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역경원의 역경 사업

동국역경원의 역경 사업 2002년 4월 14일 일요일, 22시 57분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신명조 한양신명조 신명조 중고딕 한양신명조 명조

동국역경원의 역경 사업

동국역경원의 역경 사업

大覺思想 / 第五輯

최 철 환 *
* 동국역경원 편찬부장.

• 목 차 •

Ⅰ. 불전의 국역

Ⅱ. 한글대장경이 완간되기 까지

Ⅲ. 한글대장경의 개역과 전산화 사업

· 영문초록

Ⅰ. 불전의 국역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성도하신 이후 입멸하실 때까지의 45년 간 많은 가르침을 우리에게 남기셨다. 부처님께서는 듣는 사람의 근기에 따라 달리 말씀하셨고, 묻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 설하신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때그때 청중과 문답을 주고받는 형태를 취하셨다. 따라서 그 가르침의 내용과 형식이 다양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다양한 교설은 부처님께서 살아 계실 때에는 당시의 문자로 정착된 일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자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할 필요를 느껴 제자들에 의해 몇 차례의 결집(結集)을 거쳐 삼장(三藏)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삼장이란 인도에서 이루어진 부파(部派) 불교의 경(經)ㆍ율(律)ㆍ논(論)을 이르는 말이지만, 그 후 대장경에는 삼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대승경전[菩薩藏]과 경의 논소(論疏)ㆍ전기(傳記)ㆍ여행기ㆍ목록 등이 포함되어 실로 방대한 일대 총서(叢書)가 된 것이다.

대장경은 기나긴 세월 동안 여러 나라에서 여러 문자로 만들어졌고, 이들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그 내용이 첨가되기도 하였다. 현재 해인사에 판목이 소장되고 있는 고려대장경은 고려 현종(顯宗, 1010∼1031) 때 만들어진 소위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 버리자, 고종(高宗) 3년(1236)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판각하기 시작하여 고종 38년(1251)에 완성한 것이다.

고려인들이 중국의 대장경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대장경을 만든 것은 불교를 더욱 크게 일으키려는 목적에서뿐만 아니라, 문화국으로서의 위신력을 내외에 선양하고 당시 몽골의 침입을 불법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국가적인 염원으로 조성된 데 그 중요성이 있다.

모두 639함(函) 1,514부(部) 6,805권(卷)에 이르는 방대한 고려대장경은 현존하는 한역(漢譯)대장경 가운데 최고일 뿐만 아니라, 정치한 교정을 거친 정확한 대장경이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당시 고려대장경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하여 교정한 내용과 편찬 기록을 담은 セ고려국신조대장교정별록(高麗國新雕大藏校正別錄)ソ이란 책이 고려대장경 안에 현존한다. 이것은 당시 대장경 교정에 참여했던 화엄종 승려 수기(守其) 등이 남긴 기록이다. 이에 의하면 고려대장경은 국본(國本)과 송본(宋本)과 거란본[丹本] 등 당시 유통되던 여러 판본을 대조하고 교감하여 다른 대장경들의 착오를 바로잡아 만들어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교감 작업은 여러 판본을 서로 대조하여 엄밀하게 문헌고증학적 방법에 의거하여 이루어졌으므로 여러 한역 대장경 가운데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대장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장경은 우리의 말은 있었으나 문자가 없었던 시대에 한문으로 이루어져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일반인들이 쉽게 불전들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에야 가능하였던 일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글 창제 이후 セ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ソ과 セ석보상절(釋譜詳節)ソ이 세종대에 한글로 지어졌고, 1461년(세조 7) 국가사업으로 간경도감(刊經都監)이 설치되어 불경이 간행되었다. 이 간경도감에서 セ능엄경ソ 등 약 10종의 불경을 국역하였지만, 유생들의 반대로 10년밖에 유지되지 못하고, 1471년(성종 2)에 혁파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조선시대에는 여러 사찰에서 불전을 한글로 번역하였으나, 이는 전체 대장경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분량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1921년 용성스님이 삼장역회(三藏譯會)룰 조직하여 セ화엄경ソ을 비롯한 여러 경전을 국역하였지만,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우리의 말과 글을 일제에 의해 빼앗기고 마는 불운을 맞게 되었다.

8ㆍ15광복을 맞아 주권을 되찾은 후 우리 민족은 일제의 잔재를 극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사회 전반에 걸쳐 넓게 시도되었다. 불교계에서도 일제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는 불전의 한글화 작업이 시급하고, 이는 불교 대중화에 기여하고 불교학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인식이 싹트게 되었다. 이에 1945년 12월 17일 해동역경원(海東譯經院)의 창립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였다. 그러나 이 모임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 채 활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후 몇몇 불전을 번역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으나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6ㆍ25전란으로 그 맥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자 역경의 필요성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의 열악한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불전을 번역하여 후대 역경의 기틀을 만든 사람은 운허(耘虛)스님이었다. 스님은 セ무량수경(無量壽經)ソ(1956) 번역을 필두로 『범망경(梵網經)』(1957), セ금강경ソ(1958), セ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ソ(1958), セ수능엄경ソ(1959), 『유마힐경(維摩詰經)』(1960) 등 많은 경을 번역하였다.

또 특이할 만한 것은 セ사미율의요략(沙彌律儀要略)ソ(1956), セ사분계본(四分戒本)ソ(1957), セ사분비구니계본(四分比丘尼戒本)ソ(1959) 등 많은 율장이 번역된 것이다. 이 율장들도 대부분 운허스님이 번역하였는데, 자운(慈雲)스님의 지계(持戒) 운동에 의해서 유포되었다. 이는 당시 불교 정화운동을 주도하였던 비구승단의 승풍(僧風) 진작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운허스님은 개인적으로 역경사업을 펼치고자 석주(昔珠)스님과 법보원(法寶院)을 설립하여 1961년 5월 22일 セ불교사전ソ을 간행하였다. 이로써 불교학과 역경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운허스님은 법보원에서 セ승만경(勝忦經)ソ(1962), セ화엄경ソ(1964), セ열반경ソ(1965) 등 많은 경전을 번역 출판하였다.

Ⅱ. 한글 대장경이 완간되기까지

비구와 대처 승단 간의 정화운동이 마무리되자, 조계종은 1962년 한국불교 중흥을 위하여 종단의 3대 사업으로 도제양성(徒弟養成)과 포교와 역경을 책정한다. 이에 역경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종정 직속기관으로 역경위원회를 두기로 한 역경위원회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1963년 2월 13일에 제1차로 사계의 권위자 17명을 역경위원에 위촉하고, 역경위원회 위원장에 운허스님, 역경부장에 석주스님, 사업부장에 석정스님을 임명하여 역경위원회를 구성하였다. 1964년 2월에는 역경위원회가 추천한 21명의 역경위원을 당시의 종정이셨던 효봉스님이 추가로 위촉하여 역경위원회를 강화하였다.
) 역경위원회 : 이운허(위원장)

기획위원회 : 석주, 자운, 법정, 경산, 이종욱, 청담, 이흔성, 조명기

번역위원회 : 운허, 김달진, 대은, 김동화, 김영태, 일타, 박경훈, 박성배, 성원, 서경수, 우정상, 윤주일, 이기영, 이재복, 이종익, 이영 무, 임석진, 장원규, 조종현, 한철수, 홍영의, 홍정식

증의위원회 : 자운, 탄허, 김포광, 성낙훈, 석호, 성철, 관응, 조명봉

윤문위원회 : 법정, 조지훈, 서정주, 양주동, 이은상, 조연현

운영위원회 : 법룡, 남현, 홍경, 박길진, 박대륜, 손석우, 청우, 법안, 이경 대, 이용조, 이재열, 행원, 한성훈, 황수영, 황온순

유통위원회 : 석정, 안흥덕, 청우, 예혜교, 이남채, 이운권, 이정암, 이홍선, 황성기

이 밖에 6개 분과위원회와는 별도로 번역된 원고의 출판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 위원은 다음과 같다. 운허(위원장), 김달진, 이기영, 성낙훈, 관응, 조지훈, 법정.

종단은 역경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역경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에서 보조받기 위해서는 법인을 설립해야만 했는데, 당시의 종단 형편으로는 재산을 출연하여 법인체를 구성할 힘이 없었다. 이에 동국대학교 김법린 총장은 역경기관을 동국대학교에 설립하여 국고 보조를 받는 방법을 제의했고, 역경위원회 위원장 운허스님과 김법린 총장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해서 총무원의 양해 아래 동국대학교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것이 '동국역경원'이다. 설립 당시 역경원 명칭을 '동국대학교 부설 역경원'이라 하지 않고 기능을 나타내는 '역경원' 앞에 굳이 '동국'이란 말을 붙여 고유명사화 한 것은 역경원이 언젠가는 재원을 확보하여 법인으로 독립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 박경훈, ゛譯經ゝ, 月雲스님 古稀記念セ佛敎學論叢ソ, (동국역경원, 1998), p.728.

1963년 9월 26일 운허스님과 김법린 총장 사이에 동국역경원 설립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후, 이듬해 3월 1일에야 역경위원회 위원장이 역경원장을 겸임한다는 결의에 따라 운허스님이 역경원장에, 석주스님이 역경원 부원장에 취임하였다. 그러나 3월 14일 김법린 총장이 갑자기 타계하여 역경원은 7월 21일에야 대학선원에서 출범식을 갖고 공식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동국대학교는 1964년 4월 동국역경원을 부설하는 학칙을 개정하고 문교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동국역경원은 학칙에 의한 정식 기관이 되었고, 이를 근거로 역경사업에 필요한 보조를 동국대학교 총장 명의로 정부에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역경원은 출간을 앞둔 한글대장경 번역에서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통일된 기준안을 만들 필요를 느껴 '역경 예규'를 제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1964년 10월 4일 선학원에서 회의를 개최하였다.

여기에서 결의된 중요 내용은 "경의 제목은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는다. 문장은 순수한 우리말로 쓰되 현대화하며, 한문의 직역을 하지 않는다" 등이다. 이 밖에도 빈도수가 많은 문장이나 단어에 대한 통일, 숫자 표시의 통일, 대화 속의 지시대명사에 대한 번역의 통일, 번역의 문체, 해제, 고유 명사의 한자표시, 색인, 주해의 표시, 기타 지명ㆍ기호 등 번역 제반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참고로 이를 아래에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역경 예규

(1) 문장과 문체

① 문장은 순국문으로 한다. 단, 고유명사나 범문(梵文) 및 한문의 의 역 또는 난해한 술어인 경우에 한하여 처음 나올 때만 필요한 한자 를