 하였다.
) 白相奎譯, 鮮漢文金剛經セ新譯大藏經ソ (三藏譯會, 大正 11年(1922), 1月 30日) (龍城全集, 5-501).
그런데 순한글본 セ신역대장경ソ의 서문이 1921년 10월 25일에 쓴 것인데 반하여 이것은 같은 해 11월 5일 쓰고 있다. 그러므로 불과 10일 사이에 금강경을 새롭게 번역 강의하고 있으며, 또 セ신역대장경ソ을 출판한지 15일 후에 같은 금강경이지만 전혀 다른 측면에서 번역 강의한 것을 출판하였다. 이를 볼 때 출옥 후 얼마나 열정적으로 경전을 번역하고 강의하였던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것이 교리적인 해석인 반면에 이것은 禪的인 입장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涵虛得通의 서문을 싣고 있으며, 국한문 혼용으로 출판하였다.

1922년 3월 16일에는 가회동 211번지의 삼장역회 명의로 セ首楞嚴經鮮漢演義ソ(一)을 출판하였다.
) 白相奎譯, セ首楞嚴經鮮漢演義ソ(一) (三藏譯會, 대정 11年 3月 16日) (龍城全集, 9-587).
그는 서문의 ゛我敎의 主張ゝ에서,

譯者曰吾佛의 敎意는 心을 敎하는 敎요 天이나 神이나 그러한 모든 것을 信奉함이 아니니 佛學者는 我의 心外에는 一物도 無함을 信할지어다. 誰知君家一輪月이 萬古光明長不滅고 着眼看하라.

看經次序

金剛經, 楞嚴經, 起信論, 圓覺經, 華嚴經, 傳燈錄, 拈頌此等經을 次序로 看然後에사 敎理方圓하니라.

라고 하면서
) 상동, (龍城全集, 9-503).
, セ首楞嚴經ソ의 가르침이 마음의 문제를 논함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전을 보는 순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セ금강경ソ을 처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セ금강경ソ의 번역과 강의에 관한 저술을 수 차례에 걸쳐서 냈으며, 다음으로 출판한 것이 바로 セ능엄경ソ이다.

1922년 6월 7일에는 セ修心正路ソ를 탈고하였다. 이러한 기록은 1924년에 출판한 セ禪門撮要ソ 권5에 삽입되어 있다. 여기에 의하면,

대각응화 이천구백사십구년 유월 초칠일

대각교 삼장역회 룡성 백상규 지음

으로 기록되고 있다.
) 白相奎譯, セ禪門撮要ソ, (三藏譯會, 大正 13年(1924) 6月 15日) (龍城全集, 4-417).
그런데 이 セ修心正路ソ가 セ覺海日輪ソ 권3에도 게재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저술연도에 대한 기록은 없다.
) 白相奎著, セ覺海日輪ソ 권3 (大覺敎堂, 昭和5年(1930) 3月 15日) (龍城全集, 6-170).

1922년 7월 8일에는 가회동 211번지의 삼장역회 명의로 セ首楞嚴經鮮漢演義ソ(二)를 간행하였다.
) 白相奎譯, セ首楞嚴經鮮漢演義ソ(二) (三藏譯會, 大正 11年 7月 8日) (龍城全集, 9-715).
이것의 번역은 1922년 3월 4일에 완료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는 삼장역회를 설립한 후 경전 번역과 강의에 주력을 다하였던 것 같다.

1922년 9월 8일에는 セ팔상록ソ을 간행하였다. 여기에서부터 대각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삼장역회의 주소가 봉익동 2번지로 기재되고 있다.
) 白相奎譯, セ팔상록ソ (三藏譯會, 大正 11年(1922) 9月 8日) (龍城全集, 9-887).

1922년 9월 15일에는 セ卍金毘羅經ソ을 봉익동 2번지의 大覺敎會 이름으로 출간하였다. 이 책은 초판본이므로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봉익동 2번지의 대각사나 혹은 대각교회라는 용어와 관련된 것으로는 처음으로 언급된 것이다.
) 白相奎譯, セ卍金毘羅經ソ (京城府鳳翼洞 2番地大覺敎會, 大正11년

(1922) 9월 15일) (龍城全集, 9-295) 책명을 セ금비라동자위덕경(金毘羅童

子威德經)ソ이라고도 하였음.
이때부터 출판물의 발행소를 삼장역회라는 이름보다도 대각교회라고 사용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22년 9월 21일에는 セ禪門撮要ソ를 편집의역을 완료하여 1924년 6월 15일에 출간하였다.
) 白相奎編集意譯, セ禪門撮要ソ (龍城全集, 4-365).

1922년 12월 3일에는 セ覺頂心觀音正士摠持經ソ을 출판하는데 이것도 봉익동 2번지의 대각교회 명의로 하였다.
) 白相奎譯, セ覺頂心觀音正士摠持經ソ, (京城府鳳翼洞 2番地大覺敎會, 大正 11년(1922), 12월 3일) (龍城全集, 9-179).
여기서는 대각교에 대한 구체적인 용어변화가 보이고 있다. 觀音菩薩도 觀音正士라고 하며, 釋迦佛을 釋迦大覺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대각교를 창립한 것이 확실하다.

그는 1922년에 많은 활동을 전개하였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가회동 211번지에서 삼장역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였고, 부처님 오신날 경에는 봉익동 2번지에 대각사를 다시 구입하여 대각교를 창립하였으며, 삼장역회를 대각사로 이전하여 여러 가지의 경전을 번역 출판하였다. 이 해에 출판한 것만도 여섯 가지나 된다. 저술과 번역을 마쳤으나 간행하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아홉 가지에 달한다.

1923년 3월 8일에 セ금강경ソ에 대하여 상세히 번역하고 科目을 만들었다. 이를 セ詳譯科解金剛經ソ이라고 하는데, 그의 번역서 중 대표가 될 만하다. 서문에 해당하는 ゛金剛摩訶般若波羅密經全部大義綸貫ゝ의 論今思潮에서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時運이 輪轉에 民智가 改新하고 思潮가 日變이라 知識階級도 經濟生活로 競爭이어니 何暇에 讀漢文於長年이리요. 然則漢字藏經이 積在如山이라도 歸於一個汚物而己哉인저 時當余年이 六十이라 情神이 短促하며 手戰眼昏하야 不堪譯經이로다. 以此緣由로 累告於同志하며 發文於全鮮寺刹이로되 不啼無心이라. 亦乃誹謗者多矣로다. 余不得已하야 以鮮文으로 譯金剛又註解하며 又以鮮漢文으로 譯金剛楞嚴圓覺이러니 又恐後人之難解일가하야 削除前譯하고 更以詳譯註解科目하노라. 然이나 經之譯難은 猶可且置어니와 印費實無를 奈何奈何오. 以故로 余譯金剛楞嚴圓覺而卐筆하노라.

覺紀二千九百五十年癸亥三月八日三藏譯會龍城白相奎識
) 白相奎譯, セ詳譯科解金剛經ソ, (三藏譯會, 大正15년(1926) 4월 29일) (龍城全集, 5-12).

여기서 보면, 당시의 어려움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히 논하고 있다. 출옥과 더불어 시작한 역경사업에 많은 동참자들이 있을 것으로 알고 전국 사찰에 동지를 구하는 글을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고, 오히려 역경을 비방하는 자들이 더욱 많았다고 한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와 시대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예지력이 있었던 것 같다. 한문경전만으로는 읽을 사람이 점차로 없어질 것을 역설하면서 역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역경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출판비에 대한 문제였다. 이 セ詳譯科解金剛經ソ도 번역은 1923년에 하였으나 1926년에 출판하게 된다. 1922년에는 많은 경전을 출판하였으나 다음해는 기력의 쇠진과 출판비의 부족으로 단 한 권의 경전도 간행하지 못하였으니 당시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겠다.

사실은 セ금강경ソ을 상역과해 하기 이전에 이미 セ원각경ソ을 번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의 서문에서도 금강능엄원각경을 閣筆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セ원각경ソ의 서문인 ゛譯解原因ゝ에 의하면,

原夫無邊刹海와 六途四生과 三世一切가 卽佛이라 常住不生하고 常住不滅하야 風柯月渚는 現露眞心하고 翠竹黃花는 宣明妙法이로다. 由此觀之컨댄 一切諸法이 常說遍說이어늘 何强譯之乎아. 曰是則是나 況乎時當末法에 衆生의 業識이 茫茫하야 無本可據며 又況泰西世智文明이 濫及東土에 思潮가 大變하고 漢文이 受打하니 然則漢字藏經이 積載如山이라도 一箇老弊的歛物哉인저 旣爲鮮人인대는 以鮮文鮮語로 譯解가 亦不宜乎아 余老朽六旬에 不揆不才하고 强而譯解하야 爲學佛者之龜鑑하노니 所冀는 佛日禪風이 同虛空而長存云爾

라고 하였다.
) 白相奎譯, セ圓覺經ソ, (三藏譯會, 大正 13년(1924) 6월15일) (龍城全集, 7-5).
내용은 セ금강경ソ 서문과 유사하지만, 전자보다 앞에 쓴 것으로 보인다. 그의 六旬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1923년에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セ詳譯科解金剛經ソ과 마찬가지로 출판비가 없어서 책으로 간행하지 못하고 있다가 1924년 법보시자를 만나서 빛을 보게 되었다.
) 상동, (龍城全集, 7-183).

1924년 6월 15일에는 1923년에 번역하였으나 출간하지 못하였던 セ大方廣圓覺經ソ을 간행하였다. 당시에 삼장역회에서 간행한 대부분의 출판물들은 비매품인 법보시판으로 되었기 때문에 출판비의 문제는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그래서 セ大方廣圓覺經ソ의 말미에도 법보시 시주자들의 명단과 보시금이 게재되어 있다.
) 白相奎譯, セ大方廣圓覺經ソ, (三藏譯會, 大正13년(1924) 6월 15일) (龍城全集, 7-184).

1924년 6월 15일에 セ원각경ソ과 함께 セ鮮漢文譯禪門撮要ソ도 출간하였다. 이 책 역시 1922년 9월 21일에 번역하였으나 출판비가 모자라서 간행하지 못하였던 원고였다.
) 白相奎編集意譯, セ鮮漢文譯禪門撮要ソ 권5, (龍城全集, 4-365),

"大覺紀元二千九百四十九年壬戌九月二十一日終".
또 부록으로 실려있는 セ修心正路ソ도 1922년 6월 7일에 저술한 것이었으나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가 セ禪門撮要ソ와 함께 간행하게 된다.
) 상동 (三藏譯會, 大正13년(1924) 6월 15일) (龍城全集, 4-419).

그는 또한 1924년 7월에 창간된 セ佛日ソ이라는 불교지의 편집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대표로는 朴漢永과 함께 白相奎의 이름도 올라 있다. 이 잡지는 조선불교회에 기금을 낸 용주사·봉은사·석왕사·동화사·백양사·법주사·유점사 등이 중심인데, 이들은 佛日社友會라는 동호인 모임을 만들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회원들에게 배포된 잡지인 것 같다.
) 김광식, セ용성ソ (민족사, 1999) p.144.
처음에는 월간으로 계획하였으나 7월의 창간호와 11월의 2호로 종간되고 말았다. 창간호에 용성은 ゛摩訶般若波羅蜜多心經譯解ゝ라는 글을 게재하였다.
) セ佛日ソ 창간호, (佛日社, 1924, 7), pp.36-42.

1927년 10월 18일에 간행된 セ大覺敎儀式ソ에는 부록으로 ゛大覺敎歌集ゝ과 ゛極樂路程記ゝ가 실려 있는데, 모두 한글로 된 의식문이라는 점이 가장 뛰어난 특색이다.
) 白龍城著, セ大覺敎儀式ソ, (大覺敎中央本部, 昭和 2년(1927), 10, 18) (龍城全集, 8-445-628).
지금도 불교의식이 한문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 모든 의식을 한글화하였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セ화엄경ソ의 번역

선사의 역경활동 중 가장 정점을 이룬 것은 セ화엄경ソ의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처음있는 일이기도 하다. セ화엄경ソ의 번역사업은 1926년 양산 내원암으로 萬日參禪結社를 이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만일참선결사를 내원암으로 옮길 때 삼장역회도 이전한다고 하였다.
) セ佛敎ソ 23호, ゛活句參禪會의 移轉ゝ (佛敎社, 1926, 5), p.58.
물론 삼장역회의 사무는 봉익동 2번지인 대각사에서 보았다. 그러나 비교적 분망하지 않은 내원암에서 화엄경 번역에 전력하였다고 보여진다. 이에 대한 과정은 セ화엄경ソ의 ゛저술과 번역에 대한 연기ゝ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대각응세 이천구백오십삼년 병인 음력 첫 여름 사월 십칠일 하오 이시에 화엄경 번역에 착수하야 익년 정묘년 십일월 십삼일 상오 십시에 번역을 ꁹ이니 화엄경 번역한 일자 수효를 계산하면 이백오십구일간이오(다만 번역한 일자수만 계산 함) 나의 나히는 륙십사세러라.
) 백상규 역, セ화엄경ソ 권12, ゛저술과 번역에 대한 연기ゝ (龍城全集, 12-89).

그는 이 연기문에서 자신의 행적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 분망했던 관계로 경 번역사업이 늦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セ화엄경ソ을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회향할 때까지의 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즉 시작은 1926년 음력 4월 17일 오후 2시부터 착수하였다. 당시는 내원암의 만일참선결사의 하안거를 입재하고 이틀 뒤부터이다. 그리고 회향은 1927년 11월 13일 오전 10시에 끝마쳤다고 한다. 햇수로는 2년이며, 달수로는 19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번역하는 도중에 건백서의 제출 등으로 분망한 일도 있었으나 セ화엄경ソ 번역에 전념한 것은 259일간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내원암과 서울을 오가면서 セ화엄경ソ을 완역했다는 것은 그의 초인적인 능력이었다고 보여진다.

그는 セ화엄경ソ을 번역하면서 역경의 방향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읽어 두기와 같은 내용으로 ゛조선글 화엄경 머리말ゝ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른바 ゛이법이 법위에 멈으러 세간형상이 항상 멈은다ゝ하시니 이 말삼은 세간상이 항상 멈으러 낳지안코 멸하지 안니한다는 말삼이라 이 한글귀에 모도 설파하였도다---이 한 물건을 었더케 알걁고? 버들은 듸루운 곧에 푸르고！ 꼿비는 느진갖이에서 붉엇도다！！

대각세존 이천구백오십사년 정묘 오월 회일에 백용성 지음

이 경을 번역할 때에 화엄논과 청양소를 의지하야 글 뜻을 부루어 번역하기도하고 번만한 것을 삭제하고 간단한 뜻으로 번역하기도하고 중송은 빼고 고기송만을 번역하기도 하였으니 그리 알고 보시오.
) 백상규 역, セ조선글 화엄경ソ 권1, (龍城全集, 12-1-1), p.1

이 서문은 경전을 번역하는 도중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편으로는 경을 번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쇄에 들어갈 준비를 하였다. 그래서 인쇄작업을 착수하기 위해 1927년 5월 30일에 서문을 정리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총 12권으로 번역하면서 39품으로 나누고 있다. 그런데 セ화엄경ソ에는 모두 3가지 종류가 있는데, 東晋시대(A.D 408∼420)의 불타발타라가 번역한 60권 セ화엄경ソ과 唐代(695∼699)의 실차난다의 80권 セ화엄경ソ, 그리고 唐代(795∼798)의 般若가 번역한 40권 セ화엄경ソ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가 모본으로 삼은 것은 80권이 중심이다.
) 그 이유는 60권 セ화엄경ソ에서는 제2 ゛노사나품ゝ을 80권에서는 ゛여래현상품ゝ, ゛보현삼매품ゝ, ゛세계성취품ゝ, ゛화장세계품ゝ, ゛비로자나품ゝ 등 다섯 품으로 세분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본서의 1권 2권에서는 ゛여래의 모양을 낫투는 품ゝ, ゛보현보살 삼매에 든 품ゝ, ゛세계 성취한 품ゝ, ゛꽃에 갊은 세계품ゝ, ゛비로자나 품ゝ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서 80권본의 주석서인 淸凉國師澄觀의 セ大方廣佛華嚴經隨疏演義痹ソ와 李通玄의 セ新華嚴經論ソ을 참고로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가지 특색은 중복되는 부분은 과감히 줄이고 필요한 부분은 내용 설명을 하였으며, 각 중송이나 고기송은 생략하였다고 한다. 특히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청량소와 이통현장자의 논을 참고로 하였다고 하는 것은 선적인 입장에서 번역하였음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항상 禪師라고 하였다. 특히 이 セ화엄경ソ의 번역은 만일참선결사도량인 내원암에서 결재 중에 시작한 작업이며, 머리말에서도 禪的인 표현을 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華嚴禪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セ화엄경ソ을 인쇄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龍城스님이 鏡峰께 보낸 편지ゝ에 의하면,

酷炎이 極蒸하온대

法體候淸凉萬福乎잇가 生은 本月二十日에 華嚴經印刷에 着手이 三年間에사 結末이 되것다고 한 즉 暫時無出身之格외다.

라고 하였다.
) 釋明正譯註, セ三笑窟消息ソ (極樂禪院, 1997), p.181.
이 편지는 1927년 7월 13일에 경봉스님에게 보낸 것인데, 여기에 의하면 7월 20일부터 セ화엄경ソ을 인쇄에 착수하며, 모두 간행하려면 3년간 걸린다고 하였다. 따라서 セ화엄경ソ의 첫 권은 1927년 7월 20일에 인쇄에 착수하여 11월 5일에 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12권까지 완간은 1928년 3월 28일에 끝낼 수 있었다. 이는 처음 3년간의 계획보다도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대한 교계의 보도는 다양하였으며, 대단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먼저 セ佛敎ソ 43호의 ゛朝鮮文華嚴經刊行ゝ에 의하면,

゛三藏譯會에서 朝鮮文華嚴經刊行ゝ

白龍城禪師의 後半生必死的努力의 結晶體

朝鮮佛敎의 經典은 漢文藏經뿐임으로 佛敎眞理를 硏究하랴는 義學之徒에게는 難澁汪洋의 嘆이 不無하고 發展 또는 向上에 莫大한 支障이 不無한 故로 이에 깁히 녹기고 痛歎히 역인 (市內鳳翼洞二番地에 居住) 白龍城禪師는 六旬有四의 高齡임에도 不顧하고 老當益壯의 那羅延身으로 모든 周圍의 難關과 環境의 複雜한 것을 勇敢하게 突破하고 丙寅四月十七日부터 華嚴經飜譯에 着手하야 爾來一年八個月 동안 幾多히 魔障을 무릅쓰고 不斷의 誠力을 專注한 結果去十一月十三日에 飜譯의 終畢을 告하게 되엇스며, 因하야 卽時一面으로 印刷에 着手하야 적어도 陰曆今年歲前으로는 全部가 完成이 되리라는대 支那佛敎가 朝鮮에 輸入된 以來에 朝鮮文으로 華嚴經을 飜譯하기는 처음인 것만큼 將來朝鮮佛敎界에 잇어서 無價의 寶藏인 것만은 一般이 한가지 깁버하게 되엇더라

라고 하였다.
) セ佛敎ソ 43호 (佛敎社, 昭和 3년(1928), 1), p.69.
이 기사에 의하면, 용성스님의 セ화엄경ソ 역경사업은 우리 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セ화엄경ソ이 한글로 완역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セ화엄경ソ이 역경된 의의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부연할 필요가 없다. 이는 삼장역회가 조직되고 나서 최대의 성과이며, 강사가 아닌 선사로서 이러한 80권 セ화엄경ソ을 한글로 번역하였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936년 6월에는 鮮漢文譯セ大方廣佛華嚴經ソ 15권을 다시 재번역하였으나 출판 허가까지 받고도 출간하지 못하고 현재에도 그 원고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 白相奎譯鮮漢文譯, セ大方廣佛華嚴經ソ 15권, (龍城全集 15권에서 18권에 수록되었음).

4. 사상서 저술 및 번역

용성선사는 1928년 1월 5일에 セ八陽經ソ을 간행하였다. 이 경은 번역이나 주석서가 아니라 道光 11년(1831) 華潭敬和스님의 註釋書에 경문만을 한글음으로 표기하여 출간한 것이다. 용성스님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출판이기는 하지만, 삼장역회의 이름으로 간행된 것이다. 이 경은 田榮琦라는 분의 법보시판으로 간행되었다.
) セ八陽經ソ, (三藏譯會, 昭和 3년(1928), 1, 5) (龍城全集, 9-33-149).

1928년 3월 30일에는 セ朝鮮語楞嚴經ソ을 출간하였다.
) 白相奎譯, セ朝鮮語楞嚴經ソ, (三藏譯會, 昭和 3년(1928), 3, 30), (龍城全集, 1-881), p.86,
이 경은 음력 1927년 12월 13일(양력 1928, 1, 5)에 번역을 완료하였던 것인데, 3월에 간행하였다. 용성선사는 セ楞嚴經ソ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표하였다. 이미 1922년 3월 16일에 鮮漢演義セ首楞嚴經ソ 1권을 간행하였고
) 白相奎譯鮮漢演義, セ首楞嚴經ソ, (三藏譯會, 大正 11년(1922), 3, 16) (龍城全集, 9-587).
, 동년 7월 8일에 2권을 출판하였다.
) 상동, (龍城全集, 9-715).
그러나 이 때의 セ능엄경ソ은 한글과 한문의 혼용이었지만, 1928년 3월본은 순수 한글본으로 되어 있다. 용성선사의 저술에는 セ능엄경ソ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セ覺海日輪ソ에는 セ능엄경ソ의 학설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그의 역경활동에 있어서 금자탑이 セ화엄경ソ의 번역이라고 한다면, 저술활동의 정점은 セ覺海日輪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29년 음력 11월에 セ각해일륜ソ 저술의 원고를 탈고하였다.
) 白相奎著, セ覺海日輪ソ, (大覺敎堂, 昭和 5년(1930), 3, 15) (龍城全集, 6- 220), "大覺應世二千九百五十六年己巳十一月日".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총정리한 대표적인 저술로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원고를 탈고하였던 セ각해일륜ソ을 1930년 3월 15일에 간행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가 주창한 대각교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본서는 3권 60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부록으로 セ육조단경ソ을 요약하여 게재하고 있다. 서문에 의하면
) 白相奎著, ゛覺海日輪頭言ゝ, セ覺海日輪ソ 권1, p.1, (龍城全集, 6-5).
여기서 그는 セ각해일륜ソ이라고 명명하게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즉 '覺이란 자신이 분명히 깨달은 경지와 경전을 열람해 본 결과 道의 근원이고, 본원에서 나옴을 말하며, 이는 본각 시각 구경각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大覺思想은 セ起信論ソ의 여래장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바다와 같이 깊고 원융하며, 日輪이란 태양과 같아서 모든 종교 사상 도덕 철학 진리가 여기에 다 들어 있다고 하여 覺海日輪이라고 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바로 대각교를 의미하며, 그의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저술이다. 이를 통하여 대각교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으며, 이후부터는 적극적인 대각교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또 1930년 9월에는 セ佛敎ソ 75호에 삼장역회에서 セ팔상록ソ 개정판을 내어 광고를 하였다. 그런데 광고 내용이 대단히 흥미롭다. 이 광고에 의하면, 1922년 9월 8일에 초판으로 출판하였던 セ팔상록ソ이 절판되었던 것을 다시 재판으로 간행하였다. 재판의 시기는 1930년 9월 15일로 되어 있다. 이 때 초판을 수정 보완하였으며, 이 책은 다시 1936년 11월 11일 3판을 내기도 하였다. 책에 정가와 송료까지도 표기하였으며,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재판을 갈구하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동년 10월 5일에는 大覺敎中央本部에서 セ灌頂伏魔經ソ을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이상으로 1930년에는 3월 15일에 セ각해일륜ソ을 대각교당에서 출간하였고, 9월 15일에는 セ팔상록ソ을 재간하였다. 그리고 9월 25일에는 セ대승기신론ソ을 대각교중앙본부에서 출판하였으며, 10월 5일에는 セ관정복마경ソ을 대각교중앙본부에서 간행하였다.

1933년 1월 31일에 대각교중앙본부에서 セ覺說梵網經ソ 3권을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セ범망경ソ을 번역 간행하면서 ゛大覺敎授戒儀式ゝ과 ゛大覺敎懺悔行法ゝ을 정립하여 싣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大覺敎受戒懺悔行法ゝ을 제정하였다.
) 상동, 권上, (龍城全集, 3-51-64), pp.17-23.
이러한 수계의식의 제정은 대각교가 하나의 새로운 불교로서 신자들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확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33년 6월 17일에는 白雲山華果院에서 セ晴空圓日ソ을 저술하였는데, 초두에는 저자가 白象奎著로 되어 있다.
) 白相奎著, セ晴空圓日ソ 권上, (龍城全集, 8-639)에서는 白象奎로 되어 있으나 이는 白相奎의 오자인 듯하다.

1936년 4월 6일에 대각교중앙본부에서 セ修心論ソ을 간행하였다. 그런데 이 セ수심론ソ에서는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대각교의 宗旨라고 할 수 있는 ゛大覺敎旨趣ゝ와 傳法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자신의 법을 8명의 제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8명은 檀庵·德雲·普光·檜庵·道庵·東軒·雷默·鳳庵이다. 이들에게 전법게송을 지어 전하면서 전법할 것과 대각종지를 참구할 것을 당부하였다. 용성은 이미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에게 많은 제자들이 법을 받고 전법게를 전수받기도 하였지만, 저서에 남기기는 유일한 일이다.

그는 1927년에 セ조선글화엄경ソ 12권을 번역하여 1928년에 간행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때는 순한글로만 하였으나 1936년 재번역한 것은 한글과 한문을 함께 한 것이었다. 번역은 한글로 하고 원문을 넣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였다. 이러한 재번역 작업이 언제부터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35년의 행적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때 한 것으로 여겨진다. 1936년 6월 4일에 총독부에 출판허가를 신청하여 이틀 뒤인 6월 6일에 허가를 취득한 이 원고는 당시에 출판하지 못하고, 아직도 그대로 있다.

1936년 7월 15일에는 대각교중앙본부에서 セ釋迦史ソ를 출판하였다.
) 백상규 편술, セ釋迦史ソ, (大覺敎中央本部, 昭和11년(1936), 7, 15) (龍城全

集, 7-647).
이 저술은 종전의 セ팔상록ソ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편찬되어 있다. 먼저 '대각교 관정사 룡성당 백상규 편술'이라고 하여 스스로 편찬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1936년 9월 30일에는 삼장역회에서 セ臨終訣ソ을 간행하였다.
) 白相奎著, セ臨終訣ソ (三藏譯會, 昭和11년(1936), 9, 30) (龍城全集,5-563).
본 서에는 セ임종결ソ 이외에도 セ정토세계 노정긔ソ의 저술과 セ六字大明王經ソ의 번역본이 함께 실려 있다. 본 서는 臨終行儀와 임종시의 염불 및 내세관을 설하고 있다. 비교적 한국불교에서는 임종행의에 대하여 언급한 저술이 전무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사는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가족들의 간병 등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セ정토세계 노정긔ソ에서는 염불공안을 중심으로한 염불선을 설하고 있다.

1937년 6월 9일에는 삼장역회에서 セ吾道의 眞理ソ를 간행하였는데,
) 白相奎著, セ吾道의 眞理ソ, (三藏譯會, 昭和12년(1937), 6, 9) (龍城全集, 4-975).
한동안 대각교중앙본부이름으로 저술을 간행하다가 범어사 포교당으로 재산을 이전한 뒤로는 봉익동 2번지의 주소이지만 삼장역회의 출판사 명의로 저술을 간행하였다. 본 서의 내용에는 자신의 불교관을 밝히고 있고, 수행하는 방법과 마음법문을 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염불법과 정토법문과 육자주와 관세음보살 모다라니를 설하고 있다. 그리고 수행자는 철저한 지계생활이 중요하다고 설하고 있다.

이 해에는 주로 함양 華果院에서 주석하였던 것 같다. 그 곳에 있으면서 セ오도의 진리ソ와 セ吾道는 覺ソ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セ오도는 각ソ에는 화과원에서 저술하였음을 직접 밝히고 있으며, 이곳에서 병중에 기록하였다고 한다. 1937년 양력 6월 20일에 화과원에서 セ오도는 각ソ의 원고를 탈고하였다.
) 白相奎著, セ吾道는 覺ソ, (三藏譯會, 昭和13년(1938), 3, 15) (龍城全集, 4-939), "世尊應化二千九百六十四年陽六月二十日病中에 龍城은 錄하다".

그리고 1937년 10월 13일에는 삼장역회에서 セ六字靈感大明王經ソ을 번역하여 비매품으로 간행하였다. 본 서는 セ臨終訣ソ에서 セ六字大明王經ソ을 합본으로 간행하였음을 언급하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좀더 보완하고 자세하게 설하고 있다. 먼저 ゛육자대명왕경지송법ゝ을 소개하고 다음으로 ゛육자영감대명왕경ゝ을 번역하고, 마지막으로 공덕에 대하여 설하고 있다.
) 白相奎譯, セ六字靈感大明王經ソ, (三藏譯會, 昭和12년(1937), 10, 13) (龍城全集, 9-29).

1938년 3월 15일에는 전년도에 화과원에서 탈고한 セ오도는 각ソ을 삼장역회에서 출판하였다.
) 白相奎著, セ吾道는 覺ソ, (三藏譯會, 昭和13년(1938), 3, 15) (龍城全集, 4-939).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본서는 함양 화과원에서 저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때는 선사께서 노환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던 것 같다. 백엄(白横)이라고 하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문답의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자문자답(自問自答)임을 밝히고 있다.

1938년 5월 15일에는 삼장역회에서 セ천수경ソ을 번역하여 간행하였다.
) 白相奎譯, セ천수경ソ, (三藏譯會, 昭和13년(1938), 5, 15) (龍城全集, 6-

657).

1939년 4월 18일에는 セ지장보살본원경ソ을 번역하여 간행하였다.

Ⅳ. 역경의 의의

용성선사의 역경활동의 의의는 여러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한글 번역에 있어서 체계화를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출옥과 더불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 삼장역회의 설립이었다. 이는 경전을 번역하기 위하여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설립한 간경도감 이후의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몇 권의 경전을 번역한 일은 있었지만, 조직체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시작한 예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초기에는 국가에서 출판사로 허가를 취득하지 못한 임의 단체였지만, 나중에는 출판사 허가를 취득하여 다양한 간행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선사는 삼장역회의 출판사 등록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따라서 용성선사의 역경과 저술활동의 의의를 정리해 본다면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체계적인 역경활동이다. 즉 삼장역회를 조직하여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역경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선사임에도 불구하고 강사들도 못하는 일을 착수하였다. 그의 역경사업은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 어느 누구도 그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진행하였다. 어떤 해에는 많은 종류의 불경을 번역하여 출판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것이 가능하였던 것은 바로 체계적인 조직을 통하여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삼장역회의 설립이다. 그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역경사업을 위하여 조직체를 구성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삼장역회의 설립이다. 이를 출판사로서의 허가를 취함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불교출판사로는 최초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의 출판사 허가 취득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였다. 등록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원고의 검열도 엄격하였으며, 출판의 자유가 거의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삼장역회는 독립 후 불교정화가 일어나고 통합종단이 생긴 다음에는 東國譯經院의 전신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만약 선사의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고 한다면 한국불교에 있어서 역경사업은 얼마나 후퇴하였을까. 이를 생각하면 선사의 선견지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새로운 유통망의 조직이다. 삼장역회를 통하여 출판된 서적은 단순한 법보시용이 아니라 판매용으로 유포되었다. 정말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구입하여 경전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은 불경번역에 재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되었다. 당시의 사고방식으로는 경전은 무료로 나누어주는 무주상보시를 당연시하던 때였다. 그러나 선사는 출판사의 허가와 유통망을 구축함으로써 경전을 시판하여 그 수익금이 재투자되어 지속적으로 역경사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는 경전의 판매를 위하여 광고를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경전의 출판을 광고하여 새로운 불교계의 광고문화를 개발하였다. 선사는 경전의 광고를 각종 불교계의 월간지나 잡지에 게재함으로써 적극적인 유통망을 확충하였다. 물론 단순한 광고였지만 이러한 일은 불교계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는 과감한 번역으로 문어체의 경전을 대화체로 바꿈으로 인하여 마치 부처님과 직접 대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도록 하였다. 특히 경전에서 사용되던 단어를 새롭게 정리하였다. 조선시대의 배불정책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불교용어들을 새로운 단어로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하였다.

Ⅴ. 맺음말

이상으로 용성선사의 역경활동과 그 의의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의 역경의 배경에는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는데, 첫째는 신앙적인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즉 그는 어릴 때에 꿈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고 출가하게 된다. 그러나 그 부촉의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잊고 있다가 47세에 다시 꿈을 꾸고 난 뒤 역경에 관한 예시임을 깨닫고 저술과 역경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하여도 적극적인 자세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3·1독립운동으로 서대문 감옥에서 3년 동안 지내는 사이에 다른 종교계의 변화를 보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즉 시대적인 변화는 이제 더 이상 한문 경전만으로 불경을 널리 보급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한편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민족의 독립운동과 무관한 것이 없다. 그는 역경사업은 바로 우리글 우리말의 보급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며, 민중의 어리석을 깨우쳐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일로 보았다. 그러므로 당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역경사업을 전개하였다.

다음으로 그의 역경활동의 전개에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삼장역회의 설립이다. 그는 이러한 조직을 통하여 체계적인 역경활동을 하였다. 삼장역회를 출판사로 등록하였고 일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취득함으로써 판매 유통이 가능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또한 그가 번역한 경전의 종류는 약 30여종에 달하며, 저술도 30여종이나 된다. 이중에서도 가장 절정에 이른 것이 セ화엄경ソ의 번역이다. 그리고 그의 사상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セ각해일륜ソ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역경사업의 의의를 분석하였다. 첫째는 체계적인 역경사업이다. 그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의한 번역이 아니라 불교공부의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한번에 만족스럽지 못한 경전은 수 차례에 걸쳐서 재 번역을 시도하였다. 둘째는 이러한 사업을 위하여 삼장역회를 설립하였다. 셋째는 새로운 시장경제에 의한 유통망의 조직을 활용하였다. 넷째는 광고를 활용하였으며, 다섯째는 과감한 단어의 변화와 대화체로 번역하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그의 삼장역회는 불교정화 이후 통합종단이 형성되어 1964년에 동국역경원의 설립으로 전승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 백용성 三藏譯會 조선글화엄경 覺海日輪心造萬有論修心論詳譯科解金剛經大覺敎大覺敎儀式集 大覺寺

ABSTRACT

Ven. Baek Yong-sung's activity for

translating Buddhist Scriptures and Its Meaning

Han, Bo-kwang

President, Institute of Maha Bodhi Thought

The motive that ven. Yong-sung took part in translating Buddhist Scriptures is, first of all, religious. At the age fourteen he received Buddha's predestination and then forgot it. At the age of forty-seven in his dream Buddha scolded him. He realized it as a hint and undertook to translate Buddhist Scriptures and to write books. Secondly, it was a national motive based on correct recognition of contemporary conditions. He recognized that due to the sudden change of circumstances time consuming Chinese can not cover all of modern subjects. Thirdly, it is a part of his independent activity. It seems to him that the activity of the translating Buddhist Scriptures was not only spreading Korean language, but also teaching ordinary Koreans national soul.

Although it was very difficult, his motive and background of the translating Buddhist text made her continue to be translating Buddhist Scriptures. Among them the most distinguished work was to establish Samjangyyukhoi(삼장역회). He registered it as a publishing company and through it he systematically translated Buddhist texts. After he received the permission from Japanese government, it could do marketing, too. Moreover, he translated about 30 kinds of Buddhist sutras and wrote about 30 kinds of them. Among them the best was the translation of 『Avatamsaka sutra』. And among his ideological works the representative work is 『Kakhaeillyun(각해일륜)』.

Finally, his translating work was, first of all, systematic. He tried to set up certain system of Buddhist studies rather than depend on his personal taste. Moreover if he was not satisfied with his translating works, he tried to translate it over and over again. Secondly, he established Samjangyyukhoi(삼장역회) for this work. Thirdly, he applied networks to the marketing. Finally, he utilized advertizement and used radical language change and dialogical style in his translation. After the Buddhist purification movement the united Buddhist Orders was established. It became Dongkuk Sutra Translation Center in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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